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대학교 상담심리학과 신성만 교수가 “게임장애에 대한 근거와 자료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장애 질병등재는 학문적으로 보면 너무 앞서간 것이다”라고 말했다. 

신성만 교수는 7월 4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게임중독 문제의 다각적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가해서 ‘게임이용장애 진단명 과연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이번 정책토론회는 이동섭, 조승래, 김세연 의원실이 주최했고 한국중독심리학회가 주관했다.

그는 먼저 ’중독’이라는 단어에 대해 말했다. 일반인이 일상생활에서 ‘중독’이라고 말하는 것과, 학자들이 학문적으로 ‘중독’이라고 정의하는 것은 아예 다른 차원의 이야기라고 한다. 또한, ‘중독’에 특정 행위의 이름을 붙여서 질병으로 간주하는 것과 실제로 이런 증상을 겪는 사람을 치료하는 것도 별개의 문제라고 한다. 예를 들면 ‘성중독’이라는 이름의 질병은 없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성중독’ 증상으로 인해 치료를 받는 사람들이 있다. 이처럼 ‘질병 이름이 있는 것’과 ‘그 증상을 치료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그리고 특정 증상에 이름을 붙이고 ‘질병’으로 다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와 충족해야 하는 기준이 있다. 하지만 ‘게임장애’는 그런 과정이 충분히 무르익지 않았다. 신성만 교수는 “게임장애에 대해서는, 질병으로 규정하기 위해서 충족해야 하는 여러 가지 기준 중 어느 하나도 논의가 충분히 무르익거나 학문적으로 의미 있는 단계까지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이 관련 학계의 통설이다”라며 “그런데 왜 지금 시점에서 질병으로 등재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조금 더 학문적으로 들어가면, ‘병인론’과 ‘병리론’이라는 것이 있다. ‘병인론’은 해당 질병의 원인이 정확하게 무엇인지에 대한 것이고, ‘병리론’은 해당 질병의 진행 과정과 신체적인 변화에 대한 것이다. 특정 증상에 대해서 ‘둘 다 정확하게 모르겠다’라면 일반적으로 ‘신드롬(증후군)’이라고 부른다. 둘 중 하나에 대해서만 근거가 충분하면 ‘장애’라고 부른다. 두 가지 모두 근거가 충분하면 ‘질병’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미국 정신의학협회가 만드는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 다섯번째 개정판(DSM-5)은 ‘게임장애’에 대해서 아직 ‘병인론’과 ‘병리론’이라는 측면에서 근거가 부족하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즉, '게임장애가 증후군인가 장애인가'를 놓고 논쟁이 이루어지는 단계다. 그런데 세계보건기구는 이것을 모두 뛰어넘고 ‘게임장애’를 바로 ‘질병’으로 분류했다. 신성만 교수가 ‘학문적으로 너무 앞서갔다’라고 지적한 이유다.

‘카페인 사용 장애’의 사례도 들었다. 커피 등을 통해 하루에 카페인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렇다고 ‘카페인 사용 장애’라는 이름의 질병을 만들진 않는다. 신성만 교수는 “굳이 이런 이름의 질병을 만들어서 사람들의 목을 조르는 것이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가? 라는 문제의식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게임에 대해서는 그런 문제의식이 없는 것인지 아쉽다”라고 전했다.

신성만 교수는 세계보건기구가 ‘게임장애’에 대해 논의하고 결정한 절차에 대해서도 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논의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이 의사고, 일부 임상심리학 관련자가 있다. 그런 분들이 직접 만나서 모여서 논의한 것도 아니고 모든 회의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이런 과정에 대해서도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결론을 내리자면, 아직 이 부분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 특히, ‘게임장애’라는 질병의 이름이 주는 사회적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것을 고려하면 근거가 더욱 부족하다”라고 밝히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한동대학교 신성만 교수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저작권자 © 게임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