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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통 3사가 막던 국내 e심, 속보이는 늑장도입
  • 안병도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1.05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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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모두가 공중전화를 쓰던 시대에 이른바 '낙전수입'이라는 게 있었다. 100원을 내고 30원 어치 통화를 하면 70원을 거슬러줘야 하는데 공중전화기에서 그런 시스템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방치한 게 원인이다. 결국 수화기를 내려놓으면 그 돈은 사라져서 통신사의 수입으로 들어갔다.

이런 비합리적 수익에 대해 당연히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통신사는 요지부동이었다. 사용자는 다음 사람을 위해 일부러 수화기를 내려놓지 않아 전화를 걸 수 있게 만드는 방법으로 이런 부당함에 나름 저항했다. 결국 이 시스템은 전화카드 같은 시스템이 나오기 전까지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올해 9월부터 국내 스마트폰에서 e심(embedded SIM)을 쓸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그런데 이 서비스는 사실 해외에서 수년 전부터 서비스되어 왔다. 그렇지만 ‘IT 최강국’을 외치는 국내에서 이제야 도입된다. 여기에는 어떤 기술적인 이유도 없다. 그저 매출 타격과 사업성 악화를 우려한 통신 3사가 적극적으로 e심 도입을 막아왔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e심(eSIM)은 매우 간단한 시스템이다. 기존 유심은 사용자가 별도로 구입해 스마트폰에 삽입하는 물리적 형태 칩이다. e심은 가입자 식별을 위한 칩인 심이 단말기 메인보드에 내장돼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용자 정보를 단말기에 데이터 형태로 다운로드 받으면 휴대폰 번호와 통신사를 변경할 수 있다. 

e심이 도입되면 '듀얼심' 기능을 쓸 수 있다. 그러면 기존에 업무용으로 세컨드 폰을 쓰던 이용자는 스마트폰 한 대로도 두 개의 번호를 쓸 수 있다. 번호마다 다른 요금제를 쓰는 것도 가능하다. 따라서 소비자의 선택권이 늘어난다. 예를 들어 통화만 제공하는 이동통신 요금제를 기본으로 쓰면서, 데이터는 훨씬 저렴한 알뜰폰 요금제를 따로 가입해서 쓸 수 있는 것이다.

비대면 개통 과정도 간편해 질 수 있다. 특히 알뜰폰 요금제 가입이 편해진다. 현재는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유심을 택배로 수령하고 콜센터 연결을 거쳐 개통까지 길게는 2~3일이 걸리는 불편한 절차다. e심은 셀프 개통이 훨씬 쉬워지는 방식이다.

이렇게 소비자에게 매우 유익한 e심 도입에 통신사가 난색을 보여온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유심 판매 수익 감소가 있다. 보통 소비자가 구매하는 유심칩 가격은 7,700원 정도인데 실제 원가는 1,000~3,000원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가입비를 따로 받지 않더라도 실제 가입비가 유심에 포함되어 있는 셈이다. 서두에 말한 낙전수익처럼 상당한 금전적 이익이 있는데 이걸 포기하기 싫은 것이다.

또한 이통사간 번호이동이 쉽고 알뜰폰 등으로 소비자가 넘어가기 쉽다는 점도 큰 이유다. 그동안 자급제폰 구입의 가장 큰 진입 장벽은 소비자가 유심을 따로 사 휴대폰에 스스로 꽂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직장인, 어르신 등 바쁘고 IT기술에 둔감한 사람들은 당연히 이 과정을 혼자하기 어려우니 비싼 돈을 내고 이통 3사를 이용해야 했다. 통신업계에서는 각 대리점 등이 영업능력으로 판매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든다는 점을 꺼려하고 있다. 때문에 경쟁 심화로 인해 마케팅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글로벌 기술이 단순히 거부한다고 막아지는 게 아니란 점이다. 아이폰이 국내에 들어왔을 때 이통사들이 기를 쓰고 막으려 했지만 결국 스마트폰의 대세를 막지 못했다. 와이파이칩을 국내 출시 스마트폰에서 제거하며 무료로 인터넷을 이용하는 걸 계속 막아오던 행동은 국내 기술의 낙후만 가져왔다. 

요금을 올릴 수 있는 5G 기술은 전 세계에서 첫번째로 상용화하고 광고하면서 e심이란 세계적 추세는 몇 년이나 늦게 도입하는 건 너무도 속보이는 행동이다. 그렇다고 이통 3사의 순이익이 적은 것도 아니다. 단말기 유통법 이후 이통 3사의 순이익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중이다. 

이런 와중에 약간의 금전적 수익과 비즈니스 차질 우려 정도로 소비자 혜택이 큰 e심을 늑장도입하는 걸 어떻게 봐야할까? 오래전 낙전수입에 집착하던 탐욕스러운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약간의 이익을 포기하고 글로벌 기술을 빨리 받아들여 그 안에서 새롭게 경쟁해야 제대로 혁신을 이룰 수 있다. 단순히 소비자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이 계속 'IT최강국'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e심 도입은 더 빨리 이뤄져야 한다.

출처=도이치텔레콤

안병도 칼럼니스트  press@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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