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거진 넥슨의 매각 추진설의 배경과 분석, 그리고 한국 게임산업이 당면한 여러 문제와 향후 역할에 대한 분석과 대안 제시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매각의 이유에 대한 예상도 다양했고, 이렇게 되기까지의 문제 및 해결 방안도 제시됐다.

콘텐츠미래융합포럼은 14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회의원회관 제4회의실에서 제5차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주제는 ‘넥슨 매각 사태 : 그 원인과 대안은 무엇인가’다.

이 자리에는 콘텐츠미래융합포럼의 공동대표 중 민주평화당 김경진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이 참석했으며, 발제는 위정현 콘텐츠미래융합포럼 의장이 맡았다.

위정현 의장은 발제를 통해 "넥슨 매각설이 아닌 텐센트 매각설이었고 넥슨이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면 좋은 소식이었겠지만 아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에 만감이 교차하고 있다."며 "게임 업계를 잘 모르는 어떤 분이 ‘김정주 대표가 다른 산업에 관심을 보인다던데, 넥슨 매각은 기술 스타트업에겐 호재’라는 발언을 했다. 만약 삼성전자가 화웨이에 매각된다거나 ‘방탄소년단’의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중국 완다에 매각된다고 해도 이런 말을 할텐가"라며 개탄해했다.

이어 위 의장은 "게임 산업의 위기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문화산업으로 인정하지도 않고 애들 푼돈 따먹는 오락으로 보는 시각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대통령은 방탄소년단에게는 축전을 보내면서 중국나 세계를 석권한 한국 게임에게는 보내지 않는 예를 들었다. 이것이 게임 산업이 처한 현실이라는 것.

위 의장은 최근 김정주 대표의 매각 판단 배경에는 게임 산업과 넥슨의 한계에 대한 비즈니스적 판단이 있는 것으로 봤다. 넥슨의 모바일게임 전환 지연에 따른 저조한 성적, 중국 정부 규제에 의한 ‘던전앤파이터’의 지속성 우려 등으로 국내와 해외에서의 넥슨의 성장성에 의문을 가졌다는 것. 

여기에 국내 게임 업계가 신규 IP 부재와 과거 IP 활용 등 과거 일본의 침체기와 유사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등 정체기에 접어들고 있으며, 글로벌 게임 시장 정체 및 중국 시장의 규제, 결제한도-셧다운-질병코드 도입 등 규제 중심의 정책 등이 지분 매각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봤다. 

향후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는 넥슨 매각에 대한 시나리오는 4가지를 들었다.

첫 번째는 텐센트로의 매각이다. 텐센트가 최근 중국 정부의 게임 규제 정책으로 해외 시장을 넘보는 만큼 넥슨 인수를 통해 중복 투자사업을 정리하고 넥슨의 주요 IP를 흡수해 활용하는 것은 물론 넥슨의 구조를 개편할 것으로 봤다.

두 번째는 컨소시움으로의 매각이다. 한 기업이 10조원을 들여 인수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만큼 주요 대기업들이 다자간 컨소시움 형태로 참여하거나 특정 기업이 대리인을 내세워 개입하는 변형된 컨소시움도 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 번째는 일부 기업으로의 부분 매각이다. 김 대표의 지분 전체가 아닌 일부를 몇몇 기업에 매각해 NXC가 1대 주주 지위를 유지함과 동시에 해당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개발력과 유통 능력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3N의 3자 동맹 가능성은 물론 넥슨의 개발력과 퍼블리싱 능력의 보존과 강화를 전망했다.

네 번째는 매각 실패와 현상 유지다. 이럴 경우 김 대표의 심리적 지배력은 약화되고 김정주 신화는 소멸할 것이며, 넥슨코리아와 넥슨 재팬의 전문 경영인 체제가 강화되며 계열사간 경쟁 구조가 가속화되는 등 선진국의 기존 대기업의 진화 과정과 비슷할 것으로 예측했다.

위 의장은 "4가지 시나리오 중 일부 기업들에게 부분 매각을 통해 국내 게임사업 강화와 동시에 넥슨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는게 가장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론 두 번째와 네 번째 중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론의 추이다. 매각을 한다면 한국 게임산업을 외국에 팔아넘겼다는 오명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김 대표가 피하고 싶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바꿔야 할 향후 과제로서 산업계에서는 공격적인 게임 개발 시도와 스타트업-벤처-인디 등 혁신적 흐름으로의 변화, 정부에서는 성장과 규제 정책의 전면 재검토와 대규모 게임 펀드 조성, 학계에서는 다양한 연구-교육과 게임교육 커리큘럼의 혁신 등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위 의장은 "김 대표의 입장문에서 회사 성장을 위한 방법을 스스로 묻는 것을 보고 기뻤다. 이런 철학을 좋게 평가하지만 이 약속을 지켰으면 한다. 또한 이번 논란도 한국 게임산업의 역량 강화로 이어지길 바란다"며 발제를 마쳤다.

발제 발표에 이어 토론회도 열렸다. 이 자리에선 전주대 한동숭 교수를 좌장으로 명지대 김정수 교수,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 스노우파이프 류명 실장,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황성익 회장 등이 참여했다.

스노우파이프 류명 실장은 "그동안 국내 게임 기업의 해외 매각 사례가 많지만 이런 파장을 낳은 적이 없었다. 이로 인해 20년간 일해온 주위의 업계인들은 국내 게임산업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고 자괴감이 든다고 말한다. 넥슨은 한국 게임의 롤모델이기에 이런 업체가 매각될 수도 있다는 소식 하나만으로 파장이 크다. 작은 구멍들이 모여 이런 상황이 벌어진 듯 싶다. 게임에 대한 풍토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명지대 김정수 교수는 "지금 당장 넥슨을 살 곳이 없다고 본다. 과거 디즈니가 시도했다지만 10년 후 넥슨의 가치도 달라졌고 디즈니의 관심사도 달라졌다. EA나 액티비전 블리자드 등은 서구형 틀을 가진 회사로 넥슨에 관심 없을 것이다. 남은 건 중국과 일본 회사인데 중국 기업은 정부의 강력한 제재로 쉽지 않다."며 "과거 비벤디가 액티비전과 블리자드 매각을 선언했다가 철회하고 재정비한 바 있다. 넥슨은 게임 전문 기업인 것이 한계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좋은 파트너를 만나 사업 확장의 계기로 삼아 글로벌 기업으로 반등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은 "오래 만나온 김 대표의 의중을 정확히는 모르지만 매각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인수도 해봤고 매각도 해봤는데 항상 명분은 그 회사를 성장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상황에 따라 성장 방법을 택한 것"이라며 "글로벌 게임 시장은 여전히 성장 중이다. 다른 나라는 성숙기나 쇠퇴기 논란 자체가 없다. 이런 얘기가 나오는 이유가 뭘지 사회가 고민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규제에 대한 부분도 언급했다. 김 의원은 "게임 규제가 가장 심했을 때가 MB정부였다. 셧다운제가 만들어졌고 게임을 마약과 동일시했다. 특히 당시 모 장관에게 상을 받는 자리에서 ‘좋은 머리 두고 이런 거 하지 말고 사회에 좋은 일을 하라’는 말까지 들었다."는 일화도 공개했다. 

하지만 규제 때문에 매각을 고려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현 정부에서도 게임 관련 규제가 해결된 건 없지만 이런 말이 나오면 안 된다. 그만큼 이 산업에 심어진 굴레가 너무 심하기 때문이며 상식적으로 만들어질 수 없는 규제가 많다. 명분은 청소년 보호라고 하지만 모든 사용자가 신분을 증명해야 하는 산업은 술과 사행성 산업 뿐이다. 옳지 않은 규제의 틀이 개선되지 않는 한 이런 사태는 계속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모바일게임 셧다운제가 도입되면 반드시 게임 산업은 망한다고 생각한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대기업 외에 중소기업은 거의 망했다. 한국만 가지고 있는 이런 문제는 현 정부 내에서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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