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게임쇼 '지스타 2025'의 둘째 날인 11월 14일, 애니플렉스 포워드웍스룸 하시모토 신지 대표의 강연 '글로벌 IP 시대에서 프로듀서의 역할은 무엇인가'가 진행되었다.
그는 반다이 시절 ‘하시모토 명인'으로 알려졌으며, 스퀘어 에닉스 시절에는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등을 프로듀스 해왔다. 정년퇴직 후에는 소니 그룹으로 옮겨 지난 11월 18일 출시한 ‘바이오하자드 서바이벌 유닛’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다.
■ 프로듀서와 디렉터의 관계성
하시모토는 먼저 프로듀서와 디렉터의 관계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에 따르면 디렉터는 '다이아몬드 원석'이며, 프로듀서의 역할은 다이아몬드가 빛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한다.
“디렉터에게 비즈니스 스킴이나 예산 관리를 떠맡기는 건 어렵다. 그런 번거로운 일 모두 (프로듀서인) 내가 떠맡을 테니 좋은 걸 만들어 달라는 입장”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프로듀서는 돈을 빌려 이자를 붙여 상환하고, 다음 투자를 얻는 사이클을 계속 돌려야 한다. 한편, 그런 압박이 디렉터에게 파급되면 게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이익을 확보하려는 투자자나 회사와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은 디렉터 사이에서 낀 신세가 되지만, 꽃피울 때까지 참고 견뎌야 한다”며 프로듀서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 글로벌 진출 방법
글로벌 진출 방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바이오하자드 서바이벌 유닛'은 한국의 조이시티가 개발을 담당했지만, 해외 기업과 처음부터 모바일 게임을 만드는 것은 그에게 처음 있는 경험이었다고 한다.
“계속 일본에 있으면 알 수 없지만, 나라마다 노하우는 완전히 다르다. 콘솔 게임이 주류인 나라도 있고, 모바일이나 PC가 주류인 나라도 있다”며 각국의 차이를 강조했다.
글로벌 진출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각국에 동맹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반드시 사원이 아니어도 되며 프리랜서도 괜찮다. “자신에게 유리한 동맹을 전 세계에 만들어 나간다. 인원 수가 많다는 것보다 일하기 편한 파트너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납기 준수의 중요성
납기 준수의 중요성도 지적한다. “한 달 일정이 연장되면 그만큼의 급여를 지급해야 하며, 손익분기점이 달라진다. 납기가 어긋나는 것이 프로젝트에 있어 최대의 위기가 된다”고 설명한다. “한 달만 더 있으면 정말 좋은 작품이 될 거라는 말은 백만 번도 더 들었다”며 쓴웃음을 지었지만, 연기할수록 비용이 증가해 프로듀서의 목을 조르는 결과가 된다고 말했다.
한편, 수많은 타이틀을 맡아온 경험 속에서 “조금만 더 버텼더라면” 하고 아직도 후회하는 작품도 있다고 한다. 납기와 퀄리티 사이에서 프로듀서는 항상 어려운 판단을 강요받고 있다.
또한 프로듀서가 관리해야 할 요소로 “사람, 물건, 돈”을 꼽았다. 특히 중요한 것이 “캐스팅”이다. 여기서 말하는 캐스팅은 성우나 탤런트뿐만 아니라 프로그래머, 디렉터, 캐릭터 디자이너 등 팀 전체의 인선(人選)을 가리킨다. 수백 명 규모의 팀에서는 섹션별로 리더를 정하고, 그들과 매주 회의를 진행하며 프로젝트 전체를 파악해 나간다고 한다.
“거의 매일 상담을 받는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고민을 팀 전체 분량으로 들어야 하니, 시작부터 끝까지 정말 긴 여정이다”라고 프로듀서의 숙명을 털어놓았다.
■ 게임 업계를 꿈꾸는 이들에게
하시모토는 게임 업계를 꿈꾸는 이들에게 “프로듀서의 책임은 무겁지만 전체를 조망할 수 있어 즐겁다. 완성되어 판매될 때의 기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며 보람을 강조했다. 전 세계 이벤트에 참여하며 “그 게임을 만나 인생이 바뀌었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고 한다. “내가 참여한 콘텐츠가 도움이 되고 인생의 힘이 되었다는 말을 들을 때면, 해온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게임 업계의 어려움에도 언급했다. “예전에는 5개 타이틀 중 1~2개가 실패해도 다음 기회가 있었지만, 지금은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며 냉혹한 현실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보장되지 않는다고 그만둘 것인가. 하고 싶어서 업계에 들어왔으니 정신적으로 지면 안 된다”며 포기하지 않는 자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연 마지막에 그는 “프로듀서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고 말했다. “100억 단위의 프로젝트에서는 가본 적 없다, 이야기해본 적 없다고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전 세계 팬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프로듀서가 현지에 가서 직접 상황을 파악하는 것도 요구된다. “가르침을 받을 수도 있지만, 직접 보는 게 낫다. 프로듀서의 행동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저작권자 © 게임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