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부산에서 열린 지스타 2014는 많은 개발사들이 콘솔 플랫폼에 진출한 것을 알리는 행사로 기억되고 있다. 특히 BTC 부스에 참여한 SCEK는 발표를 통해 한국 게임사들이 PS4로 게임을 개발하고 있음이 처음 공개됐었다. 

스마일게이트와 조이시티, 블루사이드 등 유명한 게임사도 있었지만, 그 중에 포함된 인디 게임사인 콰트로기어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독특하고 암울한 비주얼의 액션 게임 ‘블랙 위치크래프트’를 공개, 다음 해인 2015년에 출시할 예정이라며 해당 장르의 팬들은 많은 기대 속에 게임의 출시를 기다렸다.

그런데,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도 게임은 출시되지 않았다. 공식 SNS나 언론을 통해 매번 “올해 출시된다”라고 말했지만 그 말은 지켜지지 않았고, 유저들 사이에서는 양치기 소년 취급을 받으며 점점 관심에서 멀어졌다. 

시간은 더 흘러 어느덧 7년이 지난 2022년이 됐고, 한 해의 절반이 지나갔다. 그리고 최근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드디어 게임이 완성되어 출시 일정이 잡혔다는 것. 그것도 직접 출시가 아닌, 퍼블리셔인 크레스트 컴퍼니를 통해 진행된다. 국내에서는 조금 생소한 이름인 크레스트 컴퍼니는 한국과 일본에서 게임과 애니메이션, 영화 등 콘텐츠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곳이다. 

긴 세월동안 어떤 과정을 거쳐 게임을 완성시켰는지 궁금했다. 이에 콰트로기어의 이석호 대표를 직접 만나 게임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콰트로기어 이석호 대표

Q : 본인과 회사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2000년부터 게임 개발을 시작했다. ‘라스트카오스’, ‘썬 온라인’, ‘블레이드&소울’, ‘큐라레:마법도서관’ 등의 게임 개발에 참여했다. ‘큐라레’에서 디렉터로 개발을 마친 뒤 독립을 결정해 콰트로기어를 설립하고, 예전부터 만들고 싶던 고딕 스타일의 캐주얼 액션 어드벤처 게임인 ‘블랙 위치크래프트’를 개발하기 시작, 현재에 이르렀다.

Q :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게임 회사에서 15년을 근무하고 팀장이나 디렉터를 역임했는데, 회사가 기본적으로 돈을 버는 게 목적이다 보니, 상업성이나 대중성 등의 트렌드를 우선하게 되고, 개발에 돈도 많이 든다. 그런 것 들에서 벗어나 만들고 싶었던 게임을 자유롭게 만들고 싶다고 생각해 독립해 창업을 하게 됐다.

업계에 오래 있다 보니 만들고 싶은 게 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그것을 이루지 못하고 은퇴하는 분들도 많이 봤다. 그리고 항상 콘솔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하던 친한 지인이 급작스레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 인생은 한 번인데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한 번 쯤은 독립을 해서 마음껏 만들어보자는 결심을 한 것이다.

Q : 그렇게 개발된 ‘블랙 위치크래프트’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한 마디로 고딕 비주얼의 캐주얼 액션 어드벤처 게임으로 JRPG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콘셉트적으로 소설가인 애드거 앨런 포의 작품들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원래부터 고딕 스타일을 좋아했고 그게 언제부터 인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오래 됐다. 그리고 바닐라웨어의 게임, 특히 PS2용 ‘오딘 스피어’를 좋아했기에 고딕 비주얼의 ‘오딘 스피어’같은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PS1과 PS2로 나왔던 남코의 ‘테일즈 오브’ 시리즈처럼 장애물 없이 심플한 액션 전투 스타일의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내가 그런 게임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지금의 기준으로는 클래식 스타일이라서 아무도 만들지 않아서 개발하게 됐다. 

이 게임을 통해 유저는 스토리를 일직선으로 즐기고, 전투에서도 스트레스를 안 받고 즐길 수 있다. 그런 게임을 선호하는 유저라면 좋아할 것이다. 플레이 타임은 처음에는 8~10시간 정도이며, 난이도를 높이거나 다양한 조합으로 전투 스타일을 바꾸거나, 엔딩 3개를 다 찾거나 하면 더 오래 걸린다.

Q : 처음에는 2015년 상반기 출시 예정이었지만, 결국 7년이라는 시간이 더 흘렀다. 왜인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드려다 보니 길어졌다. 발판 없는 쾌적한 액션 전투라는 큰 콘셉트를 유지하지만 그 외 부분은 많이 바뀌었고, 만들었지만 맘에 안 들면 안 썼다. 만들다가 버리거나 안 쓰는 콘텐츠만 해도 게임 3~4개 이상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사실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중간에 적당히 끊고 출시한 다음에, 그때 못한 건 차기작에서 구현하는 게 맞다. 하지만 그런 판단을 하기 싫었고, 맘껏 부수고 고치고 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회사에선 하기 힘든 시도들 해왔고, 만들었다가 폐기한 게 많았지만 만드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다. 결과물 자체는 개인적으로는 매우 만족스럽다.

Q : 개발이 오래 걸렸는데, 개발 비용은 어떻게 충당하고 있나?
전부 빚으로 충당하고 있다. 게임을 개발하며 지칠 때마다 다른 게임을 만들며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대부분 모바일 게임을 만드는 만큼 작은 규모의 PS용 게임을 만들었는데, 하나는 국내에만 출시한 ‘딥어비스’, 일본에만 출시한 ‘로스트 트리거’가 있다. 독립 개발사이기에 내키는 대로 했고, 그 덕분에 긴 기간동안 지치지 않고 계속 개발을 이어나가 완성할 수 있었다.

Q : 게임을 플레이해본 대한 유저들의 반응은 어땠나?
캐주얼 액션을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은 재미있게 하더라. 하지만모든 사람이 좋아할 순 없다. 하드코어 액션을 선호하는 사람은 주로 덤덤한 반응이었다. 우리 게임의 타겟층이 아니니 어쩔 수 없다. 

Q : 개발이 오래 진행되는 동안 인디 게임의 트렌드도 바뀌었다. 반영할 생각은 없었나?
사실 냉정하게 말하면 개발 퀄리티가 떨어지더라도 ‘니어 오토마타’ 출시 전에 게임이 나왔으면 좋은 반응을 얻지 않았을까 생각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걸 고려하지 않으려고 하는 게 독립의 취지 중 하나여서, 변화에 신경 쓰지 않고 만들고 싶을 때까지 만들었다. 상식적으론 중간에 끊고 냈어야 하는데, 꾸역꾸역 만들다 보니 트렌드에 신경 쓰지 않고 개발했다.

Q : 앞서 언급한 다른 개발 게임은 어떤가?
‘딥어비스’는 30분에서 1시간 정도 즐기기에 좋은 미니 게임 수준이다. 그리고 ‘로스트트리거’는 볼륨은 훨씬 큰 자동전투 RPG인데, 뽑기같은 매출 요소가 배제됐고 최근 트렌드에 역행하는 게임이라, 내 개발 로망 폭발의 결과물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Q : 그동안 많은 해외 행사에 참여했다. 이번 도쿄게임쇼에도 나가나?
도쿄게임쇼 크레스트 부스에 ‘블랙 위치크래프트’가 전시된다. 게임을 만들면서 좋게 봐주신 분들이 많아서 인디 게임쇼나 대형 게임쇼, 컨퍼런스 등 웬만한 행사에는 다 나갔는데, 기업 부스에 게임을 내는 건 처음이다. 기쁜 마음이다.

Q : 퍼블리셔로 크레스트와 손을 잡았다. 어떻게 결정했나?
크레스트는 인디 게임 행사에서 게임들을 전시했을 때 처음 만났다. 그때 내놓은 ‘로스트트리거’를 크레스트의 대표님이 좋게 보고 퍼블리싱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적극 지원해줬다. 그게 인연이 돼서 ‘블랙 위치크래프트’의 퍼블리싱까지 결정하게 됐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크레스트 덕분에 성우도 적극 활용할 수 있었다. 중복된 성우가 없이 20명 정도가 참여했다

Q : 출시 플랫폼과 가격은 책정했나?
스팀 먼저 출시하고 다음에 닌텐도 스위치로 출시한다. PS와 Xbox는 그 뒤에 낼 예정이다. 여건상 동시 출시가 힘들기 때문이다. 가격은 논의 중이고, 출시는 9월에 진행할 예정이며, 스위치는 상황을 보고 결정할 것이다.

Q : 기대 판매량은 어느 정도인가?
기대 판매량은 일부러 생각 안 하고 있다. 8년간 개발한 과정과, 게임을 완성했다는 부분에 만족하고 있다.

Q : 드디어 한 프로젝트가 끝났다. 다음 프로젝트는 구상 중인가?
지금은 구체적으로 말하면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회사를 다닐 땐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도록 대중적이나 상업적인 개발에 집중했는데, 8년간 온전히 나만을 위한 하고 싶었던 개발을 해서 그 욕구가 해소가 된 상태다. 다음 행보는 게임 출시 뒤에 천천히 생각할 계획이다.

Q : 마지막으로, 오랫동안 이 게임의 출시를 기다려온 유저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제멋대로, 하고싶은 대로 마음껏 만드는 로망이 폭발한 작품임에도, 기다려 주셔서 감사하고 죄송하다. 이번 게임 개발은 숟가락으로 산을 쌓는 과정이어서 힘들지만 즐거웠다. 기다리는 분들을 생각할 땐 죄송한 마음이 들었고, 뒤늦게 나마 완성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감사하다. 재밌게 즐겨 주셨으면 좋겠다.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

<저작권자 © 게임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