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게임 명가 세가가 지난 11월 28일, 대전 격투 게임 '버추어 파이터 3tb'의 APM3 버전인 '버추어 파이터 3tb 온라인'을 가동했다. 지난 1997년, 아케이드 게임으로 선보인 '버추어 파이터 3tb'는 3D 대전 격투 게임으로서는 일찍이 팀전과 지형의 고저차를 도입한 의욕적인 작품이다.

무려 20년의 세월을 넘어 '버추어 파이터 3tb'가 부활한 것으로서, tb는 팀배틀의 약자다. '버추어 파이터' 시리즈는 2006년 출시한 '버추어 파이터 5'를 끝으로 지금까지 후속작이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런 와중에 등장한 '버추어 파이터 3tb 온라인'은 시리즈 중 선택받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다른 시리즈가 아닌 왜 '버추어 파이터 3tb'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앞섰다.

이에 앞서 APM3에 대해 먼저 짚고 넘어가자. APM3란 'ALL.Net P-ras MULTI 버전 3'을 말하는데, 아케이드 기판과 유사한 개념이다. 엄밀히 말하면 APM3는 기판을 판매하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소프트웨어 대여 시스템에 가깝다. 즉, 게임센터가 기기값을 부담하면, 세가는 APM3 관련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대여해준다. 따라서, APM3 기기에서는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처음부터 '버추어 파이터 3tb'를 APM3 버전으로 만들자고 한 것은 아니다. '버추어 파이터 3tb'에 앞서 1996년 '버추어 파이터 3'는 세가의 MODEL3 기판으로 출시됐는데, MODEL3 에뮬레이터의 제작이 먼저 진행되어야 APM3 버전으로 개발이 이어질 수 있었다.

참고로 MODEL3는 세가가 1996년에 개발한 아케이드 게임 기판으로서, '버추어 파이터 3'는 MODEL3 기판으로 제작된 첫 게임이다. 3D 대전 격투 게임의 시작을 알린 '버추어 파이터'가 등장했을 때도 대단했지만, '버추어 파이터 3'의 그래픽 효과는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러 모았다.

MODEL3 에뮬레이터 개발이 신규 프로젝트로 인정받아 정식으로 개발에 착수한 것도 아니다. 처음에는 세가의 한 천재 프로그래머가 업무의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실험적인 성격으로 시작했다. 약 2년 전부터 정보와 자료를 수집했는데, 당시 담당 프로그래머 중에 이미 퇴직한 사람도 있어 누구에게 물어보고 프로젝트를 진행할 상황이 아니었다. 게다가 자료도 없어 창고를 뒤지기도 했다.

이렇게 MODEL3 에뮬레이터를 통해 완성된 '버추어 파이터 3tb'는 내년 1월에 출시하는 '용과 같이 8'에 미니 게임으로도 수록된다. 마침 '용과 같이' 시리즈에서 사용하는 드래곤 엔진은 '버추어 파이터 e스포츠'와 '버추어 파이터 3tb'에도 적합했다. 드래곤 엔진이 PC에서 원활히 구동되고, APM3와도 잘 맞아 MODEL3 에뮬레이터가 완성된 후 캐릭터의 동작도 원활하게 이루어 짐을 확인했다.

또한, 이렇게 에뮬레이터를 만들어 놓으면, '버추어 파이터 3tb 온라인'처럼 온라인 대전 요소와 같은 기능을 넣기가 편하다. 향후 MODEL3 타이틀을 출시할 때 세밀한 조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MODEL3 에뮬레이터 완성 후 APM3로 개발이 이어졌다. 마침, APM3은 대전 격투 게임과도 잘 어울렸다. APM3를 기반으로 하는 '버추어 파이터 e스포츠'를 출시했을 때도 반응이 좋아 세가 내부에서 '버추어 파이터 3tb'에 관심이 쏠렸다.

'버추어 파이터 3tb'는 시리즈 중에서도 특수한 입지에 위치한 작품이다. 평평하지 않은 필드에, 지형의 높낮이를 구축해 기존 대전 격투 게임의 틀을 과감히 벗어났다. P, K, G 버튼에 새롭게 추가된 E 버튼으로 확립한 4버튼 체제도 획기적인 평가를 받았다.

후보로 거론된 '버추어 파이터 2와 4'는 현재 운영 중인 '버추어 파이터 e스포츠'와 게임성이 비슷한 부분이 있다. 차별화를 꾀한다는 의미에서 게임성이 다른 '버추어 파이터 3tb'가 적합했다. 또한, 지금도 '버추어 파이터 3tb' 대회가 게임센터에서 열리고 있을 정도로 관심이 높다.

APM3 버전의 '버추어 파이터 3tb 온라인'은 이름처럼 온라인 기능이 탑재됐다. 또한, 패스워드로 원거리에서 친구와 매칭을 가질 수 있다. Aime 카드에 전적과 링 이름을 기록해 전용 사이트인 'VF3tb Online.net'에서 확인할 수 있는 등 APM3만의 기능이 탑재됐다.

지난 12월 14일에는 2장의 CD로 구성된 '버추어 파이터 3tb 온라인 프리미엄 뮤직 컬렉션'이 발매됐다. 오리지널 버전의 곡을 비롯해 '버추어 파이터 e스포츠' 게임 본편 및 DLC에 수록된 어레인지 버전의 곡, 미츠요시 타케시의 보컬 곡, 당시의 미사용 곡과 레어 음원 등이 한가득 수록됐다.

게임에서는 오리지널 버전과 어레인지 버전을 선택할 수 있다. 어레인지 버전은 세가 AM2의 사운드 팀원들이 담당했는데, '버추어 파이터' 다운 컨셉의 현대적인 곡으로 완성됐다.

'용과 같이 8'에는 '버추어 파이터 3tb' 외에 MODEL3의 '스파이크 아웃'과 '겟 배스'도 수록된다. 본편의 언어 설정을 바꾸면 해외 버전으로도 플레이할 수 있는데, '겟 배스'는 '세가 배스 피싱'이 되어 해외 게이머들의 큰 호응이 예상된다.

잠잠했던 '버추어 파이터 e스포츠'도 다시 기지개를 켠다. 2024년 2월 10일, 세가 본사의 라이트라우스에서 공식 대회 '버추어 파이터 e스포츠 스페셜 컵'이 개최된다. 참가비는 무료며, 프로와 아마추어 상관없이 12세 이상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경기 방식은 싱글 매치의 더블 일리미네이션이다. 참가자 전원에게는 게임 내 칭호 'NO VF NO LIFE'를 증정한다.

반면, '버추어 파이터 3tb 온라인'의 e스포츠 전개는 조금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가정용 게임이 아니라서, 세가 공식 대회로 게임센터에서 대회를 열어야 하므로 우선은 게임센터의 협조가 필요하다. 대신 게임센터가 자체적으로 주최하는 대회나 소규모 대회는 자유롭게 개최해도 상관없다.

세가는 향후 APM3를 기반으로 '영걸대전', '이니셜 D', '츄니즘', '마이마이' 등 다양한 라인업을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 정기적으로 APM3 타이틀을 공급해 게임센터 산업에도 집중하고자 한다. 과거 게임센터를 이용한 고객층을 공략하기 위해 세가가 가진 다양한 IP를 APM3 게임으로 선보일 생각이다. 그런 점에서 '버추어 파이터 3tb 온라인'은 그 시작점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장용권 기자  mir@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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