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위즈가 PC 게임 ‘플레비 퀘스트: 더 크루세이즈’를 4월 9일 스팀을 통해 출시했다. 이 게임은십자군 전쟁이 일어났던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개발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지난 2013년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개발비를 모았던 소규모 개발팀 ‘파이드 파이퍼스’는 네오위즈에 합류해서 8년 간의 게임 개발을 마무리했다.

소규모 개발사의 게임 치고는 꽤 긴 기간 동안 개발된 ‘플레비 퀘스트’. 십자군 전쟁 시대와 전략 시뮬레이션의 만남은 어땠을지 본 기자가 게임을 직접 즐겨봤다.

■ 이 장르에서 흔하지 않은 시대, 십자군 전쟁이 일어난 중세 유럽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가장 자주 사용되는 소재는 바로 ‘삼국지’였다. 그리고 고대 로마부터 현실까지 다양한 문명을 소재로 한 게임도 있었다. 하지만 십자군 전쟁이 벌어졌던 중세 유럽을 소재로 개발된 전략 시뮬레이션은 흔치 않다. 따라서 흔하지 않은 소재 자체가 주는 참신함이 있는 것이다. ‘삼국지’만큼은 아니겠지만 이 시대에 흥미가 있고, 이 시대 소재로 개발된 전략 시뮬레이션을 플레이하고 싶은 유저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것은 뒤에 이야기할 ‘B급 감성’과 ‘네모꼴 캐릭터’처럼 소규모 개발사의 프로젝트였기에 가능한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본다.

■ ‘B급 감성’과 ‘아재 개그’ 감성, 네모꼴 캐릭터가 돋보이는 전략 게임

게임을 실행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네모꼴로 만들어진 캐릭터다. 보통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은 캐릭터의 초상화를 보여주는데, 이 게임은 귀여운 네모꼴 캐릭터가 통통 튀어다니는 모습으로 캐릭터를 구현했다. 본 기자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선호하는 모습은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를 선호하는 유저층도 분명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마도 소규모 개발팀이었다보니 개발 환경이 제한적이었을 테고, 그런 환경에서 시도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 중 하나였을 듯 하다. 어떻게 보면 이 네모꼴 캐릭터가 게임 전체의 분위기를 잘 설명해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게임 전반적으로도 고품질 그래픽으로 구현된 대작 게임의 감성 보다는, 어딘가 나사가 하나 빠진듯한 느낌을 주는 이른바 ‘B급 감성’이 많이 보였다.

게임을 진행하는 방법은 ‘시나리오’ 모드를 통해 익힐 수 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성격의 게임 캐릭터들이 등장해서 재미를 더한다. 배경은 십자군 전쟁이 벌어지는 중세 유럽이지만, 그들이 처한 상황을 보면 우리의 현실을 떠오르게 한다. 왕인 아버지의 높은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아들, 매달 자국의 살림살이와 주변국과의 외교를 걱정해야 하는 왕, 천덕꾸러기 왕자를 이끌어줘야 하는 신하, 형제간의 분쟁과 쌓였던 감정이 만들어내는 협상(혹은 전쟁) 등이다.

캐릭터들의 대사도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본 것들을 패러디한 것이 많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유명한 연설에 나오는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문장과 ‘워크래프트3’의 ‘아서스’가 했던 “왕위를 계승하는 중입니다”라는 문장을 말하며 왕좌에 앉으려고 하는 왕자가 등장하는 식이다. 시나리오의 제목은 ‘왕자의 게임’인데, 이는 소설과 드라마로 나온 ‘왕좌의 게임’을 패러디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패러디가 곳곳에서 적절하게 감초처럼 등장해서 게임의 재미를 더해준다.

게임 전반적으로 나오는 텍스트나 설명에도 위에서 언급한 ‘B급 감성’, ‘아재 개그’ 느낌이 많이 나온다. 가끔은 너무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닌가 할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유쾌하게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다. 이렇게 유쾌한 분위기를 풍기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은 개인적으로는 처음이다. 대부분 진중한 분위기로 만들어지는 전략 시뮬레이션 장르에서는 나름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듯 하다.

■ 전략 시뮬레이션의 요소를 잘 압축한 게임 구조

앞서 언급한 ‘B급 분위기’가 눈에 띄긴 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장르의 ‘재미’를 잘 구현하는 것이다. 그러면 전략 시뮬레이션으로써 이 게임을 평가하면 어떨까?

일단 국력을 키우고 전쟁을 하면서 자국의 영토를 넓이는 전략 시뮬레이션의 기본 구조는 잘 짜여져 있다. 다만 이런 것이 간단하게 압축이 되어있다. 아주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요소까지 통제하고 신경 쓰는 것을 좋아하는 유저 보다는, 간단하게 핵심적인 요소만 신경 쓰고 바로 바로 전쟁으로 돌입하는 유저에게 잘 맞는 듯 하다.

그리고 각종 자원을 수집할 때 등장하는 ‘미니 게임’은 참신했다. 책을 정리하면서 3매치 퍼즐 방식의 미니 게임을 통해 연구 점수를 얻는 것, 새로운 장군을 영입할 때 일종의 말 맞추기 카드 게임을 하는 것 등이다. 이런 요소는 다른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도 참고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전투는 별도의 소규모 맵에서 진행된다. 다양한 병종을 배치하고 실시간으로 명령을 내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전반적으로는 병종의 상성도 있고 적절한 위치 이동을 해야하는 구조라서 재미있게 즐겼다. 다만 전투가 진행되는 속도가 다소 느렸다. 배속을 지원하긴 하는데, 아예 기본 전투 속도를 1.5배 정도 빠르게 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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