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한국 게임시장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라이엇게임즈가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것. 이후 약 9년의 세월이 지나는 과정에서 인기는 계속 올랐고, 아직도 최고의 흥행기록을 경신하며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LoL의 기록적인 흥행에 따라 라이엇게임즈의 차기작에 쏠린 관심도 높아졌다. 이에 대한 설명은 비밀스럽게 취급돼 궁금증을 키웠다. 10년간 꾸준히 개발자를 확충했고, 다양한 경력을 가진 개발자가 라이엇게임즈에 모였지만, 어떤 게임이 개발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이렇게 준비된 신작은 지난해 LoL 10주년 행사에서 대대적으로 발표됐다. 대부분이 IP(지식재산권)를 확장하는 게임이었고, 당연한 전략으로 이해됐다. 이때 이색적인 게임이 하나 포함됐었다. 바로 슈팅(FPS) 게임 발로란트다. LoL과 연관성도 없고, 지금까지 공성전(MOBA 혹은 AOS)에 집중했던 것과도 달랐다. 당연히 게임에 대한 궁금증은 비공개 테스트(CBT)로 이어졌고, 인터넷 스트리밍 방송의 동시 시청자 기록 수는 172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 발전된 기술, 인프라 도입으로 글로벌 흥행 도전

출처=발로란트 홈페이지

‘발로란트’는 총 10명의 유저가 두 팀으로 나누어 경쟁하는 전술 슈팅 게임이다. 승부는 공격팀과 수비팀이 각각 24라운드 동안 싸워 보다 많이 승리한 팀이 진행된다. 전통 밀리터리 슈팅게임에서 흔히 사용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요원이라고 불리는 캐릭터에 특수한 능력과 스킬을 부여함으로써 개성을 더했다.

출처=발로란트 홈페이지

기술적으로 보면 색다른 부분이 꽤 많다. 라이엇게임즈는 최고보다는 최상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뒀다. 되도록 많은 사람이 플레이할 수 있도록 PC 사양을 대단히 낮게 책정했다. 이는 저사양 PC에서도 원활한 구동이 가능한 LoL과 닮은 부분이다. 대신 서버의 처리능력을 반영하는 색다른 구조로 슈팅게임의 매력을 살렸다. 고퀄리티를 추구하며 높은 사양의 PC를 요구하는 경쟁작과 비교되는 특징이다.

라이엇게임즈는 ‘발로란트’ 출시 전부터 128틱 전용 서버와 35ms 미만의 핑을 제공하는 데이터 센터, 맞춤형 넷코드 등의 기술 등을 적용했다고 적극적으로 알렸다. 128틱 서버는 유저의 움직임을 서버에서 늘려(업 샘플링, 초당 128프레임) 품질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 실시간 대전에서 중요한 지연시간(핑)을 글로벌 유저 70% 이상에게 끊김 없는 대전 환경을 제공하는데 투자하고 있다. 현재는 운영상의 이슈로 지역단위 서비스가 이어지고 있지만, 인프라가 제대로 구현된 뒤에는 글로벌 대전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 글로벌 론칭 첫 주, 한국에서도 흥행몰이 시작

발로란트 PC방 점유율(출처=게임트릭스, 더로그)

이런 특징을 품고 출시된 ‘발로란트’는 천천히 몸값을 올리고 있다. 한국에서는 평균 점유율 1.3%를 넘어서며 인기게임 반열에 등극했다. 8일 기준 PC방 점유율은 더로그 집계 1.47%(9위), 게임트릭스 1.36%(10위)다. 계절적 영향과 코로나19로 인해 PC방 이용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준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

단, 일부에서는 라이엇게임즈의 신작임에도 초반 흥행이 저조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PC방의 절반을 차지한 LoL과 비교된다는 이유다. 여기에 빠진 부분이 있다. ‘발로란트’가 글로벌 시장에서 동시에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점, 그리고 LoL 역시 초창기에는 엄청난 인기를 끌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LoL은 출시 전부터 PC방을 통해 유통이 시작됐고, 입소문이 퍼졌다. 또, 한국 단일 지역 론칭으로 시간과 자원을 집중 투자 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서비스 초기인 2012년 1월경에 한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2월에야 5%의 벽을 넘었다. 이후 10%를 넘어서는데 약 한달의 시간이 추가로 필요했다. 이런 시간과 개선, 적용의 시간이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은 ‘발로란트’ 역시 마찬가지로 보인다. 추가로 ‘발로란트’는 e스포츠 생태계가 자체적으로 꾸려지고 있으며, 이는 LoL 서비스 초기의 모습과 대단히 닮았다.

■ 한국 흥행 관건은 PC방 인프라 지원과 캐주얼 콘텐츠 추가

한국 서비스만을 대상으로 본다면 조금 더 속도를 낼 필요는 있어 보인다. 특히 안티치트 프로그램 뱅가드가 PC방 보급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뱅가드는 비인가 프로그램(핵)을 막는 안전장치지만, PC방에서 사용하는 관리프로그램과 노하드(No-HDD) 시스템과 충돌을 일으킨다고 알려졌다. 라이엇게임즈는 온라인으로 진행된 론칭 인터뷰에서 해당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며, 앞으로 감지 시스템의 강화와 개선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볍게 즐기는 모드를 늘릴 필요도 있어 보인다. 기본 대전 모드는 10명의 유저가 매칭되고, 대전을 마치는데 약 20~40분의 시간이 걸린다. 이는 LoL과 비슷한 수준이다. 단, LoL은 각종 기간 한정 모드와 칼바람 나락 등 10분가량 즐기는 모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대중적인 흥행을 목표로 삼은 ‘발로란트’라면,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필수다. 무거워 보이는 ‘배틀그라운드’ 역시 최상위권 유저가 아니라면 비교적 가볍게 즐길 수 있으며, 아예 독자적인 캐주얼 모드를 추가하고 있다.

라이엇게임즈 역시 ‘발로란트’의 정식 서비스를 기점으로 캐주얼 모드 스파이크 돌격의 베타 버전을 선보였다. 7전 4선승제로 허들을 낮춰 한 판이 10분 전후로 끝난다. 또, 게임 내 스킬 구매 방식과 같은 전략 요소도 배제했다. 다양한 취향을 가진 유저가 ‘발로란트’에 접근할 수 있도록 배려한 콘텐츠다. 앞으로는 이런 모드의 지속적인 개발 및 기간 한정 제공과 같은 흥미로운 콘텐츠를 지속 제공하는 것 역시 서비스의 안정성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삼광 기자  seosk@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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