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과거부터 게임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세계 최초로 온라인 게임의 상용화에 성공했고, 다수의 게임을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시켰다. 특히 e스포츠에서는 유명 프로게이머들이 속속 등장하며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떨쳤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에서는, 부정적인 이슈에서 더 화제에 오르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강제적 셧다운제로, 청소년의 수면권을 확보한다는 명목으로 발의된 청소년보호법의 별칭이다.

이 법은 16세 미만의 청소년이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 게임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를 위반한 업체에게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내려진다. 

2011년부터 시행되기 시작한 강제적 셧다운제는 2014년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더욱 공고해졌고,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 셧다운제는 시행 당시 전 세계의 화제가 됐다. 유명 외신에서도 비중있게 다뤄졌고, 해외 게이머들은 “북한에서나 있을 법”이라며 조롱했다.

특히 2012년 당시 중학교 3학년이었던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이승현 선수는 국제 대회를 치르던 중 자정이 임박하자 “아 맞다 셧다운”이라고 말하고 병력을 모두 투입하며 게임을 포기, 급하게 퇴장한 뒤 부모님의 계정으로 다시 접속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다시 화제에 오르며 국제적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당시 논란이 되자 여성가족부가 ‘스타크래프트’를 셧다운제에서 제외하며 형평성 논란도 빚었고, 리마스터 버전인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는 셧다운제에 포함되는 또 다른 형평성 논란도 빚고 있다. 그나마 모바일 게임에 대해서는 과몰입 우려가 적다며 적용을 유예시키고 있는 상황. 

해외 콘솔 업계는 이 부분에 대한 문제를 간편하게 해결하기 위해 미성년의 온라인 서비스 이용을 막는 방법을 취했고, 그 결과 한국에서는 미성년자가 콘솔로 온라인을 이용할 수 없다.

그로 인해 국산 PC 온라인 게임에서 청소년 게임을 만드는 사례는 줄어드는 결과도 낳았고, 강제적 셧다운제는 다양한 연구 결과를 통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지만 여전히 다양한 부작용만 낳고 있는 중이다.

물론 폐지를 위한 움직임도 있었다. 2016년 정부가 강제적 셧다운제를 부모 선택제로 완화하는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당시 의원들의 외면으로 무산됐다. 또 2017년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이 강제적 셧다운제를 완전히 폐지하는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여가위에서조차 다뤄지지 못했고, 자유한국당 윤종필 의원이 앞장서 셧다운제 폐지는 청소년 보호 포기 선언이라며 맞섰고 결국 무산됐다.

그 여파가 이제는 아이들의 교육용 게임에도 미치게 될 상황이다. 바로 샌드박스 게임 ‘마인크래프트’다. 12세 이용가로 서비스되고 있는 ‘마인크래프트’는 전 세계 2억 명이 넘는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작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청와대의 어린이날 행사를 마인크래프트로 만든 영상으로 대체하고, 청와대 맵을 공개할 정도로 정부에서도 마인크래프트는 인정을 받고 있는 게임이다.

그런데, 마인크래프트 자바 에디션의 계정이 마이크로소프트의 계정으로 이관을 시작하면서 앞서 언급한 콘솔 플랫폼의 온라인 서비스 개념에 묶이게 됐고, 모든 마인크래프트 버전을 청소년이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이 이슈는 오직 한국에서만 일어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정치권에서 이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이 6월 23일 셧다운제를 폐지하는 개정안을 발의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다음 날인 25일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이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은 폐지는 아니지만 친권자의 요청이 있으면 셧다운제에서 제외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런데 문제는, 21대 국회에 들어와서는 이 움직임이 국민의힘 쪽에서 먼저 시작됐다는 부분이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2005년부터 김재경, 김희정 등의 의원들이 관련법 발의를 추진했고, 결국 2008년에 김재경 의원이 발의한 법이 여가위와 법사위를 거쳐서 18대 국회 표결을 통해 시행됐다. 

18대 국회 표결 당시 전체 찬성표의 118표 중 77표를 한나라당에서 던졌을 정도로 한나라당은 셧다운제 시행에 적극적이었다. 여기에 더해 2013년 한나라당에서 이름을 바꾼 새누리당의 황우여 대표는 4대 악 중 인터넷 게임도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게다가, 최근 가장 먼저 여론몰이를 시작한 허은아 의원은 입장을 낸지 1주일이 지났지만 아직 개정안 발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결과적으로는 더불어민주당이 앞장서 추진하는 모양새가 됐지만, 바람은 국민의힘에서 먼저 잡은 셈이 됐다. 

이쯤 되면 그쪽의 저의가 궁금해진다. 무슨 의도로 셧다운제 폐지 이야기를 꺼낸 걸까? 라고 말이다. 과거 그들은 셧다운제 시행 당시 게임과몰입 치유부담금 징수 및 재원 부담법으로 2천억 원을 요구했었고 매출의 1%를 내라는 이야기도 했었다.

10여 년 전부터 국내 게임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행동을 해온 정권과 정당이 입장의 변화를 보이려면, 좀 더 적극적이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의원 개인의 입장 변화이지, 당 자체의 입장 변화는 아닌 것 같다. 

셧다운제 시행 10년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그 사이 게임에 대한 많은 인식이 변했다. 그래서 셧다운제의 폐지도 어느 정도 탄력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여러 나라에서 한국을 보고 따라했지만 결국 실효성이 없다고 폐지한 법이다. 진정 국민의힘이 아무 의도 없이 셧다운제 폐지를 원한다면, 그 행동을 국회 표결에서 보여주기 바란다. 그러면 10여년 넘게 쌓였던 게이머들의 분노가 조금이나마 사라지지 않을까.

출처=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

<저작권자 © 게임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