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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유저들 떠나는 ‘배그’ 최대의 적은 경쟁자가 아니라 핵이다

펍지주식회사가 출시한 배틀로얄 게임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그)는 국산 PC 패키지 게임 사상 최대 성과를 거둔 게임이다. 특히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더 흥행에 성공한 게임으로 유명하다.

스팀 플랫폼으로 출시되어 스팀 사상 처음으로 동시접속자 3백만명을 돌파했고, 출시 후 판매량만 해도 올해 8월 기준 7천만장을 돌파했다. 이 기록은 역대 패키지 게임 판매량 중 5위에 해당한다. 그에 따른 매출액도 2019년까지 총 매출이 34억달러(한화 약 3조 9천억원, 모바일 포함)를 돌파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출시된지 어느새 만 3년째를 앞두고 있는 현재는, 그 위상이 상당히 줄어든 모양새다. 물론 게임이란 것이 오래 흥행하기는 매우 힘들기도 하지만, 유저가 떠나는 현상은 원래 자연스러운 것이다. 경쟁 게임이 있는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헌데, 그런 이유가 아니라 불법 프로그램(핵)을 사용한 유저 때문에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할 수 없어 떠나는 상황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개발사인 펍지주식회사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유저들의 평가가 이어지면서 게임을 넘어 개발사에 대한 신뢰도 하락까지 이어지고 있다.

게임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그 안에서 쓸 수 있는 불법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것은 어찌보면 인지상정이다. 특히 개인간, 혹은 팀간 대결을 벌이는 게임들에서 핵의 사용 빈도가 높은데, 생존이 곧 승리인 배그에서 핵 유저의 등장은 그야말로 치명적이다. 위에서 언급된 핵을 통해 나도 모르게 게임에서 탈락하고, 그 과정에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연이어 겪게 되면, 그 유저는 자연스럽게 게임에 정을 떼고 떠나게 된다. 그래서 게임 출시 후 배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브렌든 그린은 핵 프로그램의 99%가 중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며 핵과의 전쟁을 끊임없이 벌일 것을 천명한 바 있다.

펍지주식회사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출시 후 작년 8월까지 약 1,700만개 이상의 계정이 핵 사용으로 인해 제재됐다. 또 올해들어 매달 제재되는 계정의 수는 적게는 20만명대, 많게는 40만명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최근 스팀 기준 배그의 일일 사용자 수가 30만명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굉장히 높은 비율이다. 배그 모바일의 경우에는 지난 8월 말 경 1주일동안 227만개의 계정이 영구 정지를 당했고, 142만대에 대한 기기 밴 조치가 내려졌다. 

이런 핵을 일반인만 사용하는 것도 아니었다. 배그 프로팀의 선수는 물론 감독까지 핵을 사용한 사례가 계속 나오며 중징계를 받았었고, 최근 국가간 공식 스트리머 대회에서도 특정 국가의 선수가 핵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유저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게다가 게임이 서비스되면서 핵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상대와 아이템의 위치를 표시해주는 ESP, 자동으로 조준을 해주는 에임핵, 움직임을 빠르게 해주는 스피드핵, 총의 반동을 없애는 무반동핵, 차량의 바퀴만 파괴하는 바퀴핵, 보급상자의 위치를 조작하는 보급핵, 벽이나 지형을 뚫고 쏠 수 있는 관통핵 등 수십 가지에 달한다.

이렇게 난립하는 핵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동시 플레이 유저가 최대 100명까지인 배그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핵을 최대한 막기 위한 여러가지 조치가 필요한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클라이언트에 대한 보안 강화다.

펍지주식회사는 이를 위해 보안 솔루션인 안티치트 프로그램을 도입했지만 결과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되려 프레임 드랍 현상이 동반되기도 했고, 조금이라도 데이터의 차이가 생기면 핵을 쓰지 않는 유저까지 계정 정지를 내리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른바 ‘무고밴’이다.

심지어 핵을 통한 플레이로 피해를 입은 유저가 이를 제보했는데, 상대가 아닌 제보자가 비정상적인 게임 플레이 패턴을 보였다며 72시간 정지 처분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배그의 공식 카페에는 매일 핵 사용자를 제보하거나 핵을 당한 경험담과 자신의 무고함을 알리는 유저들의 글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다른 게임들과 달리 배그에서 핵 유저가 유독 범람하는 상황이 지속되자 일부 유저들은 펍지주식회사가 일부러 핵 사용을 방치해 막대한 이득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한다. 배그는 무료로 플레이하고 게임 내에서 상품을 사는 방식이 아닌, 유료로 게임을 구매하고 플레이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클라이언트 보안을 강화하기 보다 사용자 제재에 포커스를 맞추고, 핵 사용 계정을 제재해 게임을 다시 사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부분 때문에 핵 판매자들은 자신들과 게임사가 공생관계라는 표현도 서슴없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 게임인 ‘포트나이트’가 핵 사용자에 대해 메인보드 밴 제재를 내리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어쨌든, 보안 시스템 강화나 운영 등 노력으로 핵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법으로라도 처벌을 해야하는데, 이에 대한 처벌 규정은 지난 2017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관련 제품을 만들고 유통하는 사람에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는다. 

그런데 이를 사용한 사람에 대해서는 법적 처벌이 아닌, 업체에서 내리는 계정 영구 정지 이상의 처벌을 내릴 수 없는 것도 큰 문제다. 지난 2018년에 이용자에 대해서도 2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하는 개정 법률안이 발의됐었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핵 이용자들은 처벌 수위가 낮은 점과 기간제로 구입한 핵이 아깝다는 생각에 핵 사용을 줄이지 않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핵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 위해 법적 처벌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물론 게임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며 사용자에 대한 법적 처벌은 너무하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핵이 법적으로 처벌을 받는 대상이 된 만큼, 이를 사용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법적 처벌은 있어야 할 것이다. 법적 처벌을 받는 도구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전에 먼저 이행되어야 하는 것이 있다. 펍지주식회사가 게임의 수명을 늘리기 위한 콘텐츠 개발에 우선을 둘 것이 아니라, 보안 강화에 우선을 두고 회사의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가장 문제가 되는 중국 지역만의 전용 서버를 따로 두고 해외 접속을 막는 조치도 필요하다. 어렵겠지만 말이다.

여기에 더해 유저들이 납득하기 힘든 현재의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또한 계정 차단을 넘어 하드웨어 차단까지 적극 시행해야 한다. 그래야 악의적 의혹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핵이 범람하는 게임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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