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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아시안 게임으로 확인된 e스포츠의 가능성과 한계

항저우 아시안 게임이 지난 8일 막을 내렸다.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참가한 최초의 아시안 게임이었기에, 한국 게임 업계와 e스포츠 업계가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다.

한국은 아시안 게임 e스포츠 종목 7개 중 4종목에서 대표팀을 구성했다. 그리고 출전한 4종목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따내며 e스포츠 강국임을 증명했다. 이 과정에서 e스포츠에 대한 뜨거운 인기와 관심도 확인할 수 있었다. 동시에 중국이라는 개최국이 e스포츠 종목 선정과 e스포츠 경기장 운영을 통해 ‘개최국 어드벤티지’ 혹은 ‘텃세’를 부리는 것도 봤다. 개인적으로 전자는 e스포츠의 ‘가능성’을 보여줬고, 후자는 e스포츠의 ‘한계’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를 적어본다.

'리그 오브 레전드' 한국 대표팀(사진=SPOTV NOW)

e스포츠는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산업이다. 한국에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이하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로 시작되고 발전된 구조가 중국, 미국, 유럽으로 퍼졌고, 각 지역에 맞게 지금까지 발전해왔다. 지금은 라이엇 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 밸브의 ‘도타2’, 라이엇 게임즈의 ‘발로란트’,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 같은 게임들이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국가의 신 성장 동력으로 게임과 e스포츠를 밀고 있다.

e스포츠 산업이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눈에 띄게 성장한 만큼, 아시안 게임이 e스포츠를 받아들였을 때의 효과도 확실하다. 우선 게임을 즐기는 젊은 층이 아시안 게임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올림픽이나 아시안 게임이 젊은 층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리고 e스포츠의 성능은 확실했다. 중국에서 판매된 항저우 아시안 게임 입장권의 종목별 가격 중에서, e스포츠 종목 입장권이 가장 비쌌다는 기사가 곳곳에서 나왔다. 높은 관심이 수요로 이어졌고, 입장권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평소에 e스포츠를 즐기던 사람들은, 아시안 게임에서 새로운 재미를 맛봤다. 예를들면, T1의 ‘페이커’ 이상혁 선수를 응원하는 것과, 한국 국가대표 ‘페이커’ 이상혁 선수를 응원하는 것은 다르다. 또한,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에서 평소에 한 팀으로 모이기 힘든 강력한 선수 6명이 한국 국가대표로 모여서 다른 국가 대표팀을 상대로 경기를 펼치는 것도 이례적인 모습이었다. 이는 팬들에게 또 다른 재미와 감동을 주었다.

이런 것이 e스포츠와 아시안 게임이 만나서 생겨난 또 다른 재미, 감동, 가능성이었다. 반면, 정통 스포츠가 아니라 e스포츠이기 때문에 벌어졌던 일, 혹은 e스포츠라서 극복하기 힘든 일도 발생했었다. 이런 것들은 e스포츠의 ‘한계’를 보여줬다.

대표적인 것은 e스포츠 종목 선정이다. 항저우 아시안 게임의 e스포츠 종목 7개를 잘 살펴보면, 개최국인 중국의 입장이 반영됐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일단, 중국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종목이 2개(‘왕자영요’와 ‘몽삼국2’)가 있었다. 이 2개 게임은 한국에는 출시조차 되지 않았다. 따라서 한국은 이 2개 종목에서는 국가대표팀을 구성하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힘들었다. 아시안 게임에 참가한 대부분의 국가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결국 이 2개 종목에서는 중국이 금메달을 획득했다. 반대로, 지난 1월에 중국 서비스가 종료된 블리자드의 '하스스톤'은 아시안 게임 정식 종목에서 제외됐다. 이것도 중국의 입장이 반영된 결과로 추정된다. 

아시안 게임 e스포츠 종목을 선정하는 기준이나 과정은 아직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항저우 아시안 게임의 사례를 보면, 아시안 게임 개최국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e스포츠 종목을 추가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e스포츠가 아니라 전통 스포츠였다면, 개최국이 이 정도 수준으로 종목을 통제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e스포츠 경기장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변수도 있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 한국 대표팀은 항저우 아시안 게임 e스포츠 경기장의 보조 경기장만 사용하다가, 4강에 가서야 주 경기장을 처음 경험했다. 반면, '리그 오브 레전드' 중국 대표팀은 8강에서 먼저 주 경기장을 경험했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텃세’였다. 물론 이것은 작은 차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치열한 승부가 예상되는 경기에서는 이런 작은 차이로 승부가 갈리기도 한다. e스포츠 경기장은 축구나 농구 경기장처럼 정해진 규격이 없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게임이라서 어쩔 수 없이 안고가는 ‘한계’도 있다. 애초에 e스포츠 종목인 ‘게임’이라는 것은, 모든 국가에 출시되는 것이 아니다. 해당 게임을 즐길 수 있는 PC/모바일 기기/콘솔 게임기가 보급되어야 하고 인터넷 속도도 받쳐줘야 한다. 그런데 아시안 게임에 참가하는 40여개 국의 게임 관련 인프라가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이런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은 국가 입장에서 ‘e스포츠 정식 종목’이라는 이슈는 먼나라 이야기처럼 들렸을 것이다. 다행히도 한국은 IT와 게임 산업이 고도로 발전했고, 거기에 e스포츠 산업도 발전했기에 아시안 게임 e스포츠 종목에서 메달을 딸 수 있던 것이다. 

즉, e스포츠는 현실적인 진입 장벽이 꽤 있다. 이런 진입 장벽 때문에, e스포츠가 40여개 국이 함께하는 아시안 게임이라는 축제에 매번 초대받는 손님이 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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