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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e게임] 마침표를 찍지 못한 크로스오버 신작 '판타지아 리빌드'

크로스오버는 서브컬처에서 필살기로 통하는 소재다. 유명 IP(지식재산권) 콘텐츠의 세상 혹은 캐릭터를 대등하게 섞어 새로운 세상을 창조한다. 익숙한 소재를 새롭게 즐기는 방식으로, 원작이 어떻게 반영됐는지 찾아보는 재미를 제공한다. 대전격투를 즐기는 게이머들에게는 어떤 게임의 캐릭터가 더 강한가라는 주제에 답을 주곤 한다. ‘슈퍼로봇대전’, ‘더 킹 오브 파이터즈’, ‘마블 VS 캡콤’ 시리즈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장점이 많은 소재이지만 이를 활용한 게임은 생각보다 드물다. 최근에 비슷한 개념인 컬래버레이션이 자주 활용되는 것과 대비된다. 두 개념은 비슷하게 보일 수 있지만 세부적인 디테일이 다르다. 모든 소재를 조화롭게 섞는 크로스오버가 비빔밥이라면, 컬래버레이션은 서비스로 제공되는 반찬에 비유할 수 있다.

컬레버레이션 콘텐츠는 어디까지나 서비스라 소비자의 호불호가 평가에 반영되는 부분이 적다. 제대로 잘 만든 서비스는 유저의 흥미를 자극하는 콘텐츠가 되고, 완성도가 낮아도 이벤트로 치부하면 그만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낮은 비용으로 높은 효과를 볼 수 있으니 어렵지 않게 시도할 수 있는 방식이다. 반대로 크로스오버는 모든 IP를 맛깔나게 버무려야 한다. 원작의 특색을 살리고, 전체적으로 조화롭게 완성해야 한다는 조건도 따라붙는다. 한마디로 개발이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2월 일본 시장에 본격적인 크로스오버 신작이 출시돼 눈길을 끈다. 카도카와 산하 후지미판타지아문고의 소설(라이트노벨) 세계를 엮은 ‘판타지아 리빌드(ファンタジア・リビルド)’다. 여러 개의 라이트노벨 세상을 섞은 게임이다. 사용된 IP는 올해 32살이 된 ‘초폭마도전 슬레이어즈’부터 ‘풀 메탈 패닉’, 2015년 발매된 ‘게이머즈’ 등 13개 이상의 소설이 게임의 소재로 사용됐다.
 

■ 유명 라이트노벨의 주인공이 뭉친 본격적인 크로스오버 세상

슬레이어즈 주인공 리나 인버스와 제르가디스

‘판타지아 리빌드’는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크로스오버를 진행했다. 각각의 세계가 부서지고, 이를 다시 원래의 세계로 되돌리는 탐험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은 여러 세계의 주인공에게 힘을 부여하는 설정이다. 이를 돕는 수수께끼의 캐릭터 엔데와 기함 오리큐렐을 타고 세상을 여행한다는 설정이다. 각기 독립된 이야기로 스테이지를 나눠 개발 리소스를 아꼈다.

캐릭터 간의 크로스오버는 준수하다. 오리지널 캐릭터의 비중을 낮추고, 원작의 캐릭터가 이야기를 끌고 가는 식으로 대부분의 시나리오가 구성됐다. 철저히 팬 서비스를 의식한 구성이다.

전투에서는 오리지널 캐릭터와 교감하는 상호작용 보이스를 추가해 즐길 거리를 늘렸다. 이밖에 텍스트 어드벤처 형식으로 진행되는 스토리텔링에서 게임 속 세계관을 알려주는 대화, 캐릭터의 성격을 살린 약간의 유머 등이 포함됐다. 소설을 읽지 않은 유저에게도 친밀하게 다가서기 위한 구성으로도 보인다. 출시된 지 오래된 소설을 새로운 세대의 게이머에게 알리는 홍보 효과를 노린 듯하다.
 

■ 시나리오 보다 먼저 시작되는 뽑기와 강화 튜토리얼

게임 구성은 독특하다. 처음 접속하면 짧은 애니메이션을 보여주고 바로 뽑기와 강화 튜토리얼을 시작한다. 이후 전투를 통해 붕괴된 세계를 구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하나씩 등장한다. 긍정적인 시선으로 보면 원하는 캐릭터를 무료 재화로 뽑고 시작하는 리셋 마라톤(리세마라)이 편하고, 부정적으로 보면 튜토리얼을 대충 만든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본격적인 스토리가 진행되는 순간부터 튜토리얼과 소개는 유저가 직접 찾아봐야 한다. 대부분의 게이머가 알고 있는 강화와 뽑기는 친절하게 절차를 밟아가며 알려주는데, 전투 시스템은 헬프와 추론을 통해 유저가 직접 학습을 해야 한다.

몇 가지를 꼽아보면 캐릭터의 분류와 상성관계, 스테이터스가 의미하는 것, 스킬의 효율 등을 직접 확인해가며 파악해야 한다. 이는 모든 것을 설명하는 최신 트렌드와는 거리가 있다. 극단적으로는 유저가 대부분의 시스템을 외부 자료 혹은 게임에서 이미 학습했다는 전제를 깐 것처럼 느껴진다.
 

■ 전략의 차별화를 위한 로테이션 시스템

전투의 핵심은 매 턴마다 캐릭터를 바꿔 로테이션 스킬을 발동시키는 것이다

전투는 7개의 캐릭터를 바꿔가는 턴제 방식을 사용했다. 수집형 게임에서 자주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전투는 캐릭터 6개, 서포트 캐릭터 1개로 팀을 꾸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후 3명의 캐릭터의 행동을 결정하고 공격 버튼을 누르면 턴이 끝난다.

여기에 로테이션 시스템을 더하는 것으로 전략의 깊이와 차별화를 꾀했다. 캐릭터의 행동을 결정하기 전 캐릭터 창을 좌우로 돌리면 등장 캐릭터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초반 스테이지는 강력한 서포트 캐릭터 홀로 클리어 가능할 정도로 쉽다

로테이션 한 캐릭터에게는 잠시 버프가 걸린다. 따라서 로테이션으로 버프를 걸고, 스킬 쿨타임과 상성을 고려해 적을 상대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쓸 수 있다. 초반부에는 캐릭터의 육성이 전투의 승패를 가르지만, 육성이 일정 수준에 달한 이후 로테이션 시스템의 활용도가 오를 것이 분명하다. 참고로 이 로테이션 시스템 역시 튜토리얼에서는 알려주지 않는 것들 중 하나다.
 

■ 세계를 구하고, 캐릭터를 리빌드하라

클리어 보상 경험치는 기대하지 말자

육성 시스템은 단순하다. 캐릭터 레벨과 스킬, 장비(프라그먼트), 리빌드로 크게 나뉜다. 어려운 단어로 포장했지만, 수집형 RPG의 초월 시스템으로 이해해도 무방하다.

제목에도 사용된 리빌드는 세상과 캐릭터를 재구축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캐릭터를 리빌드하면 외형이 바뀌며, 성능이 강화된다. 한 캐릭터는 최대 4번까지 리빌드할 수 있으며, 이때마다 레벨 최대치가 오른다.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최고 레벨은 100이다.

장비 개념인 플레그먼트는 원작 소설의 주요 장면을 모티브로 개발됐다

육성 속도는 대단히 느리다. 캐릭터 레벨은 전용 던전에서 나오는 육성 재화를 써야 하며, 스킬과 장비, 리빌드 역시 전용 던전 보상이 있어야 한다. 스테이지 반복 입장 기능과 완전 자동 전투도 없어 반복 플레이를 통한 육성도 어렵다. 9개의 특성 캐릭터를 키우려면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 몰입을 방해하는 로딩과 인터페이스 디자인

스토리와 재화 던전을 빼면 남는 콘텐츠는 탐험 뿐이다

론칭 버전에서 스토리와 재화 던전을 제외한 콘텐츠는 탐험 정도다. 육성한 캐릭터 3개로 재화를 자동 수집하는 비동기 콘텐츠다. 다른 유저와 대전하는 PvP, 보스전이나 토벌 기능은 아직 구현되지 않았다. 한마디로 육성과 시나리오를 제외하면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없다.

잦은 로딩과 인터페이스(UI)는 명백한 담점이다. 캐릭터를 파티에 배정할 때마다 선택창 로딩을 봐야 하고, 전투 로딩부터 결과 학인까지도 모든 순간에 틈틈이 로딩이 진행돼 맥이 끊기기 일쑤다. 

콘텐츠 소개 이미지 닫기와 이전-다임 페이지 버튼. 편리함과 직관성과는 거리가 멀다

UI는 닫기 버튼이 숨겨져 있거나, 파티 구성을 일일이 수동으로 진행해야 되니 불편하기 짝이 없다. 여기에 로딩이 겹쳐지면 파티 편성 시간이 전투 시간보다 길어지기도 일쑤다. 또, 시스템 소개 이미지의 가이드 화살표를 터치하면 낮은 확률로 작동할 만큼 마무리가 열악하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을 하나 꼽자면 캐릭터 보이스(CV)가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재활용이 가능한 스킬 사용, 전투 대사, 승리 대사를 제외하면 캐릭터의 목소리가 사용된 곳이 없다. 시나리오 대사를 모두 읽어주는 것 까지는 아니더라도, 중요한 부분에서 감칠맛을 더하는 대사 하나, 주인공의 시그니처 대사 쯤은 목소리로 들려줬으면 하는 부분이다.
 

■ 신선한 부분도 있는데 친숙한 이 느낌은 뭘까?

필살기 연출과 캐릭터 애니메이션 연출도 완성도가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판타지아 리빌드’는 이름값에 비해 완성도가 아쉬운 신작이다. 콘텐츠의 완성도라는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이런 문제들 때문인지 일본 현지 시장에서도 서비스 인기순위와 매출순위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론칭 당일 발생한 접속 에러, ‘페이트/그랜드 오더’를 연상케 하는 것도 이유일 수 있다. 분명한 점은 사용된 IP의 이름값에 못 미치는 성과라는 점이다.

크로스오버 완성도는 기대이상이지만, 시스템과 전체적인 완성도가 강점을 갉아먹는다

하지만 크로스오버 게임에 기대하는 기본적인 재미와 차별화된 전투시스템은 확실히 구현돼 있으니, 미완의 부분들을 보충한다면 보다 좋은 게임이 될 가능성은 있다. 녹이 슨 명검에 다시 날을 세울 의지가 개발사와 퍼블리셔에게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런 부분들이 개선된다면, 현지 성과는 물론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의 성과도 기대해봄 직하다.

서삼광 기자  seosk@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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