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영상물에 있어 예나 지금이나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불법 복제다. 5.25인치 플로피 디스켓에 게임을 복사하던 시절부터 시작해 와레즈를 지나 토렌트를 거쳐온 게임 불법 복제의 역사는, 국내 게임산업의 역사가 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오래전부터 뿌리내려 왔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출시와 함께 자신들이 열심히 만든 게임이 인터넷에 무차별적으로 풀리는 광경에 개발 의욕이 꺾이고, 수익성과도 관련이 있어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이에 따라 불법 복제 근절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과 시스템이 도입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불법 복제 방지 DRM 데누보(Denuvo)를 도입해 불법 복제를 조금이라도 늦추는데 노력하고 있다.

DRM이 걸린 락을 뚫기 위한 크래킹팀이 창이라면, 데누보가 방패의 역할을 하는 것과 같다. 지속적인 공격으로 방패는 언젠가 뚫리지만, 데누보는 그 시기를 현저히 늦췄다는 점에서 현재 대표적인 불법 복제 방지 DRM으로 불린다. 데누보의 목적도 불법 복제를 완전히 막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게임이 출시 초기에 판매량이 달성되기에 판매 초기에 불법복제를 방지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사진출처-Pixabay

데누보는 그동안 주로 PC 게임에만 적용되어 왔는데, 게임스컴 2022에서 닌텐도 스위치 게임과 관련된 데누보 소식이 전해졌다. 닌텐도 스위치 게임이 PC에서 불법 복제되는 것을 막기 위한 ‘닌텐도 스위치 에뮬레이터 프로텍션’ 제품이 공개됐다. 닌텐도 스위치에서의 불법 복제는 기기 자체적인 커펌도 있지만, ‘닌텐도 스위치 에뮬레이터 프로텍션’의 경우 PC에서 닌텐도 스위치 에뮬레이터를 통해 게임을 즐기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용도로서 활용될 전망이다.

현재 닌텐도 스위치 불법 복제 상황도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대표작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의 롬을 다운 받아 PC에서 에뮬레이터를 통해 플레이하여 엔딩까지 봤던 유저들이 적지 않다. 게다가 불법 복제 프로그램의 발전도 빨라서 계속된 버전업을 이뤄왔으며, 꽤 오래전부터 성행하기 시작한 행위다.

닌텐도를 비롯한 닌텐도 스위치 게임 개발사들이 ‘닌텐도 스위치 에뮬레이터 프로텍션’을 적용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특히, 데누보가 게임의 성능을 저하시키는 결함이 지속적으로 보고되면서 안정성 측면에서는 아직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게임 성능 저하 요소로는 프레임 드랍을 비롯해 길어진 로딩 시간 등의 현상이 거론됐다.

한편, 닌텐도도 불법 복제와의 싸움을 계속해 왔다. 게임에 자물쇠를 채우는 방법 대신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소송이다. 지난 2019년 닌텐도의 게임롬 수천 개가 존재하는 사이트인 롬유니버스를 고소, 사이트 소유자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해 210만 달러(약 28억 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2021년 받아냈다. 배상금 외에 사이트에 올라온 모든 닌텐도 롬을 파기하라는 명령도 더해졌다.

장용권 칼럼니스트  press@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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