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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던파 모바일’의 안전한 중국 출시를 위해 돌다리 두드린 텐센트

중국 게임 업체 텐센트에게 ‘던전앤파이터’는 정말 소중한 게임일 것이다. 텐센트가 이 게임을 중국에 서비스하면서 많은 돈을 벌었고, 그 자본으로 텐센트는 중국 게임 산업에서 계속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텐센트가 ‘던전앤파이터’의 중국 서비스 10주년을 기념하던 지난 2018년 여름, ‘던전앤파이터’를 개발한 네오플의 모회사인 넥슨은 ‘던전앤파이터’의 전 세계 누적 매출이 100억 달러(약 11조 원)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국가별 매출 비중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중국 매출의 비중이 가장 높을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던전앤파이터’는 이렇게 중국에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흥행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의 10년은 어떨까? 지난 몇 년간 중국의 PC 온라인 게임 산업은 성장이 정체됐고, 이제는 조금씩 하락하는 추세다. 반면, 모바일 게임 산업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던전앤파이터’ 중국판 매출도 이런 큰 흐름의 영향을 받고 있다. 텐센트의 2020년 1분기 실적발표 자료에서도 ‘던전앤파이터’의 매출이 여러 요인으로 인해 다소 하락했다는 문구를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텐센트는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중국 출시를 앞두고 있다. 텐센트 입장에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또 다른 10년을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고 출시해야 하는 중요한 게임이다. 분위기는 좋다. 사전예약자 수는 텐센트가 목표로 잡았던 4천만 명을 돌파했고, 6월 17일 기준으로는 4,200만 명을 넘어섰다. 중국에서 게임을 즐기는 유저 수가 많다지만, 사전예약자 수 4천만 명은 쉽게 달성할 수 있는 수치가 아니다. 중국에서 ‘던전앤파이터’라는 이름값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텐센트는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출시하기 전에 조금 흥미로운 행보를 보여줬다. (여기서부터는 본 기자의 추정을 바탕으로 작성한 내용이다.) ‘흥미로운 행보’가 시작된 것은 약 1년 전이었다. 텐센트는 2019년 7월에 세기천성과 함께 모바일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신버전을 중국에 출시했다. 신버전의 공식 홈페이지는 텐센트가 운영했고, 이 게임은 텐센트의 메신저 ‘QQ’에도 입점했다.

그런데 텐센트는 이미 QQ를 통해 모바일 레이싱 게임 ‘QQ 스피드’를 서비스하고 있었다. 중국에서의 성과도 좋다. 중국 앱스토어 매출 순위 상위권에도 종종 이름을 올릴 정도다. 물론,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신버전은 ‘QQ 스피드’보다 더 좋은 성과를 거뒀다. 출시 직후에 중국 앱스토어 매출 1위를 찍었고, 이후 몇 개월 동안 앱스토어 매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에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의 흥행은 한국 게임 업계에도 반가운 소식이었다. 한국 게임 업체가 개발한 모바일 게임이 중국 앱스토어에서 매출 1위를 찍은 것은 최근 몇 년 동안 없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반가움과는 별개로, 텐센트의 행보를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있었다. 중국 게임 업계에서 ‘비공식적인 한한령’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텐센트는 왜 굳이 한국 업체가 개발한 게임을 출시하는 ‘위험’을 감수했을까? 공동 서비스이기에 매출에서 텐센트의 몫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득보다 ‘잠재적인 위험’이 더 크지 않나? 라는 의문이었다.

실제로 2019년 초에 한국과 관련이 있는 모바일 게임이 중국에서 내자 판호를 받고 출시한 후에 석연치 않은 과정으로 서비스가 종료됐던 적이 있었다. 아직 중국 게임 업계에서 ‘한한령’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사례였다. 그래서 이 의문은 당분간 본 기자의 머리속을 계속 맴돌았다.

본 기자는 텐센트의 시점으로 상상력을 발휘해서 여러 가지 가설을 만들어봤다. 그리고 이 행보에 대해서 합리적으로 설명해주는 가설이 하나 나왔다. 바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중국에 출시하기 전에, 텐센트의 이름으로, 명백한 한국 게임을 출시해서, 중국 정부의 반응을 떠보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넥슨이 개발한 게임이고, 넥슨은 중국 업체 세기천성과 중국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판호도 몇 년 전에 미리 받아 놓았다. 이는 ‘던전앤파이터 모바일’과 여러모로 비슷한 환경이다.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한국 개발사 네오플이 개발하고, 중국 업체 텐센트와 중국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2017년 2월에 외자 판호도 미리 받아 놓았다. 참고로, 당시에는 중국에서 ‘한한령’이 모든 산업으로 퍼지고 있었고,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거의 ‘막차’로 외자판호를 받았다.

즉, 본 기자가 보기에 텐센트는 1년 전에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를 통해 자신들이 명백한 한국 게임을 중국에 출시해도 별 탈 없이 장기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지를 테스트해 본 것이다. 만약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중국에 출시했는데, 한국 게임이라는 이유로 ‘석연치 않은 일’이 발생한다면, 텐센트에는 치명적인 타격이 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텐센트에게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앞으로 최소한 5년, 길면 10년 정도를 내다보고 출시하는 기대작이기 때문이다. 이런 중요한 게임을 출시하기 전에, 돌다리를 두들겨 보는 심정으로,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중국판에 텐센트도 이름을 올린 것이 아닐까?

이런 측면에서 보면,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텐센트 입장에서 매우 적절한 테스트 타이틀이다. 일단 한국 게임업체가 개발한 게임이다. 세기천성과 공동 서비스를 하기에 텐센트의 몫은 그렇게 크지 않다. 따라서 만에 하나 석연치 않은 일이 생겨도, 텐센트가 받는 타격은 그렇게 크지 않다. 텐센트에는 같은 장르 게임인 ‘QQ 스피드’도 있기에, 만에 하나 서비스를 종료하게 되더라도, 텐센트의 전체적인 라인업에는 아무런 타격이 없다.

여기에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중국 앱스토어에서 매출 1위까지 찍었다. 새로 개편한 그래픽과 게임성이 중국에서도 잘 통한 것이다. 동시에 텐센트 입장에서는 한국 게임이 중국 앱스토어에서 매출 1위를 찍는 것에 대해서 중국 정부 관계자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해서도 ‘테스트’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가 중국에 출시된 지도 약 1년이 됐다. 동시에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중국 출시가 임박했다. 텐센트 입장에서도 이제 ‘테스트’는 충분히 했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2020년 2분기에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의 중국 앱스토어 매출 순위는 40~50위권으로 기존에 비해 다소 떨어졌다. 만약 본 기자의 가설대로, 이 게임의 용도가 ‘중국 정부에 대한 테스트’ 였다면, 앞으로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가 중국에서 매출 역주행을 하기는 힘들 것이다. 텐센트 입장에서는 굳이 자신의 몫이 크지 않은 게임에 힘을 많이 실어줄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 모든 것은 본 기자의 추정이다. 텐센트는 자사의 기대작인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 중국에서 ‘석연치 않은 일’을 겪지 않고, ‘꽃길’만 걸을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텐센트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로 한국 게임에 대한 중국 정부의 반응을 떠볼 수도 있었다. 그 결과로, 한국 게임을 새로 단장해서 중국에 출시해도, 그 게임이 중국 앱스토어 매출 1위를 찍어도, 중국에서 약 1년 동안 별 탈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정도면 텐센트도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중국에 출시할 수 있는 ‘근거’를 얻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본 기자의 가설이 맞든 틀리든,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중국에서 흥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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