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 PROJEKT RED(이하 CDPR)가 개발해 최근 출시된 ‘사이버펑크 2077’(이하 사펑) 때문에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좋은 일로 들썩였으면 좋았으련만, 아쉽게도 나쁜 일이다.

사펑은 마이크 폰드스미스가 만든 TRPG ‘사이버펑크 2020’을 원작으로 하는 1인칭 오픈월드 액션 게임으로, 약 8년간 개발을 진행한 게임이다. ‘위쳐3’를 능가하는 게임 구조와 생동감 넘치는 다양한 상호 작용과 우수한 그래픽 등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키아누 리브스를 기반으로 모델링한 캐릭터가 게임에 등장하고, 전 세계에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었다. 그에 따른 개발비와 홍보비는 약 3,500억원 이상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막상 출시되자마자 평가는 둘로 나뉘게 된다. PC판에서의 평가와 콘솔판에서의 평가다. 특히 콘솔판에서 텍스쳐 품질이나 프레임의 저하는 물론 게임 플레이가 불가능할 정도의 치명적인 버그가 속속 드러났다.

즉, 그동안 외부에 공개하면서 보여준 우수한 게임 퀄리티는 모두 PC판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며, 그에 비해 콘솔판은 각종 버그와 다운 현상, 그리고 미비한 최적화가 이뤄진 상태였음이 드러났다. 문제는 CDPR이 이런 상황을 일절 외부에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CDPR 측에서 다회차 요소가 있을 정도로 선택지가 많은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전체 선택지 중에서 단 2%만이 게임 스토리에 영향을 끼치고 나머지는 정해진 스토리로 진행되는 선형 구조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작인 위쳐3에서 보여줬던 수많은 선택지와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것.

처음에 회사가 목표로 하고 외부에 언급했던 많은 부분들이 상당부분 반영되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PC판 대비 콘솔판의 퀄리티가 형편없이 떨어진다는 것에 유저들은 분노했다. 당초 발표한 출시 일정은 세 번이나 미루며 개발을 진행했고, PC와 콘솔에서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여줬지만 실제로는 아니었던 것이다.

게다가 지난 14일 공지를 통해 향후 문제점 수정 계획에 대해 안내하면서, 콘솔판 게임에 대해 만족하지 못한다면 오는 21일까지 환불을 요청할 수 있다고 공개했다. 그런데 이 환불은 CDPR이 마이크로소프트나 소니와 협의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공지한 것이 드러났다. 무조건 환불 정책은 오해이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소니의 스토어 정책에 따라 진행된다는 것. 사실상 환불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CDPR은 2007년을 시작으로 3편의 ‘위쳐’ 시리즈를 통해 오랜 기간동안 보여준 게임의 퀄리티와 다양한 유저 친화 정책으로 전 세계 유저들로부터 신뢰를 쌓아갔다. 하지만 그 신뢰가 사라지는 기간은 채 1주일을 넘기지 않았다. 

특히 한국 유저들은 지난 10월 9일 한글날에 과거 취소됐던 사펑의 한국어 더빙이 적용됨을 알리면서 유저들 사이에서 갓게임사로 등극했다. 하지만 출시된 직후 사펑 및 CDPR에 대한 여론은 완전히 돌아섰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자 CDPR의 주가는 출시 이후 6일간 출시 당시 가격의 30% 가량 하락했고, 그에 따라 지분을 갖고 있는 4명의 창업자는 총 10억 달러(약 1조 930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주가는 대표작인 ‘위쳐3’가 흥행하기 이전의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사전예약 판매량만 800만장을 기록하며 출시 당일에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겼다고 CDPR 측은 밝혔는데, 투자 비용 이상의 성과를 거뒀지만, 창업자 4인은 그 몇 배에 달하는 손해를 본 것이다. 얼리 액세스로 팔아야 할 게임에 엄청난 마케팅을 한 대가다.

자고로 탑은 오랜 기간 공들여 쌓아야 하지만, 그것을 무너뜨리는 것은 한 순간이다. '공든 탑이 무너지랴'라는 말이 있지만 이 말이 먹히지 않은 지는 꽤 됐다. 이 명백한 진리는 어떤 경우에서도 적용되고 있고, 진실됨은 통하게 되어 있다. 

물론 유저들이 원하는 것은 좋은 퀄리티의 재미있는 게임이지만, 업체가 감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을 말한다면 유저들은 납득하고 기다릴 수 있다. 애초부터 게임의 구조와 내용, 상황을 그대로 알렸다면 유저들은 얼마든지 감내하고 기다렸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사펑은 차라리 콘솔 버전을 이번에 내지 말거나 출시를 더 미뤘어어야 했다.

왜냐면 자고로 게임은 즐겁고 재미를 느끼기 위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유저 입장에서는 급할게 없다. 그런 게임에서 문제가 생기고 짜증을 느낀다면 그 게임은 존재의 가치가 없어진다. 이번 사펑 사태가 국내 게임사들, 특히 트리플A급 게임을 만들고 있는 곳에게 많은 부분에서 본보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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