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의 석학들이 모여 세계보건기구의 게임 장애 질병 코드 추진에 대한 문제점을 분석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그리고 게임 장애 질병 코드 추진은 의료계의 블루오션으로 자칫 의사들의 인센티브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 만큼 게임에 대한 극단적인 과잉 의료화 추진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게임과학포럼은 2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심포지엄인 제2회 태그톡(T.A.G talk)- '게임 장애, 원인인가 결과인가' 행사 개최를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개최, 발표 내용을 미리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번 행사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에 포함시킨 ‘게임 장애’(Gaming disorder) 질병 등재 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분석하고, 게임 과몰입과 중독 등 이슈에 대한 균형 있는 시각에서의 재해석 및 대응 방향 제시하고자 마련된 자리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 이경민 교수는 게임에 대한 과잉 의료화의 한계와 위험에 대해 언급했다. 인간의 문제들을 질병으로 파악하고 병인론과 치료법의 관점에서 대응하는 의료화(Medicalization)는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현상 중 하나라고 한다. 하지만 게임 관련 의료화는 과잉 의료화(Over Medicalization)에 해당한다는 것. 

의료화는 이미 우리 사회에 팽만해있다고 한다. 어려운 문제에 당면하면 골치가 아프거나 일부 신체들이 아플 수 있는데, 이것을 스트레스 받는다고 하는 게 아니라 두통이고 진료를 받아 두통약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게 의료화라는 것. 

진단이 치료가 되고 연결되는 하나의 프레임이 의료화이며, 이미 사회 속에 너무 많이 퍼져있어서 인식하지 못하고 쓰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가 문제 삼고 있는 것은 극단화된 의료화 추세인 과잉 의료화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화 계기에는 세 가지 측면이 있는데, ▲임상적 측면 ▲사회적 측면 ▲경제적 측면 등이다. 임상적 측면은 약이나 수술, 기계 등 유용한 기술중심적 의료인데, 유용성의 한계를 명확히 하지 않고 너무 보편화시킨다는데 문제가 있다. 

그리고 사회적 측면은 발생하는 문제를 독점적 전문가에게 의존한다는 것이고, 여기의 중요 포인트는 계기가 있고 면허를 가진 추동 세력들이 있다는 것이다. 의사를 예로 들면 20세기 초 미국에서 독점적 전문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미국의사협회가 전문적 지식을 사용해 독점권을 확보하고 의존하도록 사회를 재구성하는 등 어떤 전략과 정치적 행위를 했는가가 중요한 계기로 볼 수 있다는 것. 즉 의료화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게 아니고 역사-문화적 배경을 통해 발생한 것이라고 한다.

경제적 측면으로는 문제 해결의 상품 서비스화다. 예를 들어 아이가 열이 많이 나면 예전에는 집에서 해결했었는데 지금은 무조건 응급실에 데려가는 것이 의료화의 문화적 차이라고 한다. 집에서 원인을 살펴보고 관리하는게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 무조건적 의료화는 의료적 재앙을 만들어 오히려 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의료화는 ▲전문가 중심주의 ▲소비자 주의 ▲상업 주의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어려운 문제가 있고 전문적 지식이 필요한 사안이 분명 있는데, 이를 일반화 시켜서 모든 문제를 의료적 관점에서 보는게 옳다라고 주장하는 게 과잉 의료화라는 것.

앞으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문가 스스로가 독점적 지위가 아닌 문제 해결의 촉매 역할을 해야 하고, 소비자는 의료 소비자로 남지 않고 해결자로서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의료를 상품화하고 서비스화한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기에 같이 연대와 협동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그는 과잉 의료화를 "건강 불안과 병팔이"라는 단어로 요약했다. 약장사들은 병을 팔진 않기에 약을 팔기 위해 병을 만든다는 것. 그런 측면에서 WHO에서 진행 중인 게임장애의 질병코드 작업은 원인을 확정하고 과학적 근거가 새로 발견된 게 아니며, 세계적 추세를 볼 때 게임 관련해서 과용하는 사람이 많아지니 진행했다는 것. 특히 게임을 오래 하는 단어의 표현도 '게임 과용'으로 봐야지 '게임 중독'이나 '게임 과몰입'으로 표현하는 것은 이미 의료화 프레임에 엮인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리고 WHO가 질병코드를 잡는 것 자체가 어떤 목적인지 잘 봐야 한다고 한다. 문제 해결이 목적이지 원인 확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원래 질병코드화는 이 문제를 같이 해결하는데 체계적 분류가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결책이 마련된 것도 아니고 원인이 발견된 것도 아닌데 사회 현상으로 과용되고 있으니 이 문제를 체계적으로 전문가가 모여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체계적 해결을 위해 분류가 필요하고 서로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해 명확한 정의를 할 필요가 있다는 목적에서 마련된 것이라고. 

특히 "원인 확정이 아니다"라는 것을 꼭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걸 꼬아서 "이게 등재됐으니 이건 병이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을 넘어 음모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그는 지적한다.

우리가 뇌가 발달하고 인지능력이 향상될 때 필요로 하는 과제가 있다고 한다. 성장을 통해 청소년기가 되면 자기 통제 능력을 길러야 하는데 이것이 발달 과제라는 것. 이를 어떻게 획득하는가라고 하면 현대에서는 게임을 통해 할 수 있다고 한다. 게임은 이유없이 해보는 것이고 반복-다양하게 하며 새로움 탐색하면서 인지능력 향상되고 뇌가 발달한다는 것. 

그런데 중독이니 뭐니 하며 게임을 절대 접하면 안 되는 것처럼 얘기하면 자기 통제는 어디서 배우는지 되물으며 그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들은 누구나 발달을 위해 하는 과잉 소비가 있을 수 있다. 어떤 발달 과정에 꽂히면 6개월~1년간은 계속 그것만 한다. 자신의 인지발달 과제를 하는 자연스러운 행동이고 정상적 발달 과정을 통해 자기 미성숙을 해결하는 과정인데 그걸 질병코드로 붙이면 질병코드 자체를 과용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자기 통제력 미성숙이 정신병 취급을 받을 수 있음을 우려했다.

다음으로 질병코드는 오용의 우려가 있다고 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자녀가 스트레스와 우울증 진단을 받는 것보다 게임중독 진단을 받으면 내 책임은 없고 게임을 만든 회사의 책임이라고 생각해 속편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 의료인 입장에서도 편리하다. 보호자들에게 병에 대한 설명과 여러가지 대책 강구에 대한 설명보다 게임중독으로 부여하면 1시간 할 일을 2분이면 금방 처리된다. 

이 부분은 기억장애에서도 많이 오용되고 있다고 한다. 기억력이 낮아지면 노화나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인데 치매라고 판정내리면서 약 주고 관리한다는 것. 의료인 입장에선 아주 편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남용의 우려도 있다고 한다. 이는 목적 자체가 완전 잘못된 활용이다. 보험 체계 속에서 비보험 수가를 받으면 수가가 엄청 올라간다고 한다. 보험 코드를 받으면 의료인 입장에서는 싫어한다고. 보험-비보험 체계가 수가 체계의 문제이고 금전적 문제에 엮여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게임중독 코드가 새로 붙으면 적절한 치료를 위해 보험 인가된 것이 없다고 한다. 몇 년 후에 나오겠지만 그 사이 돈 버는 기회가 생기는 것인데 소아청소년과에서 자칫하면 잘못된 의료인들에게 인센티브로 활용될 우려가 있다는 것. 

그리고 새로운 연구로 인한 이득이 많다고 지적한다. 질병 코드로 잡히는 것 자체가 블루오션 하나를 터주는 것과 같다고. 그러면 새로운 질병이니까 그 연구가 새로운 것이라고 포장하기 쉽고 이를 통해 내가 받는 인센티브에 대한 유혹이 될 수 있다는 것. 

마지막으로 그는 "사회 현실이 부정적인 측면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의료화와 과잉 의료화가 어떤 문제가 있는지, 그리고 이로 인해 우리 사회 현실에서 어떤 왜곡의 우려가 생길 수 있는지 짚어봐야 한다."는 말로 발표는 마쳤다.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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