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게임시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코트라)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7,000만명 중 40% 이상이 게임을 즐긴다. 시장 규모도 아시아 6위(2018년 뉴주 보고서 기준)에 해당하며, 매년 10%의 중반대의 성장세를 보이는 신흥 시장이다.

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늘어나면, 게임을 개발하는 업체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지난 2017년에는 VR에 대응하는 게임 ‘홈 스위트 홈(Home Sweet Home)’이 여러 지역 게이머들의 눈길을 끌었다. 태국의 전통 문화를 바탕으로 개발된 공포, 퍼즐게임이다. 많은 인터넷 개인방송 진행자가 플레이했으니, 제목이 생소해도 화면은 익숙한 유저도 있을 것이다.

올해 3월 25일에는 ‘홈 스위트 홈’ 시리즈의 최신작이 얼리 액세스로 발매됐다. 호러 장르에서 탈피해 보다 대중적인 비대칭 서바이벌 장르로 새 옷을 입은 ‘홈 스위트 홈: 서바이브(Survive, 이하 HSH 서바이브)’다.

■ 아시아 정서가 담긴 비대칭 서바이벌 신작

‘HSH 서바이브’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다. 비대칭 서바이벌 장르 신작이란 점과 아시아의 정서가 담겼다는 것. 개발사 이그드라실그룹(YGGDRAZIL GROUP)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태국의 문화를 게임에 반영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등장인물이 한국인에게도 친숙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는 점으로 체감할 수 있다.

비대칭 서바이벌은 다수의 팀원과 1명의 상대 팀이 대전을 벌이는 장르다. 일반적으로 숨바꼭질 놀이의 경험과 생존게임의 규칙(룰)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이 여기 속한다. ‘데드 바이 데드라이트(이하 데바데)’의 글로벌 흥행으로 급부상한 장르이기도 하다.

‘HSH 서바이브’의 규칙은 ‘데바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생존자는 악령을 피해 탈출하거나, 성불시키면 승리한다. 반대로 악령은 4명의 생존자의 탈출을 방해하며, 모든 생존자를 처리하면 승리한다. 승리 조건과 규칙은 장르의 특색이기도 한만큼 기본적인 규칙을 충실하게 따른다.

■ 호러 게임? 액션 게임!

세부적인 진행은 느낌이 꽤 다르다. 먼저 생존자는 맵에서 무기를 획득해서 활용할 수 있다. 악령을 잠시 기절 상태로 만들어 생존에 필요한 시간을 벌 수 있다. 시야를 가리는 카메라 플래시나 성수도 전략적인 활용이 가능하다. 모든 상자를 열어 아이템을 획득한 다음 이동 경로에 떨어뜨려 놓는 전략도 가능하다.

개발팀도 이런 플레이를 적극 권장하는 듯하다. 스페이스바로 아이템의 위치를 공유하는 일종의 핑 시스템을 구현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한 유저가 수시로 아이템을 바꾸어 악령을 농락하는 플레이도 된다.

여러 가지 테크닉으로 생존률을 높일 수도 있다. 생존자는 캐비넷에 숨거나 개구멍으로 이동할 때 무적 판정을 받는다. 캐비넷에 들어가고 나올 때 소지한 무기로 공격하면 비교적 안전하게 악령을 묶어 둘 수 있다. 늪지대 맵에서도 장롱을 오가는 플레이를 활용할 수 있다. 또, 구석 지형을 이용한 공격도 숙련자가 자주 쓰는 일종의 스킬이다. 꼬리물기 전법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악령을 따돌릴 수 있으니 보다 풍부한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 태국 게임인데 낯설지 않다

‘데바데’의 발전기 역할은 제단이 담당한다. 생존자는 제단에 키 아이템을 바치고, 의식을 진행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제단을 하나씩 해방할 때마다 악령이 받는 피해량이 늘어난다. 모든 제단을 해방하면 악령을 공격해 성불시킬 수도 있다.

이는 대적할 수 없는 재앙에 가까운 서양의 괴물 혹은 귀신보다,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흔히 표현되는 아시아의 정서에 가깝다. 불교를 국교로 삼은 태국이 배경이라, 의식을 행할 때는 법문을 외우는 말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지는 것도 한국 게이머 입장에서는 느낌이 남다르다.

반면 악령의 모습은 보다 현대적이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악령은 현대적인 복장을 가지고 있고, 무기도 문구용 칼을 쓴다. 죄수는 옷에 사탄을 상징하는 숫자가 적혀있다. 동유럽 신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물귀신 님프도 등장한다. 스팀에서 글로벌 서비스되는 만큼, 서구권 유저에게 다가가기 위한 하나의 선택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공포감을 주는 장치는 문화적 이해가 필요한 이야기와 표현 보다 시각과 청각 등에 원초적인 자극에 치중됐다. 폐쇄된 병동과 늪지대, 어두컴컴한 색채와 으스스 한 효과만이 호러 게임이었던 IP의 자취가 남겨진 부분이다. 호러보다는 액션에 가까운 게임이라 공포물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도 충분히 즐길수 있다. 참고로 그로테스크한 표현이 있는 만큼, 마음의 준비는 필요하다.

■ 뼈대만 갖춘 얼리 액세스, 갈 길이 멀다

‘HSH 서바이브’는 현재 얼리 액세스로 서비스 중이다. 21일 기준 클라이언트 버전은 0.3.0.08이다. 1.0을 정식 출시버전으로 본다면, 현재 30%의 콘텐츠가 채워져 있는 셈이다.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들이 눈에 띈다.

첫 번째는 매칭 시스템이다. 게임을 시작하면 약간의 튜토리얼을 거친후 바로 멀티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이때 매칭되는 유저의 편차가 지나치게 심하다. 이미 대부분의 기술(PERK, 퍽)을 습득한 유저와 초보 유저가 함께 매칭이 잡힌다. 악령 역시 마찬가지. 극단적으로 대학생과 초등학생이 술래잡기를 하는 것과 비유할 수 있다. 물론, 봐주는 상황은 기대하기 어렵다.

매칭 시간도 오래 걸린다. 서비스 초반에는 생존자의 승리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부분의 유저가 생존자로 플레이하길 원하고, 매칭 시간이 자연스럽게 길어진다. 반대로 악령을 골랐을 때에는 생존자보다 훨씬 빨리 매칭이 잡혔다. 탈주 패널티가 없다보니 정상적으로 한판을 즐기는 데는 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 초보자 배려가 필요해

비대칭 서바이벌 게임이 주류 장르로 위상이 올랐다. 하지만 아직 보편적인 게임은 아니다. 초보자가 중급자 수준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유저의 노력은 물론, 시스템적 지원이 필요하다. 사실 데린이에 속하는 필자 입장에서는 입문용 게임이길 바랬지만, 기대와 달리 숙련된 유저를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하는 느낌을 받았다.

‘HSH 서바이브’의 현재 버전은 초보자를 위한 배려가 전무하다. 최소한 맵을 익히는 연습 모드, 기술을 시험할 수 있는 모드는 추가해줬으면 한다. 여기에 미션 형태의 가이드로 레벨을 높일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초보유저가 긴 매칭을 감수해, 반복 플레이를 통해 기술을 습득하는 인내의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 비대칭 서바이벌을 즐기는 유저라면 추천

‘HSH 서바이브’는 비대칭 서바이벌 장르를 즐기는 유저를 위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최소한 얼리 액세스 버전은 기본적인 맵 이용 방식을 알고 있다는 점을 바탕으로 디자인된 느낌이다.

여기에 각종 도구를 활용하는 전략으로 플레이 패턴이 다양하다. 심리싸움과 지형지물 활용법을 알고 있는 게이머라면, 악령에 대처하는 방법이 늘어난 만큼 보다 재미있는 플레이가 가능하다.

불안정한 매칭 시스템 탓에 불합리한 상황도 자주 발생하니, 이를 극복할 실력이 필요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다행인 점은 기본적인 뼈대가 갖춰진 게임을 커피 한두 잔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비대칭 서바이벌 장르를 좋아하는 유저라면, 부담 없는 가격에 즐길 수 있는 ‘HSH 서바이브’를 한번 즐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지원 언어가 태국어와 영어 뿐이라는 점은 참고하길 바란다.

서삼광 기자  seosk@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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