라이엇게임즈의 신작 ‘발로란트’가 대한민국에 상륙했다.

라이엇게임즈는 5일 ‘발로란트’의 비공개 테스트(CBT)를 시작했다. 서구권에 이어 아시아에서도 게임을 정식으로 즐길 수 있게 됐다.

‘발로란트’는 5대5 대전 슈팅 게임이다. 두 팀으로 나뉜 유저가 최후의 승자가 대기 위해 실력을 겨루는 게 즐길 거리다. 진행은 전통 FPS의 라운드 방식을 택했다. 공격과 수비 라운드를 진행하고, 라운드가 중반을 넘어서면 진영이 바뀐다. 더 많은 라운드를 차지한 팀이 승자가 된다. 전통 FPS 게임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진행 방식이며, 실제 플레이 역시 비슷한 재미를 품고 있다.

FPS는 변화를 주기 힘든 장르다. 최근 ‘배틀그라운드’가 생존을 키워드로 삼은 배틀로얄이 나오기 전까지 대부분의 게임이 슈팅 기반의 전략을 강조하는데 힘썼다. ‘발로란트’ 역시 마찬가지다. 유저의 상황 판단과 조준 실력(피지컬)로 승부가 나도록 밸런스 했다. 대신 스킬 시스템을 도입해 전략적인 수를 높였다.

캐릭터(요원)는 콘셉트에 맞춰 4가지의 스킬을 사용한다. 공중부양 시간이 늘리거나, 연막탄을 설치하고, 때로는 불리한 전황을 뒤집는 강력한 공격도 가능하다. 하지만 조준과 사격실력이 부족하다면 이런 스킬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개발팀은 이 게임의 스킬을 일격필살이 아닌, 다양한 전투 구도를 만드는 수단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스킬은 캐릭터마다 다르다. 적이 이동할 수 없는 벽을 치며, 아군을 치유하고 부활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단, 캐릭터 별로 대가 없이 쓸 수 있는 스킬은 하나뿐이다. 나머지 두 스킬은 라운드 준비 상태에서 구매해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스킬을 남발하지 않도록 제한을 건 셈이다.

강력한 스킬 필살기는 게이지를 모아야 한다. 이 게이지는 전투에 따라 반영되기도 하지만, 필드에서 모을 수도 있다. 미니맵에 표시된 구슬은 적과 아군 모두에게 중요한 자원이므로, 치열한 전투를 이끌어내는 요소이기도 하다.

메뉴에서 스킬(빨간색)과 방어구(노란색)를 살 수 있다

플레이에는 약 30분가량의 시간이 소모된다. 이 가운데 전투가 진행되는 시간은 약 20분 정도. 나머지는 캐릭터 선택과 장비 구입, 전술 논의가 진행되는 대기 시간이다. 진행이 빠른 배틀로얄 게임에 익숙한 논의라면 다소 지루한 시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진격할 거점 토론과 장비(스킬, 총기, 방어구) 구입을 고르기에는 시간이 모자르다고 느끼는 유저도 있을 것이다.

전투에서 사격의 중요도는 매우 높다. 스킬 기반의 FPS 게임은 스킬 사용과 연계가 대단히 중요하도록 디자인되기도 한다. ‘발로란트’는 이를 벗어나 전통 FPS에 가까운 방식으로 스킬을 구현했다. 따라서 전투의 메인은 조준과 사격이며, 대치 상황 혹은 잠복 상태에서 스킬을 쓰는 플레이를 하게 된다.

스킬은 시전에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고, 직시 사용한 스킬도 수류탄에 가깝게 디자인돼 즉발 전투에서 어울리지 않는다. 스킬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맵을 이해하고, 적의 이동을 예측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사격의 공격력이 지나치게 높다고 느껴지는 순간도 있다. 방어구를 추가 구매해 체력이 150인 상태에서도 헤드샷 한방으로 승부가 결정나곤 한다. 또, 타격 지점이 어디인지는 불분명 하나, 샷건이나 돌격소총이 스치기만 해도 캐릭터가 탈진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적이 어디 있는지 찾기도 전에 사망해 버리는 것. 전통 FPS에 가까운 밸런싱이다.

미니맵은 많은 정보를 보여준다

이런 전투는 캐릭터의 스킬 비중을 떨어뜨린다. 대치하는 순간 요원의 생사가 결정되니 회복과 같은 스킬이 활약할 기회가 더욱 적다. 회복은 결국 적의 스킬로 손해를 본 체력을 채우는 것 말고는 활용도가 적다. 물론, 이런 구도가 개발팀이 의도한 부분일 수도 있지만, 전략 슈팅게임으로써의 매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은 분명하다.

의사소통 도구가 부재한 것은 꽤 아쉬운 부분이다. 최근 많은 게임이 실시간 음성채팅을 지원하고, 또 유용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핑과 같은 도구가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로 ‘발로란트’도 아군과 전술을 공유하는 핑이 존재하기는 한다. 다만, 유저의 현 위치에 표시될 뿐이고, 구체적인 행동을 묘사하지도 못한다. 공격 목표 지점을 공유하는 도구 정도는 제공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CBT가 시작되기 전 그래픽 수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벌어졌다. 최신 게임에 비해 뒤떨어지는 디테일이 아쉽다는 평가였다. 실제로 대기 시간에 구경해본 필드는 보는 맛이 떨어졌다. 대신 10명의 유저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전투 상황에서는 어색한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원색적인 스킬 컬러가 맵을 치장하고, 시시각각 바뀌는 미니맵 정보를 읽기 위해 집중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래픽 수준과 표현에 대해서는 유저마다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다. 최소한 최저사양에서 최고의 그래픽과 부드러운 프레임(FPS)을 표현하려는 확실한 의도만큼은 전달된다.

사전테스트와 국내 CBT 첫날 반응은 대단히 뜨겁다. 서버가 열리자마자 유저가 몰렸고, 매칭도 5초 내에 이뤄질 만큼 많은 유저가 게임을 즐기는 중이다. 서비스가 막 시작돼 무작위 매칭이 진행되는 것일 수도 있으나, 실제 플레이에서는 모두가 초보인 탓에 그럴듯한 대전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발로란트’ CBT는 전통 FPS의 경험(UX)를 현대적으로 녹여낸 특징을 어렵지 않게 체험할 수 있다. 반면, 비슷한 경쟁작보다도 느린 템포의 진행과 대기 시간이 더 긴 점은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끊임없는 긴장감과 대치전에 길들여진 현대 유저의 입맛과 어울리지 않는다. 누구보다 유저의 취향을 면밀하게 살펴온 라이엇게임즈가 어떤 변화와 새로운 즐길 거리를 보여줄지 앞으로의 테스트 결과를 지켜보자.

서삼광 기자  seosk@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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