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정부는 정부 조직 개편안을 공식 발표했다. 그중에는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의 폐지도 포함되어 있었다. 폐지를 놓고 여야간의 찬반 논란이 거셌지만, 결국 폐지 수순으로 가게 됐다.

여가부는 여성 정책과 권익 증진, 청소년 및 가족에 관한 업무를 하는 정부 기관이다. 하지만 게임 산업 종사자와 유저에게는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곳이다. 

2011년 매출의 6%를 징수하는 청소년 중독 기금 조성을 위한 법 개정안, 그리고 16세 미만 청소년의 인터넷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셧다운제을 발의하며 유저들의 공분을 샀고, 이중 셧다운제는 국회를 통과해 법으로 제정됐다. 또한 2012년과 2019년에는 모바일 게임도 셧다운제에 포함시기 위한 시도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외에 부정적 여론이 이어지던 중, '마인크래프트' 미성년자 이용불가 사태가 도화선이 되면서 판이 커졌고, 결국 설립된지 21년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여가부 폐지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 진영 후보들의 공약이기도 했다. 

그런데, 여가부가 폐지된다고 해서 게임계는 희소식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여가부는 폐지되지만, 주요 기능과 인력이 보건복지부 산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로 이관되기 때문이다. 여성, 가족, 청소년 등 기존 업무에 인구, 아동정책, 저출산 등 보건복지부의 업무까지 총괄하는 강력한 힘을 가진 조직으로 다시 태어나는 셈이다.

과거, 여가부가 게임에 대한 규제를 펼치기 시작한 시기는 2010년 당시 보건복지가족부로부터 청소년 분야를 이관받으면서부터였다. 그 이후 보건복지부는 4대 중독물질에 게임을 포함시키는 법안을 추진한 것은 물론,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다루기 위한 꾸준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하지만 여가부가 보건복지부에 흡수되면서, 이원화되어 있던 게임의 부정적 인식을 가진 정부 조직이 일원화되어 더 강력한 힘을 가진 상황에 놓이게 됐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게임의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다. 현재 문체부의 움직임은 역대 정권 중 가장 게임에 대해 관심이 없어 보이는 모양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서는 게임이 쏙 빠졌고, 현 정부들어 문체부 박보균 장관이 처음으로 진행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게임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상임위 업무보고에서는 잘못된 내용을 언급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 지난 5일 열린 문체부 국정감사에서는 박 장관은 게임 분야와 관련해 "문체부는 친게임 부처다"라고만 발언한 것을 두고, 무성의함은 물론 현재 문체부가 게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반증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부처는 사실상 더 커지고 강해졌는데, 그들로부터 게임을 지켜야 하는 부처가 게임에 관심이 없다면 결과는 굳이 예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상황이라면 차라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산업자원부가 게임 산업을 전담하는 게 나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두 부처는 진흥과 성장에 집중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문체부가 지금이라도 게임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길 바래본다.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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