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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e게임] 원작 재현은 확실한 ‘코노스바: 판타스틱 데이즈’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유저라면 ‘이 멋진 세계에 축복을!(이하 코노스바)’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시리즈 합계 900만부의 판매고(2019년 발표 기준)를 올린 장르소설(라이트노벨)로, 애니메이션과 만화로도 제작됐다. 한국에도 정식 출판됐고, 애니메이션 채널을 통해 감상도 가능하다.

인기 소설(만화)은 다양한 파생상품을 낳는다. 최종적으로는 게임으로 제작되는 것이 하나의 전통처럼 자리했다. ‘코노스바’ 역시 이런 절차를 밟았다. 지난 2월 27일 일본 시장을 대상으로 한 ‘코노스바 판타스틱 데이즈(이하 판타스틱 데이즈)’가 구글과 애플 양대마켓에 출시됐다.

현지 평가는 대단히 높다. 구글과 애플 최고매출 순위는 각각 3위와 4위다. 또, 업데이트와 행사에 따라 순위가 크게 오르내리는 수집형 게임의 전형적인 패턴을 보인다. 깐깐한 일본 게임 유저들에게 선택받았다는 점은, 게임으로서의 완성도도 기대해볼 만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이 이상한 설정으로 게임을?

‘코노스바’는 대단히 이색적인 소설이다. 반지의 제왕과 던전앤드래곤, 로도스도전기로 대표되는 판타지 세계를 유쾌하게 뒤틀었다. 고등학생인 주인공이 다른 세계(이세계)로 넘어가서 벌어지는 사건을 코믹하게 그렸다. 한국에서도 20여년 전 유행하던 이른바 이고깽(이세계에 간 고등학생이 깽판친다)물이다.

주인공 카즈마는 평범한 사람보다 능력치가 낮다.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이 높은 능력치를 가지는 것과 반대다. 직업도 불명확하다. 모여든 동료도 어딘가 결함이 있기는 똑같다. 방어력은 높지만 공격력은 0인 크루세이더(탱커), 초필살기 하나만 쓰는 데다 집착도 심한 마법사, 다재다능하지만 필요한 순간에는 항상 없는 마법사 등이다. 이런 캐릭터들과 어려운 사건을 해결해가는 소동이 인기의 요인이자 매력 포인트다.

예를 들어보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오리지널 버전을 즐긴 유저라면 방어특성 전사의 절망적인 레벨업 속도를 기억할 것이다. 원작 ‘코노스바’ 속 탱커는 여기에 공격력이 아예 없다. 공격 스킬을 하나도 익히지 않아, 모든 공격이 빗나간다. 최후의 순간, 보스 캐릭터의 마지막 체력을 기적적으로 깎아 레이드를 성공시키는 일도 기대할 수 없다.

공격을 책임지는 화염특성 마법사는 재사용 대기시간(쿨타임)이 긴 화염작렬만 쓰고, 얼음특성 마법사는 툭하면 자리를 비운다. 공대장은 특성조차 찍지 않은 도적이다. 일반적인 레이드, 파티 던전에 도전하기도 꺼려지는 구성이다.

‘코노스바’ 속 주인공은 재치와 잔머리로 이 파티의 장점을 이끌어낸다. 물론, 개그 보정이 들어간 공략법으로,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이런 시도를 하지 않을 것이다. 작가의 상상력이 온전히 반영되는 일방향 콘텐츠이기에 묘사의 생동감과 재미가 살아난다.

이 부분이 그동안 ‘코노스바’ 모바일게임이 출시되지 않은 이유기도 하다. 게임적 표현이 대단히 제한되기 때문이다. 유저와 게임이 영향을 주고받는 시스템에 어울리지 않기도 하고... 큰 인기를 받은 IP(지식재산권)임에도 7년간 모바일 게임화되지 않은 데는 이런 부분이 영향을 줬음이 분명하다.

 

■ 탈진! 빗나감! 원작을 재현했는데 공략이 된다?

‘판타스틱 데이즈’의 틀은 수집형 RPG다. 캐릭터를 모으고, 전투를 통해 육성하는 흐름이 반복된다. 플레이를 시작하기 전에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전투였다. 원작 설정을 따른다면, 정상적인 RPG 전투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개발사 섬잡(Sumzap)은 몇 가지 추가 설정으로 이 난제를 풀어냈다.

게임 초반에 받는 캐릭터는 주인공 3인방 카즈마, 다크니스, 메구밍이다. 카즈마는 다른 캐릭터보다 스테이터스가 약간 낮지만, 마법과 공격 스킬로 다재다능한 모습을 보여준다. 원작보다는 살짝 강한 수준으로 밸런싱됐다.

멀쩡한 탱커로 보이는 다크니스

다크니스는 강력한 탱커다. 반면 공격력은 기대할 수 없다. 원작과 달리 스팅이라는 스킬을 가지고 있지만, 항상 최저 명중률이 적용되며, 재주 능력치도 낮아 빗나가기 일쑤다.

메구밍은 일반공격과 화염포션으로 공격하는 서브 딜러로 각색됐다. 필살기 익스플로전은 화속성 전체 광역공격으로 위력이 대단하다. 대신 스킬을 사용한 순간 체력과 마나 유무에 상관없이 전선을 이탈한다. 이런 답이 없는 파티로 진행이 될까?

첫 상대는 양배추 괴물!

전투는 실시간 턴제 방식이다. 캐릭터마다 행동 게이지가 있고, 행동 순서가 되면 스킬이나 공격을 시도하는 방식이다. 필살기는 MP가 가득 차면 쓸 수 있다. 이를 유용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스킬을 제대로 파악하고, 적재적소에 사용할 필요가 있다.

주인공 3인방의 패널티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메구밍의 필살기는 강력하고, 사용 타이밍도 보스전 타이밍에 맞아떨어진다. 다크니스의 명중률은 최저로 보정되지만, 초반 몬스터에게는 생각보다 잘 먹힌다. 체감 상 4번의 공격중 1번의 공격이 성공할 정도. 물론, 캐릭터가 충분히 강하다면 자동전투로 쾌적한 진행이 가능하다.

초반 스토리 모드에 등장하는 오리지널 캐릭터 3인방

원작의 등장하는 캐릭터는 놀랄 만큼 적다. 수집형 RPG에는 어울리지 않는 특징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원작의 에피소드 별로 캐릭터를 만들고, 오리지널 캐릭터로 머릿수를 늘렸다.

아쉬운 점은 비주얼적 표현이다. 초반에 획득하는 카즈마와 메구밍, 다크니스, 아쿠아는 1성 캐릭터지만, 뽑기와 스토리 진행으로 기본 스테이터스와 속성이 다른 2~4성 캐릭터를 얻을 수 있다. 당연히 유저는 4성 캐릭터가 더 멋진 모습으로 표현되길 바라게 된다.

1성과 3성 카즈마. 스테이터스 속성, 스킬 구성이 다르지만 같은 캐릭터로 취급된다

그런데 게임 내에서 변화는 대표 일러스트와 의상이 차이 뿐이다. 스킬도 비슷하고, 공격 모션도 재탕이다. 수집형 RPG의 강점은 캐릭터 획득의 재미가 반감되는 부분이다. 몰론, 1성과 4성 캐릭터는 같은 모습이라도 능력치와 전투력이 크게 차이 난다. 이와 동시에 비주얼의 질도 함께 오른다면 좀 더 좋았을 것 같다.

 

■ 원작 재현율은 수준급, 게임적 재미는 글쎄...

원작 소설과 만화의 특징을 꼼꼼하게 살린 부분은 확실히 재미있다. 애니메이션을 본 유저라면 어렵지 않게 흐름을 짐작할 수 있다. IP게임은 원작의 재현율이 흥행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꼼꼼하게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애니메이션에 사용된 리소스를 재활용해, 모든 대사를 음성 지원하는 것도 좋다. 원작의 묘사가 게임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찾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전투를 진행할수록 유저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은 넓어진다. 캐릭터의 이야기를 즐기는 스토리 모드, 배틀 아레나, 각종 이벤트 퀘스트, 아이템 파밍 퀘스트 등 기본적인 콘텐츠가 충실하다. 흐름은 모바일게임 ‘프린세스 커넥트!’와 대단히 비슷하다. 퀘스트를 수행해 메인 퀘스트를 개방하고, 이를 통해 스토리를 즐기는 방식이다.

이는 양날의 검이다. 원작을 보지 않은 유저라면, 다른 게임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 3인방의 세부적인 묘사도, 원작을 알지 못하면 그저 특이한 스킬 혹은 능력일 뿐이다.

메구밍 도감 화면. 필살기 익스플로전을 쓴 뒤 전투불능 상태에 빠진다는 설명이 작게 쓰여 있다

튜토리얼과 설명을 통해 어느 정도의 지식은 제공하지만, 스킵버튼을 연타하는 모바일 게이머가 알기 어렵다. 캐릭터 도감에 작은 글씨로 특징이 기록됐지만, 이를 찾아볼 정도로 열성적인 게이머는 원작의 팬뿐일 것이다. 대중적인 게임을 바랬다면 게임 내 많은 부분에서 애니메이션 영상을 활용한 것처럼, 상세한 묘사를 더하는 방법을 써야 했다.

전투의 재미는 평범하다. 수집형 RPG의 전형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게임을 오래 즐긴 유저라면 딱히 색다른 느낌을 받지 못할 수 있다. 후반 던전은 캐릭터의 스테이터스, 속성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전형적인 구조다. 파티 구성원에 최대 4명의 서브 멤버를 넣는 시스템도 초반 전투에서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

움직임은 부드러운데 같은 동작을 반복하니 보는 맛이 떨어진다

그나마 라이브2D 엔진으로 구현된 캐릭터의 움직임은 대단히 자연스럽다. 그런데 보는 재미가 없다. 전투에서의 일반공격과 스킬 사용 모션이 반복돼 단조로운 전투와 부정적인 시너지를 낸다.  캐릭터의 매력과 이야기를 즐기는 IP게임이지만, 전투가 차지하는 비중도 낮지 않은 만큼 더 신경을 써야했다. 전투 이펙트나 효과음 말풍선 효과 등 때에 따라 달라지는 디테일을 추가했다면 지루함을 덜 수 있었을 것이다.

 

■ 원작 팬에게만 추천하고 싶은 판타스틱한 게임

‘판타스틱 데이즈’는 원작의 특징을 대단히 훌륭하게 반영한 IP이자 캐릭터게임이다. 게임에서는 묘사하기 힘든 캐릭터성을 살렸고, 이를 보안하는 시스템도 투자했다. 물론 원작을 100% 구현했다고는 할 수 없다. 다크니스가 적을 공격하고, 물리치기는 것은 원작 초반부의 묘사와 어긋난다. 이 부분은 게임으로서 성립하기 위한 게임적 허용으로 이해하고 넘어가 주는 아량이 필요하다.

게임 시스템부터 전투까지 게임 전반에 깔린 세밀한 묘사는 목표가 확실한 IP게임으로서 대단히 만족스럽다. 하지만 플레이를 할 수록 확고한 팬층을 거느린 IP 기반 캐릭터 게임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 게임을 원작 팬에게만 추천하고 싶은 이유다. 게임 적 재미는 평범하지만, 캐릭터게임을 즐기는 유저 취향에는 맞아떨어질 수도 있다.

개발사 섬잡은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글로벌 서비스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지역과 일정은 밝히지 않았지만, 원작 대부분이 수입된 한국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작의 팬이라면 ‘코노스바 판타스틱 데이즈’의 정식 서비스 발표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서삼광 기자  seosk@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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