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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라인게임즈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 출시 전 반전이 시급하다

2023년 마지막을 장식할 라인게임즈의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이하 회색의 잔영)'이 지난 16일 체험판을 공개했다. 

오매불망 명작의 귀환을 기다린 유저들은 16일이 되자마자 체험판을 다운로드하고, 새롭게 시작될 '창세기전'의 이야기에 몰두했다. 지스타 2023에서도 체험대가 마련되어 많은 관람객들이 즐겨볼 수 있었다.

 

■ 다시 돌아온 '창세기전'으로 느끼는 SRPG의 재미

닌텐도 스위치를 통해 오는 12월 22일 정식 발매되는 '회색의 잔영'의 체험판은 약 2시간 분량의 챕터 2까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챕터 1은 G.S, 챕터 2는 이올린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챕터에 따라 서로 다른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구조다. 특히, 한국어 풀 더빙을 통해 이야기 전달의 몰입도를 높였다.

먼저 그래픽을 보면, 언리얼 엔진 4를 사용해 전체적인 비주얼에서는 플랫폼의 한계 이상을 끌어냈다. 특히, 컷 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캐릭터들과 배경의 퀄리티는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아울러 눈이나 비가 오는 날씨 변화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전장의 분위기도 구현했다. 

기본적인 진행 루트는 월드맵에서 미션에 진입한 뒤 필드에서 캐릭터를 움직여 이야기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필드에서 적과 조우하면 먼저 공격하는 쪽이 턴의 우선권을 가져간다. 턴을 누가 먼저 가져가느냐는 전투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서, 필드 이동의 긴장감을 더해준다.

필드에서 캐릭터를 이동하는 것이 모험 모드라면, 전투는 전술 모드라 칭한다. 두 모드의 연결은 상당히 자연스러우며, 로딩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매끄럽다. 

SRPG 장르를 취한 만큼 전투에는 전략성이 여러 부분에서 강조됐다. 예컨대 공격 대상 옆에 아군이 있다면 협공으로 연결되거나, 배치에 따라 적의 공격을 다른 아군이 막아주는 등 캐릭터 배치에도 전략성이 강하게 배어있다.

아울러 공격 방향도 중요한데, 측면이나 후방 공격은 더 많은 데미지를 줄 수 있다. 반면 측면이나 후방을 노리기 위해 적진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면 협공을 당할 우려가 있다. 정면에서 일반적인 공격을 넣을지, 측면이나 후방으로 돌아가 더 높은 데미지를 가할지 고민하게 만든다. 그만큼 한 턴이 소중하고, 생각하는 전투를 요구한다.

자리 배치의 중요성은 스킬과도 연계된다. 각 캐릭터가 가진 스킬은 지정된 타일 범위 내에서만 데미지를 줄 수 있는 구조다. 기본적으로 근접 캐릭터는 최대한 적과 붙어야 스킬의 사용이 가능하며, 궁수나 마법사와 같은 원거리 캐릭터는 대상과 어느 정도 거리가 있어도 스킬 공격이 가능하다. 스킬 사용까지 감안해 캐릭터 이동을 해야 하는 이유다.

전략성을 살릴 수 있는 상세한 정보는 전투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다. 몬스터의 정보를 캐릭터 정보 못지않게 자세히 알 수 있으며, 전장이 넓을 때는 전장 전체를 기준으로 적의 배치나 남아있는 적들의 숫자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전투의 흐름은 전반적으로 느리지만 템포를 조절하는 기능도 포함됐다. 옵션의 전투 가속에서 아군이나 적군, 또는 모든 턴 가속을 할 수 있어 전장에 참여하는 캐릭터들이 많아서 발생하는 답답하고 느린 진행을 무마시켜 준다.

SRPG를 처음 접하는 유저들을 위해 전투는 작은 편의성을 제공한다. 적을 공격했을 때 어느 정도 데미지를 입을지 미리 알 수 있어 막타에 대한 부담이 적다. 

대신 캐릭터의 체력 회복을 전투 내에서만 가능하도록 제한했다. 주는 게 있으면 받는 게 있듯 적절한 밸런스를 구축한 것이다. 또한, 고전적인 SPRG의 시스템을 갖추되 따를 것은 따르고, 버릴 건 버린 매우 영민한 구성이다.


■ 봐주기엔 너무나 많이 보이는 문제점들. 남은 시간이 부족하다

'회색의 잔영' 정식판의 플레이 타임은 약 80시간에 이를 예정이다. 2시간 분량의 챕터는 그야말로 맛보기에 불과하다. 이후에 펼쳐질 G.S와 이올린의 스토리가 어떻게 이어질지, 이미 원작이 있지만 '회색의 잔영'을 통해 각색될 스토리는 확실히 가장 기대치가 높은 부분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맛보기가 유저들에게는 굉장히 아픈 경험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먼저 그래픽 부분이다. 언리얼 엔진 4를 썼지만 이를 체감할 수 없는 비주얼이 많은 지적을 받는다. 

여기에 캐릭터의 투박한 움직임과 컷 신 및 초필살기의 연출이나 캐릭터 퀄리티, 프레임 드랍 현상 등도 아쉬움이 크다. 또 필드의 움직임과 전투 템포도 전체적으로 느려서 답답하다. 파티 포함 캐릭터가 많을 수록 느린 템포는 독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전투에서 조작이 너무나 불편하다. 일단 캐릭터 선택 후 이동, 스킬 등의 커맨드를 오픈해야 하고, 적을 공격하려면 이동을 선택해 이동 후 스킬 선택으로 공격한다. 바로 옆의 적이라도 스킬에 들어가서 기본 공격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행동을 마친 후 마지막에 캐릭터가 바라보는 방향까지 정해줘야 한 캐릭터의 턴이 끝난다. 심지어 1명의 턴 종료 뒤 다음 캐릭터 선택도 자동 지원이 안 된다. 편의성도 없고 번거롭다. 이렇게 한 번의 캐릭터 운용에 여러 커맨드를 거치니, 파티원이 많아지면 그 피로도는 높아진다.  게다가 적들의 턴까지 일일이 봐야 하니, 전투에 할애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가속 기능이 있지만 큰 효과는 느끼기 힘들다.

SRPG 장르임에도 시스템적으로 애매한 부분도 있다. 게임 진행은 넓은 월드맵에서 장소를 선택해 미션을 시작하는 방식인데, 미션에 돌입하면 무기 교체와 회복약도 사용이 불가능하다. 앞서 언급했듯 전투 증에서만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투가 끝나도 캐릭터의 체력을 회복할 수 없어 그 체력 그대로 전투에 돌입해 전투에서 회복약을 사용해야 한다. 전투 중 사망하면 다음 전투에서 죽기 일보직전 상태로 부활한다. 그러다보니 회복약 사용으로 첫 턴을 버리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런 강제성은 게임을 더 불편하게 만든다. 

더 큰 문제는 월드맵에서도 캐릭터의 체력을 회복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전투에서 회복하거나 레벨업만이 체력을 회복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야말로 체력 회복이라는 기본 요소를 극단적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적과 조우하면 먼저 가격하는 쪽이 전투에 돌입했을 때 공격의 우선권을 가지는데, 캐릭터의 공격 모션이 깔끔하지 못하다 보니 먼저 공격을 넣어도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 적에게 공격권을 뺏기는 경우도 발생하는 문제도 벌어졌다.

다행히 아직 '회색의 잔영'에게는 기회가 있다. 체험판에서 받은 지적과 피드백을 최대한 빨리 반영해 그동안 기다린 '창세기전'의 팬들을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 출시된 정식판마저 체험판과 동일하다면, 더 이상 '창세기전'의 부활을 기다릴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장용권 기자  mir@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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