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의 석학들이 모여 세계보건기구의 게임 장애 질병 코드 추진에 대한 문제점을 분석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그리고 게임 장애를 다루는 다수의 논문들에서 불명확한 개념 정의와 근거, 매번 상이한 도구와 척도, 비의학적 문제를 의학적 문제로 몰아가기 등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게임과학포럼은 2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심포지엄인 제2회 태그톡(T.A.G talk)- '게임 장애, 원인인가 결과인가' 행사 개최를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개최, 발표 내용을 미리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번 행사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에 포함시킨 ‘게임 장애’(Gaming disorder) 질병 등재 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분석하고, 게임 과몰입과 중독 등 이슈에 대한 균형 있는 시각에서의 재해석 및 대응 방향 제시하고자 마련된 자리다.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윤태진 교수는 게임 중독에 관한 학술적 연구의 역사와 그 문제점에 대해 공개했다. WHO는 게임 장애 항목을 존속하며 이를 중독의 일종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특히 물질적 중독으로 보고 있고 도박과 유사하게 간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3년 DSM에서 처음 등장한 '게임 장애'는 추가연구가 필요한 범주로 분류되어 질병코드 부여가 보류됐는데, 5년이 흘렀어도 여전히 과학적 근거가 충분히 축적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

그래서 그는 관련해 해외 학술지에 제출된 1,500개의 논문 중 관련이 있는 721개를 분석해보니 한국 기관에 속한 학자들이 낸 논문이 가장 많았고 다음이 중국-미국-독일 순이었다고 한다. 또한 이중 아시아권에서는 정신의학 분야의 비중이 높고 북미-유럽권에서는 심리학 분야의 비중이 높다는 것. 이는 어느 분야에 재정적 지원이 많은가가 밀접한 관련이 있지 않나 짐작하고 있다고 그는 밝혔다.

그리고 아시아권에서는 90% 이상의 논문이 중독에 대한 개념적 질문부터 시작하지 않고 일단 전제하거나 동의한 상태에서 연구를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고, 지난 2016년부터 과몰입과 중독 개념에 사전 동의나 전제를 하고 연구를 진행한 논문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 논문에서는 ▲게임 중독의 개념 정의에 대한 학술적 합의 부재 ▲게임 중독 진단의 도구-척도가 상이-다양하고 타당도의 확신도 부족 ▲한국/중국의 정부의 연구비 지원기관은 정신의학 분야 ▲게임이나 게임 장르를 특정하지 않고 연구 당시 인기있었던 게임/장르의 무분별 채택 등의 문제점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처럼 총 1,500편 정도의 논문을 분석한 결과, 게임 중독의 학술적 근거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5년간 이를 바꿀만한 근거가 나오지 않았고 합의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게임 중독이 의료화(Medicalization, 비의학적 문제가 의학적 문제가 되어가는 과정)의 전형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비의학적 현상을 의학적 방법에 의해서만 치유할 수 있다는 명제가 강력하게 작동하는 상황이라는 것.

그리고 게임 중독 의료화를 주도하는 주장 제시 집단과 대응 집단간의 일종의 싸움이 붙었고, 이로 인해 학술적 디테일이 가려지고 정치-사회적 맥락으로 겹쳐지며 삼천포로 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연구는 게임 중독 의료화 명제를 지지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미디어 언론보도를 오래 연구한 결과 최근 20년간 사설에서 게임을 직접 다룬 것이 40건인데, 그중 36건이 "게임이 문제다. 정부는 뭐하냐. 애들을 살려라"라는 내용이다. 이런 사회적 담론이 지배적인 환경에서 다른 나라와 같은 연구가 가능할지 의심스럽다는 것.

마지막으로 그는 "이런 상황은 우리가 가진 게임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에 의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간 게임 연구의 전형적 사례는 게임을 잘 모르는 연구자가 연구하기 쉬운 제한된 피험자를 대상으로 불완전한 진단도구로 연구해 그 결과를 결론으로 내려버렸다. 그것이 전형적인 게임 연구의 스타일"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내에 만연한 게임의 부정적 인식에 대해 "사회적 담론의 효과는 강력하다. 게임 회사 다니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럽나. 하지만 10년 전만 해도 자랑스러운게 아니었다. 물론 많이 개선됐지만 부정적 담론이 계속되면 변할 것이고 우수 인력이 게임 산업에 가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게임 아트 직군의 여성 인력 비율이 줄어들고 있는데 이는 선호도가 낮기 때문이며 장기적으로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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