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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e게임] 매력적인 캐릭터와 부족한 게임성의 조화 ‘헬테이커’

인디게임 시장에서는 주기적으로 한 번씩 예상치 못한 흥행작이 탄생하곤 한다. 올해 주인공은 아마 ‘헬테이커’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매력적인 캐릭터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헬테이커’는 폴란드 개발자 vanripper가 개발한 게임이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알려진 그는, 유니티 엔진을 활용해 이 게임을 완성했다. 엔딩 롤을 보면 사운드 부문을 빼면 모두 혼자서 개발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5월 11일, 약 1년간의 개발기간을 거쳐 출시됐고, 유저들의 입소문을 타고 국내외에서 흥행하는 중이다.

실제로 vanripper가 운영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 등을 통해 많은 응원의 메시지가 쏟아졌다. 이 중에는 2차 창작에 대한 저작권 문의, 지역 언어 적용(로컬라이징) 허가 여부 등을 묻는 질문이 눈에 띄는데, 이에 대한 대답은 모두 ‘물론(sure!)’이었다. 오히려 언어를 현지화하는 방법을 유튜브에 올리는 등 장려하고 있으며, 한국어 패치 역시 손쉽게 구할 수 있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상상력을 자극하는 설정, 자유로운 2차 창작 덕분에 많은 게임 커뮤니티에서 다양한 콘텐츠가 생산되며 게임 프랜차이즈이자 IP(지식재산권)으로서의 조건을 하나씩 갖춰나가고 있다.
 

■ 캐릭터의 매력은 으뜸

이 게임의 인기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적용됐다. 캐릭터의 매력, 무료 배포, 2차 창작 허용, 게이머와 서브컬처 창작자로써의 개발자의 생각 등이 긍정적인 시너지를 냈다. 특히 동양의 만화, 서양의 코믹을 반씩 섞은 듯한 아트스타일은 대단히 매력적이다.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나사가 하나씩 풀려있다. 지옥의 악마를 유혹해 하렘을 만들려는 주인공, 악마 같지 않은 악마들은 설명할 수 없는 친밀감이 느껴진다. 지옥의 왕이지만 찬밥 신세인 루시퍼, 세쌍둥이 캘베로스, 사실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고위 기소관 저지먼트 등은 외모는 물론 캐릭터 성도 뛰어나다.

등장 캐릭터는 사무용 정장 혹은 캐주얼 정장을 입고 있다. 게임의 여성 캐릭터라는 고정 관념을 탈피한 패션은 감각적이다. 좋고 나쁨은 갈릴지언정, 캐릭터의 완성도에 의문을 표할 유저는 없을 듯하다. 캐릭터의 성격과 매칭되는 패션센스는 개발자의 센스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참고로 개발자는 정장 차림의 여성 악마 캐릭터를 보고 싶어서 ‘헬테이커’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야말로 ‘없으면 만든다’의 긍정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 퍼즐과 액션과 어드벤처, 장르가 뭐야?

게임으로서의 완성도는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전체적인 콘텐츠의 양과 색다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게임을 섞어서 장르도 혼란스럽다. 굳이 분류하자면, 어드벤처와 퍼즐, 액션이 결합된 모음집에 가깝다. 플레이 타임도 30분에서 40분으로 길지 않은 편이다.

개발자 vanripper도 퍼즐 콘텐츠를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듯하다. 게임 속 힌트에서도 퍼즐을 풀기 귀찮다면 스킵하라는 대사가 빈번하게 나올 정도. 콘텐츠 배분으로 본다면, 퍼즐 요소의 비중이 큰데도, 장르를 퍼즐로 정의하기 어려운 이유다.

초반부 퍼즐은 정해진 이동횟수(턴)내에 골인지점을 통과하는 게 목표다. 기본적인 규칙은 고전게임 ‘소코반’과 비슷하다. 피쳐폰에 기본으로 깔려있던 ‘푸쉬푸쉬’와 같은 방식이다. 주인공의 앞은 하수인(몬스터)과 장애물이 막고 있다. 골인을 위해서는 열쇠를 획득해 보물상자를 열어야 할 때도 있다.

주인공은 위-아래-오른쪽-왼쪽 4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이동 범위는 한 칸으로, 한번 이동하면 이동횟수가 1회 차감된다. 이동 방향에 악마가 있다면 공격하고, 장애물을 밀쳐낸다. 이때 주인공의 위치는 고정되고, 공격 행동에 따라 이동횟수가 1회 감소한다. 여기에 이빨모양의 함정을 밟으면 2회가 사라진다. 이런 규칙들 위에서 목표까지 가는 길을 찾는 게 유저에게 주어진 과제다.

퍼즐 난이도는 쉬운 편이다. 퍼즐게임을 섭렵한 유저에게는 싱거울 정도이고, 초보자라도 시간을 투자하면 클리어할 수 있다. 아니면 ESC를 눌러 퍼즐 스케이지를 스킵해도 된다. 게임 속에서 퍼즐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만, 핵심 요소는 아니다. 만일 퍼즐게임을 만들고 싶었다면, 1회 되돌리기(언두, Undo) 기능과 볼륨에 더 신경 썼어야 했다.

후반 액션 파트도 마찬가지다. 함정을 피해 쇠사슬을 파괴하는 과정이다. 일반적인 액션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은 형태이고, 함정이 등장하는 순서도 거의 비슷하다. 도전 콘텐츠로서는 싱겁다. 오히려 게임 진행에 맞춰 콘텐츠를 개발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 부분에서는 점진적인 난이도 상향이라는 디자인 기법이 적용됐다. 세로 방향 사슬을 피하고, 가로 방향 사슬을 피하고, 가로와 세로가 복합된 사슬을 피하는 스테이지로 나뉘어 진행된다. 개인적으로는 현실적인 이유로 볼륨을 줄인 듯이 느껴졌다.
 

■ 비주얼과 사운드 덕에 몰입할 순 있다

캐릭터와 교감하는 선택지의 폭도 좁다. 마지막 저스티스와 대화를 제외하면 2개의 선택지 중에서 정답을 고르면, 악마를 유혹할 수 있다. 호감도를 착실히 쌓아가는 연애 시뮬레이션보다 OX퀴즈에 가깝다.

이런 단순한 구성임에도 게임 과정에서 몰입도는 충분하게 느껴졌다. 퍼즐과 액션의 재미보다는 캐릭터의 매력적인 움직임과 표현, 귀를 자극하는 배경음악과 효과음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덕이다.

게임 속 캐릭터는 전신 일러스트와 SD 사이즈로 데포르메 된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 SD 캐릭터는 배경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데 이 모습이 너무나 깜찍하다. 배경음악과 사운드 이펙트 등의 표현도 대단히 깔끔하다. 몬스터를 공격할 때와 악마와 만났을 때의 이펙트 표현은 훌륭하다. 게임의 얼개, 콘텐츠의 완성도와 별개로 시각적인 표현에서는 숙련된 아트 개발자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이런 특징이 겹치다 보니 게임을 진행하는 몰입감보다는, 어떤 식으로 캐릭터의 매력을 부각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아예 퍼즐과 액션 파트를 빼고, 구독형 비디오 서비스(OTT)의 참여형 드라마(인터렉티브) 형태로 개발했어도 충분했을 것 같다. 그만큼 이 게임에서 게임적 요소는 존재감이 약하다.
 

■ 프랜차이즈 확장이 기대되는 ‘헬테이커’

‘헬테이커’는 압도적인 캐릭터의 매력과 게임으로서는 아쉬운 볼륨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게임이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세계관이 단점을 가리는 모양새다.

실제로 개발자 vanripper 역시 게임 속 힌트와 개발의도를 통해 게임보다는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고 싶다는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수익과 흥행이 목표인 인디게임보다는, 함께 즐기고 싶어 만든 동인게임에 더 어울린다.

개발자의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헬테이커’는 가볍게 즐기기에는 좋은 장점들을 가지고 있다. 보기 좋은 캐릭터, 흥미로운 설정을 가볍게 풀어내는 스토리텔링, 무겁지 않은 퍼즐, 무료로 배포되고 있어 진입장벽까지 낮다.

물론, 유료 콘텐츠도 있다. 게임 속에서 악마와 교감할 때 사용되는 팬케이크 조리법(레시피)과 아트북을 유로 다운로드 콘텐츠(DLC)로 판매되고 있다. 어디까지나 제작자를 후원하는 기부(도네이션)에 가깝다.

하나의 게임, 콘텐츠가 유행하면 자연스럽게 차기작에 대한 기대를 품게된다. ‘헬테이커’도 마찬가지다. 게임적인 매력은 크게 떨어지지만, 캐릭터의 상품성은 이미 검증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오히려 캐릭터 수집게임이나 턴제 전략 게임과의 컬래버레이션도 기대된다. 이미 게임 속에서 수많은 명작 게임들에게 러브콜을 날리지 않았던가. 실제로 vanripper는 게임의 흥행이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으며, 다양한 협업을 바라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서삼광 기자  seosk@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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