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래프트3: 리포지드’가 1월 29일 출시됐다.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는 지난 2002년 출시된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RTS) 게임 ‘워크래프트3’와 확장팩인 ‘프로즌 쓰론’을 통합하고 그래픽 품질을 높여서 다시 출시된 게임이다.

엄밀하게는 그래픽 품질만 높인 것이 아니라 각종 유닛 모델도 전반적으로 다시 만들어졌다. 일부 유닛에는 여성 유닛 모델링이 추가되기도 했다. 캠페인(싱글플레이)에는 새로운 내용의 미션도 추가됐다. 그리고 자막만 한국어를 지원했던 원작과 달리,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는 음성과 자막 모두 한국어가 지원된다. 원작을 재미있게 즐겼던 유저 입장에서는 분명 매력적인 요소들이다.

2002년에 ‘워크래프트3’가 출시된 직후에 구매해서 즐겼던 본 기자는 이 게임에 대한 기대치가 꽤 높았다. 이에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가 출시된 직후에 바로 즐겨봤다.

■ 새로운 모델링과 고해상도로 돌아온 각종 유닛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는 원작의 그래픽에서 해상도만 높인 것이 아니다. 각종 유닛들의 모델링은 아예 다시 만들어졌다. 덕분에 원작에 비해 유닛의 모습이 훨씬 구체적으로 변했다. 언데드 유닛들의 경우 너무 구체적이어서 처음 볼 때는 다소 징그럽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무엇보다 가장 반가운 것은 고해상도 그래픽으로 다시 만들어진 ‘아서스’, '스랄', '우서' 등 유명 인물들을 볼 때였다. 여기에 한국어 성우의 목소리까지 구현됐다. ‘워크래프트3’에 한국어 음성이 지원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작을 재미있게 즐겼던 유저 입장에서는 캠페인을 다시 한 번 플레이하고 싶게 되는 요소들이다.

다만, 그래픽에 대해서는 다소 아쉬운 점도 있다. 해상도도 올라갔고, 모델링도 다시 만들어졌기에 유닛의 모습 자체는 괜찮다. 하지만 2020년에 출시된 게임이라고 보기에는 전반적인 그래픽 품질이 다소 떨어지는 수준이다. 특히 유닛을 제외한 각종 배경 그래픽의 품질이 아쉬웠다. PC 사양에 따라서 옵션으로 그래픽 품질을 더 올릴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이 어땠을까 싶다.

기술 애니메이션이나 컷신의 애니메이션 품질이 다소 떨어지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캠페인에서 자주 등장하는 컷신에서는 몇몇 영웅들의 동작이나 사라지는 모습이 어색하게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중요한 장면에서 이런 모습이 나올 때면, 게임에 대한 몰입감이 떨어졌다. 

그리고 원작에서 각종 영웅들이 자신의 고유 기술을 사용할 때 나왔던 특유의 효과들은 제대로 구현되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은 오크 영웅 ‘검귀’가 사용하는 궁극기 특유의 소용돌이 효과가 굉장히 밋밋해진 것이다. 다른 영웅의 기술도 이런 식으로 특수 효과가 약해진 것이 종종 보인다. 원작에서 궁극기를 사용할 때의 느낌과 비교하면 여러 모로 아쉬운 점이다. 유닛 모델링이라는 기본 뼈대는 잘 만들었으니, 앞으로 이를 기반으로 애니메이션과 특수 효과가 개선되고 추가됐으면 좋겠다.

이렇게 몇 가지 아쉬운 점은 있었지만, ‘워크래프트3’의 완성도 높은 캠페인을 새로운 모델링과 개선된 그래픽으로 즐기는 것은 분명 즐거운 경험이었다. 한국어 음성이 지원된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다만, 원작을 즐기지 않았던 신규 유저들 혹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즐기고 있는 유저들에게는 어필하기 힘들 듯 하다.

■ 이제 최신 ‘배틀넷’과 제대로 연동되는 멀티플레이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는 이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이하 블리자드)의 구 배틀넷이 아닌 최신 ‘배틀넷’과 제대로 연동된다. 덕분에 유저들은 사설 서버 등을 통하지 않고 최신 ‘배틀넷’을 통해 멀티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또한, 친구관리 같은 각종 기능은 최신 ‘배틀넷’의 요소를 대부분 그대로 구현했다. 이는 싱글플레이만 즐겼던 유저들에게는 큰 변화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지인들과 멀티플레이를 자주 즐기는 유저에게는 그래픽 품질 상승 못지 않은 희소식이기도 하다.

다만, 18년 전과 달리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RTS)라는 장르가 이제는 게임 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게다가 ‘워크래프트3’는 신규 유저들이 적응하기 쉬운 게임도 아니다. 여러 모로 신규 유저가 유입되길 기대하기는 힘든 환경이다. 따라서 멀티플레이는 어느 정도 실력자들만 참가하는 ‘그들만의 리그’가 될 확률이 높다. 본 기자도 원작을 캠페인 위주로 즐겼기에, 멀티플레이 실력은 그다지 좋지 않다.

정리하자면, 게임의 첫 인상은 괜찮았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몇 가지 이유 때문에 게임을 오래 진행할수록 실망감이 조금씩 커졌다. 물론, 크게 보면 원작의 느낌을 잘 살렸다. 다만, 컷신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동작이라든지 전투 중의 기술 효과 등 세부적인 측면의 만듦새는 다소 아쉽다. 이런 세부적인 부분들은 앞으로 수정 패치나 업데이트를 통해 개선되길 바란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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