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게임 산업에 380억 달러(약 50조 원)을 투자한다고 외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게임 개발 및 퍼블리싱 사업에 대한 투자, 게임 업체 지분 투자, e스포츠 경기장 건설, e스포츠 인프라 확보 등 다양한 방면으로 투자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장기적으로 석유 산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비전 2030’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선정한 산업 중에는 게임과 e스포츠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목표는 2030년까지 사우디아라비아를 게임과 e스포츠의 허브 국가로 만드는 것이다.

이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가 이끄는 사우아라비아 국부펀드는 닌텐도, 넥슨, 엔씨소프트, 액티비전 블리자드 등 다양한 게임 업체의 지분을 인수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산하 기업인 새비 게임스 그룹은 최근 몇 년 동안 e스포츠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새비 게임스 그룹의 자회사인 Nine66는 한국 게임 업체 위메이드와 전략적 협력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외신 블룸버그는 새비 게임스 그룹의 브라이언 워드 대표를 인터뷰했다. 브라이언 워드 대표는 과거에 액티비전과 EA에서 근무했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그는 지난 1년 동안 전 세계의 거의 모든 대형 게임 업체와 만났다. 그리고 새비 게임스 그룹은 게임 산업과 e스포츠 산업에 380억 달러(약 50조 원)을 투자할 용의가 있다고 한다. 최근까지는 e스포츠 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했고, e스포츠 경기장 건설도 추진 중이다. 앞으로는 게임 개발과 게임 퍼블리싱 사업에 조금 더 집중할 것이라고 한다.

새비 게임스 그룹의 임무 중 하나는 다른 게임 업체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인 리야드에서 활동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작업의 일환이었는지, 사우디아라비아 관계자가 한국 게임 업체 시프트업을 방문해서 비슷한 제안을 했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자체 개발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사비 게임스 그룹의 자회사 중에는 약 1년 전에 설립된 게임 개발사도 있다. 먼저 모바일 게임 개발을 경험하고, 콘솔 게임으로 넘어가겠다는 계획이다. 브라이언 워드 대표는 “궁극적인 목표는 이들을 최고의 개발사로 육성하는 것이지만, 게임 개발사를 설립하고 육성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에는 게임 산업과 관련된 인프라와 교육 기관이 부족하기 때문에, 다른 국가와의 기술적인 격차가 크다. 이런 격차를 좁히려면 국가적인 투자와 정책이 있어야 하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다만,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제적인 활동에는 걸림돌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독재나 인권 관련 논란에 종종 휘말리는 국가다. 그래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이런 투자와 활동은 몇몇 중동 국가가 했던 ‘스포츠를 통해 국가의 국제적인 평판과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시도’(이른바 ‘스포츠 워싱’)와 비슷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게임과 e스포츠도 전통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의 불특정 다수가 즐기는 산업이다. 그렇다 보니,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도덕적인 문제가 그들의 활동에 제약을 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한 대형 게임 업체가 사우디아라비아와 협력하려다가 철회한 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브라이언 워드 대표는 “이런 비판은 게임과 e스포츠 사업을 운영하는 것과는 완전히 근본적으로 다른 주제라서 다소 당혹스럽다”라며 “새비 게임스 그룹은 성소수자나 유대인을 고용할 의사가 있다. 이미 우리 경영진에는 여성도 있고, 성소수자도 있다”라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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