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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中 영토완정 발언 젠지, 아쉬운 대처와 부족한 가치 공유

2023년 연말,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 e스포츠 팬들을 두 달 동안 행복하게 만들어준, 2023 'LoL' 월드 챔피언십이 서울과 부산에서 진행됐다. 쟁쟁한 글로벌 팀들이 참가해 높은 수준의 경기를 펼친 가운데 T1이 준우승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감격스러운 우승을 차지했다.

한 번이라도 지난 롤드컵을 현장에서 본 관계자와 팬들이라면, 대회 현장 규정에 대한 게시물과 공지를 보았을 것이다. 그중 플래카드, 치어풀 규정에 가장 처음으로 등장하는 주의 사항이 경기와 대회와 관련되지 않은 내용 게재는 금지됐다. 어떤 상업적 메시지, 로고, 정치적, 지역적, 분리주의자 또는 국기나 정당 지지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아 놓고 있다.

유독 'LoL' e스포츠에서는 국가와 관련된 응원과 지지에 대해 금지하거나 소극적으로 대하고 있다. 타 e스포츠의 경우 특정 팀들은 유니폼에 자국의 국기를 박아 넣기도 하고, 게임사 자체적인 국가 대항전을 개최하면서 마케팅과 경쟁 요소를 가미해 e스포츠 인기를 위한 요소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LoL' 공식 e스포츠는 철저하게 중립에서 팀과 팀, 실력 대 실력으로 경쟁한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젠지는 지난달 중순, 대만 현지서 스폰서와 함께 'LoL' 선수들과 이벤트를 진행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벤트 설명 과정에서 대만을 국가로 표기한 것에 반발한 중국 팬들의 항의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이어 사과문에 포함된 영토완정에 대한 표현을 두고 주변 국가들과 국내 팬들이 다시 크게 반발하면서, 연달아 추가 사과문과 CEO의 사과까지 이어지게 됐다. 

영토완정은 국내에서 하나의 중국을 넘어선 뜻으로 풀이된다. 나라를 완전히 통일한다는 영토 무결성의 의미도 있어서, 그동안 중국이 한국을 상대로 활용해 온 동북공정을 지지하는 말로도 해석된다. 젠지의 공식 발언은 중국 상황만 고려한, 해당 발언이 미칠 파장을 예상하지 못한 아쉬운 발언이었다.

결국 젠지는 중국과 한국 팬 모두를 가져가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애매한 표현들로 사과문을 이어갔다. 이후 수습이 힘들어지자 아놀드 허 CEO가 직접 나서 영토완정 발언 철회를 비롯해 관련자 징계 조치, 재발 방지 대책 수립, 관계자 교육 등을 밝히며 관련 이슈가 일단락 나는 분위기로 접어들었다.

만약 지난 롤드컵에서 라이엇게임즈가 현장의 응원 팬들에게 요구하는 방향성과 과정을 누군가가 유심히 봤다면, 조금은 대처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첫 번째 사과문 게시 직전 게임사와 팬들에 미칠 영향들을 한 번이라도 의심해 보고 살펴봤다면, 젠지가 현재 처한 진퇴양난 상황이 발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을 떠나서 e스포츠 기업으로써 주요 활동 종목으로 삼고 있는 게임이 바라보는 방향성 및 가치가 공유되지 못했다는 것은 더욱 아쉽다.

결과적으로 이번 젠지 사태로 글로벌 팬들만 상처를 입었다. 젠지는 글로벌 모든 팬을 그대로 가져가고 싶었지만, 모두를 잃고 말았다. 대만의 이벤트는 그대로 취소되었고, 중국 팬들은 영토완정 발언 철회로 상처를, 한국 팬들은 모두가 만족하지 못한 애매한 사과로 실망감을 안으며, 아무도 이득을 보지 못한 상황이 되었다. 

특히, 2023 롤드컵 8강 탈락 이후 팀을 재정비하고, 새로운 코치진과 스쿼드를 갖춰 새출발하려는 팀에 제대로 제동이 걸려버렸다. 적극적으로 젠지를 응원하던 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않고 있으며, 연이은 사과문에도 여전히 젠지를 LPL(중국 리그) 5시드 라고 비꼬면서 등을 돌렸다.

젠지가 이번 사태를 완벽하게 수습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관련 발언은 한동안 꼬리표처럼 젠지를 따라다닐 것이다. 젠지가 재발 방지와 관련 사안에 대한 직원 교육을 약속하고, 내부 단속을 확약한 만큼 앞으로는 제대로 된 대처와 수습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욱더 탄탄해지고, 한 층 더 성장하는 e스포츠 기업 젠지가 되기를 희망한다.

김지만 기자  kda@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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