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나라마다 모바일 게임을 받을 수 있는 스토어에서 매출 1위를 항상 고수하고 있는 게임들이 존재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리니지2M'이 그렇고, 일본은 '페이트/그랜드오더', 중국은 '왕자영요'가 그렇다. 

그런데 최근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을 비롯해 스페인, 영국, 독일 등 유럽의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에서 몇 달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임이 있다. 바로 '코인 마스터'라는 게임이다. 

대표 이미지만 봐도 귀여운 캐주얼 성향이 느껴지는 게임이 거대한 북미-유럽의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몇 달째 유저들이 돈을 제일 많이 쓰고 있는 게임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헌데 국내에서는 이 게임에 대한 정보가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이다. 왜냐면 국내 스토어에서는 서비스가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의 매출 규모는 세계 상위권인데, 해외에서 1위를 하고 있는 게임이 국내에서 서비스를 하지 않고 있는 것. 게다가 보통 해외에서만 서비스가 되더라도 어떻게든 구해서 해보는 국내 게이머들이 많은데 유독 이 게임을 하는 국내 유저는 물론 후기도 목격되지 않는다. 그래서 게임을 직접 해보기로 결정했다.

■ 복잡하지 않다! 가볍게 즐기는 소셜 침략 게임

일단 이 게임에 대해 소개부터 해보자. 코인 마스터는 이스라엘의 개발사인 문액티브(Moon Active)가 만든 게임으로, 게임의 장르는 소셜 기반의 캐주얼 침략 게임이다. 

기본적으로 다른 유저의 영토에 방문해 공격을 하거나 약탈을 해서 돈을 빼앗아 돈을 벌고, 자신의 지역에 건물들을 지어 성장시킨다. 그러다 돈이 부족하면 다시 위의 방법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 이것이 핵심 룰이다. 배경이나 캐릭터, 구조물들도 만화풍으로 구성되어 귀엽고 캐주얼한 그래픽을 보여준다.

상대방을 약탈할 때는 상대 영토에 있는 네 곳의 지역 중 세 곳을 선택해 땅을 파야 하는데, 한 곳을 제외하고는 각각 상대가 보유한 1/4, 2/4, 3/4 정도의 돈이 묻혀있다. 선택만 잘 하면 돈을 다 약탈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대상은 랜덤하게 선택할 수도 있고 나를 공격한 상대를 찾아서 선택할 수도 있다.

어떤 곳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대박이냐 쪽박이냐가 결정된다

그리고 상대의 영토를 공격할 때는 건물 중 하나를 선택해서 한 번의 공격이 가능한데, 공격이 성공하면 많은 돈을 얻을 수 있고 상대가 방패를 갖고 있다면 공격은 실패하지만 일정 금액의 돈을 획득할 수 있다.

여기까지만 이야기를 하면 기존에 있는 '클래시 오브 클랜'이나 '클래시 오브 킹즈', '캐리비안의 해적' 등 유명 전략 게임들과 그다지 차이점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점이 있으니 바로 생산이다. 이 게임에는 자신의 영토에서 병력이나 돈을 생산하는 개념이 없다. 그래서 운영을 할 유닛도 없다. 유저의 손이 공격과 약탈의 유닛이다. 그래서 운영을 위한 전략적 개념이 없기에 도입부에 침략 게임으로 표현한 것이다.

돈을 모아 전부 등급을 올리면 다음 영토로 넘어간다

그리고 다른 게임들과 달리 유저의 영토는 하나에 머무르지 않는다. 영토가 곧 스테이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영토마다 5개의 건물이 있고, 각 건물을 목표로 하는 단계까지 성장시키면 다음 영토로 넘어간다. 다른 전략 게임들이 갖고 있는 성장의 복잡함을 제거한 셈이다. 

스테이지의 성격을 갖는 영토는 각각 테마를 가지고 있다. 바이킹, 이집트, 알프스, 잉카, 동양, 공룡시대, 하와이 등 다양하며, 테마가 중복되지는 않는 것을 확인했다. 

왼쪽이 바이킹 테마, 오른쪽이 이집트 테마의 영토다

그런데 한 번 클리어한 영토는 거쳐갔다는 표시만 될 뿐 다시 돌아가거나 볼 수도 없다. 열심히 시간과 재화를 쏟아부었지만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과정으로 소모된다. 오직 전진만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인지 어떤 스테이지가 있는지를 볼 수 있는 맵 화면의 인터페이스는 손가락에 의한 스크롤 외에는 이동을 위한 인터페이스는 아예 없다. 한 번 스크롤할 때 최대한 움직일 수 있는 스테이지는 최대 2개씩이었는데, 손끝이 뜨거워지는 것을 참으며 손가락을 한참을 움직여본 결과 254번째까지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여기까지 스크롤시키는데 5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한 것에 대한 보상은 카드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펫, 동상 등 테마는 확보한 영토가 늘어날 수록 열리며, 영토를 거쳐가면서 완성하는 요소들이 다 모이게 되면 보상을 얻게 된다.

보상으로 카드를 얻고 카테고리별로 수집이 완료되면 보상이 주어진다

■ 슬롯머신에, 슬롯머신에 의한, 슬롯머신을 위한 게임이었다

여기까지만 읽어보면 생산과 운영의 개념이 없으며 성장을 간소화하고 약탈과 공격에 집중하면서 수집과 보상의 요소를 갖춘 아주 괜찮은 캐주얼 게임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이 게임이 대부분 전체이용가로 서비스되고 있다.

약탈하고, 공격하고, 아이템 얻고....이 모든 게 슬롯머신으로 3칸이 맞아야 가능하다

그런데 이 게임은 모든 행동이 슬롯머신을 돌려 나오는 결과에 기반해 진행된다는 가장 큰 차이점이자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돈이나 행동력, 방패를 획득하거나 약탈이나 공격 여부를 슬롯머신을 돌려서 나오는 결과에 따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약탈이나 공격을 하고싶어도 할 수가 없는 게임이다.

그리고 3개의 슬롯이 전부 일치해야만 그 행동을 할 수 있다. 어긋난다면 조금의 돈만 획득할 수 있다. 약탈이나 공격 대상은 슬롯머신 위에 나타나며, 어느 정도의 돈을 획득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즉, 행동 여부가 확률에 의해 결정된다. 초반에는 일치가 잘 되지만 게임이 진행될 수록 일치 확률은 더 낮아졌다.

사실 이 부분은 그동안 국내에서는 굉장히 민감하게 작용해왔다. 과거에 국내에서 서비스되거나 판매되는 게임에서는 한 가지 불문율이 존재했었는데, 바로 게임 안에 슬롯머신이 들어가 있다면 무조건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이 된다는 것이다.

가장 유명한 것이 지난 2004년 발생한 '마리오파티'의 18세 이용가 판정 사건이다. 닌텐도의 게임보이어드밴스용 '마리오파티 어드밴스'에 대해 영상물등급위원회가 18세 이용가 판정을 내린 것이 알려지며 게임계가 떠들썩했었다. 

마리오파티 시리즈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미니게임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이전에 발매된 마리오파티 시리즈는 모두 전체이용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 게임만 청소년이 즐길 수 없는 게임이 되어버린 거다.

등급 판정 이유에 대해 "게임 중간에 슬롯머신이 묘사되어 있었고, 전체 이용가로 판정을 내리면 어린이들에게 사행심을 조장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18세 이용가 판정을 내렸다"고 당시 관계자는 밝힌 바 있다.

또 폭탄을 터뜨리는 캐주얼 액션 게임 '봄버맨 랜드 포터블'과 그 유명한 '포켓몬스터 : 다이아몬드/펄기아'도 같은 이유로 청소년 이용불가를 받았는데, 이중 포켓몬스터는 해당 부분을 삭제하면서 등급을 낮춘 적이 있다.

그리고 지난 2011년에 레벨5와 지브리 스튜디오가 합작한 '니노쿠니 : 하얀 성회의 여왕'에 대해서도 게임 내 미니게임으로 슬롯머신과 블랙잭이 있어 사행성을 모사한다는 이유로 청소년 이용불가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이 게임은 일본에서 전체이용가로 판매됐다.

이처럼 게임 자체는 모든 사람들이 아주 건전하게 즐길 수 있지만, 그 안에 포함되고 게임 진행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 극히 일부 콘텐츠 때문에 성인용 게임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즉, 국내에서 게임을 심의하는 기관들은 전통적으로 사행성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강력한 잣대를 들이대왔다는거다. 그래도 그나마 최근에는 상당히 완화됐다. 게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미미한 경우에는 청소년도 즐길 수 있도록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다시 코인 마스터의 이야기로 돌아오면, 안그래도 확률형 획득 방식이 전 세계적으로 과도한 결제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 게임은 유저의 행동 자체를 확률로 획득하는 방식을 갖고 있다. 

다른 확률형 게임들은 캐릭터나 장비, 아이템의 획득 방식이 확률형이어서 게임 플레이 자체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돈을 늘리고 싶다거나, 혹은 약탈이나 공격을 하고 싶을 때 이것을 내가 원하는 상황에서 하는 것이 아닌 슬롯머신의 결과값에 의해 진행된다는 것은 유저 입장에서는 굉장한 스트레스다.

물론, 이 게임을 스트레스 없이 아주 편하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현질이다. 슬롯머신을 돌리기 위해서는 행동력이 필요한데, 많이 돌리는 만큼 적을 약탈하거나 공격하고 돈을 확보할 수 있기에 빠른 영토 확장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게임 시스템은 행동력 구매를 지속적으로 유도한다. 행동력이 많을 때는 별다를게 없지만 행동력이 일정 수준 이하로 감소하면 광고를 보고 얻는 아이콘이 등장해 이것을 보도록 유도한다.

또 일정 영토 이상 넘어가면 회전 행동력을 2배나 3배로 소모하면서 보상을 2배나 3배로 늘릴 수 있는 요소도 해금되어 행동력 소모를 가중시킨다. 또한 행동력을 다 쓰게 되면 패키지를 노출하며 행동력 구매를 유도하거나 자신의 SNS나 연락처의 다른 친구들을 초대해 행동력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며 유저 유치를 꾀한다. 소셜 게임의 특징이다. 

플레이를 하다보면 걸어야 하는 행동력의 수치를 늘릴 수 있다

■ 재미 자체는 있지만...피할 수 없는 사행성 논란

이처럼 코인 마스터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쉬운 플레이 방법과 약탈의 재미, 여기에 슬롯머신의 확률 보상을 가미한 게임성을 통해 해외 각국에서 매출 1위를 독주하는 게임으로 자리잡았다. 계속 붙잡고 파고드는 것이 아닌 틈틈이 즐기는 재미가 있는 만큼 사람들이 과금을 하는 것일테니 게임성에 대해서는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자.

슬롯머신 자체를 대하는 인식이 나라별로 다르긴 하지만 사행성에 대한 우려는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작년에 독일에서는 이 게임을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하는 것을 논의한 바 있다. 청소년들에게 사행성이 노출된다는 이유에서였고, 최근 이것이 적용되어 코인 마스터는 독일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서비스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일까? 해외 매출 순위를 휩쓸고 있는 이 게임은 2016년에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처음 등장했지만 국내에서는 서비스되 않고 있다. 

정 게임을 하고 싶다면 해외 검색 사이트에서 APK를 따로 구해 설치하는 방법을 통해 즐길 수 있지만, 정신을 바짝 차리고 조급하지 않게 천천히 즐겨보는 것을 추천한다. 국내 정식 서비스가 되지 않기에 과금을 했다가 환불을 받고 싶어도 방법이 없거나 까다롭기 때문이다.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

<저작권자 © 게임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