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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판의 기억은 잊어라, ‘창세기전:회색의 잔영’ 해보니

‘창세기전’ IP 최초의 콘솔 게임 ‘창세기전:회색의 잔영’(이하 회색의 잔영)이 지난 22일 라인게임즈를 통해 닌텐도 스위치로 정식 출시됐다. 1990년대부터 이 게임을 했던 유저라면 오래 기다렸을 게임의 컴백이다.

게임 자체에 여러 문제가 많았지만 감동적이면서 방대한 스토리와 다양한 캐릭터, 전략적 시스템 등 시대를 풍미한 블록버스터 RPG로서 많은 이들이 시리즈를 즐겼다. 특히 ‘창세기전2’는 명작으로 평가받는다.

그리고 이번 ‘회색의 잔영’은 ‘창세기전’ 1편과 2편을 아우르는 합본 리메이크작이다. 2편의 부제가 ‘회색의 잔영’이었던 만큼, 게임의 이름도 그렇게 결정됐다. 이에 많은 유저들이 기대했고, 총 7년이라는 개발 기간동안 기대감은 점점 커졌다.

그러나 출시 한 달 전 공개된 체험판에 대한 반응은 그야말로 심각했다. 언리얼 엔진답지 않은 비주얼과 텍스쳐, 투박한 캐릭터의 움직임과 컷신, 아쉬운 초필살기 연출, 프레임 드랍 등이 지적됐다. 

또한 불편한 조작과 유저 인터페이스, 느린 전투 속도 등 전반적으로 최적화가 상당히 덜 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보니 유저들은 정식판의 퀄리티에 대해 우려했고, 많은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자 개발사 측은 긴급히 미디어를 초청해 여러 오해를 풀었다. 해당 체험판은 올해 2월 기준 빌드이며, 최적화되기 전이었기에 낮은 그래픽 옵션이 설정된 상태였다고 한다. 그래픽의 전반적 부분 및 플레이 요소, 인터페이스 등이 이미 개선되어 있다고 밝힌 것. 여기에 더해 그래픽 옵션 제공 및 퀄리티, 전투 속도 등이 향상됐고 카메라 워크 및 밸런스가 조정됐다.

그리고 실제로 출시된 정식판 ‘회색의 잔영’을 플레이해보니 많은 부분이 개선됐다. 겉모습을 보면 그래픽의 표현이 전반적으로 좋아졌고,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효과나 연기도 향상됐다. 

전투에서도 변화가 느껴졌다. 인터페이스 조절로 이동과 공격을 하면서 버튼을 누르는 횟수가 줄어 다른 SRPG와 비슷한 수준이 됐다. 전체적인 전투 속도도 빨라졌고, 전투 중 소모품 사용과 장비 교체도 가능해졌다. AI도 강화돼 자동 전투를 돌려도 충분히 이길 수 있었다.

체험판에서는 초반만 플레이가 가능했기에 여러 지적이 있었지만, 초반부를 지나면 거슬렸던 부분이 점점 줄어들면서 게임에 집중하는 요소가 커진다. 이건 게임을 구매해 즐기는 유저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보여지는 부분이다. 

특히 중반부로 가면서 진행되는 스토리를 감상하며 즐기다 보면 모험보다 전투에 집중하게 된다. 애초에 개발사에서도 영화를 보듯 몰아치지 말고, 드라마를 보듯 1~2 챕터씩 해달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 의미가 뭔지 게임을 하다 보니 알게 됐다. SRPG의 팬이라면 굳이 ‘창세기전’의 이름과 기대치를 빼도 충분히 할 만한 게임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이처럼 ‘회색의 잔영’은 데이원 패치를 통해 상당히 많은 개선이 있었지만, 여전히 전반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몇 가지 있다. 

먼저 정식판 버전이지만 게임 플레이, 특히 전투 도중 멈춤 현상이 종종 발생했다. 그리고 강화됐다고는 하지만, 플레이 캐릭터가 늘어나면서 보여지는 초필살기의 연출은 여전히 아쉬움을 키운다. 그러다 보니 처음부터 무리하게 풀 3D를 고집하지 말고 2D로 개발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남게 된다. 

이 게임은 풀보이스를 지원하는 만큼 성우들의 연기를 들을 수 있는데, 일부 캐릭터를 제외하고는 연기가 다소 밋밋하다는 느낌이다. 심지어 챕터가 중반부를 넘어가도 그 성우들의 연기는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음성으로 듣기보다 대사를 먼저 읽고 넘겨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리메이크작이라고는 하지만 과거의 불편한 시스템과 구성을 상당히 답습한 부분도 아쉽고, 모험 모드에서 선공을 하기 쉬워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가끔 선공을 해도 되려 역습을 당하기도 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여러가지로 불안한 모습이 보여 마무리가 살짝 덜 된 느낌도 들었다. 전반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지는 게임을 스토리 전개와 캐릭터가 재미를 높이는 상황이라고 할까?

개발사에서도 계속 피드백을 받아 꾸준히 완성도를 높여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더 이상 고칠 수 없는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더 완성도를 높여 글로벌 버전을 선보였을 땐 더 좋은 반응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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