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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아크 레이더스’, 6년간의 방황 끝에 답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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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 위치한 넥슨 산하 엠바크스튜디오는 지난 6년간 ‘아크 레이더스’를 개발해왔다. 그 기간동안 원래 비전과 현실 사이의 거대한 간극을 마주했고, 그 과정에서 게임 개발의 어려움과 혁신의 가치를 보여줬다. 

다이스 출신 개발자들이 설립한 이곳이 어떻게 협력 PvE 게임에서 PvPvE 익스트랙션 게임으로 급격한 방향 전환을 이루어냈는지를 보여주는 개발 히스토리가 최근 공개됐다.

2019년 설립 초기, 엠바크의 창립자들은 거대한 기계들이 우주 기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광활한 세계를 상상했다. 이들이 그려낸 게임은 ‘완다와 거상’, ‘레프트4데드’, ‘배틀그라운드’의 교집합에 있는 게임, 즉 거대한 보스 기계를 협력하여 사냥하되 모험의 자유도와 경쟁 요소를 갖춘 세션 기반 레이드 경험이었다. 

이 게임을 통해 플레이어들은 높이 점프하고 넓은 맵을 가로질러 달리며, 함께 협력하는 무료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거라 예상했다. 2021년 더 게임 어워드에서 공개된 티저 예고편은 이 비전을 화려하게 표현했다.

하지만 현실은 예상과 달랐다. 초기 개발 과정은 기술적 탐구와 도구 제작에 집중되었고, 팀은 이 거대한 기계들을 상대로 플레이하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를 순수하게 테스트해보는 데 주력했다. 공을 차는 것이 재미없으면 재미있는 축구 게임이 될 수 없듯이, 게임의 기본이 되는 메커니즘이 재미있어야 한다는 철학이 있었다.

이 기간 동안 거대한 세계관, 무기의 느낌, 광활한 오픈형 지형과 같은 기초적인 요소들이 정교하게 구축되었다. 특히 거대한 로봇의 움직임을 구동하는 획기적인 이동 기술은 플레이어들이 기계와 싸우는 경험을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문제는 팬데믹으로 인한 원격 근무 전환과 함께 본격화되었다. 소규모 팀이 한 공간에 모여 아이디어를 실시간으로 나누고 수정하던 초기 개발 방식이 무너졌다. 각 부서는 자신들의 목표를 향해 표류하기 시작했고, 게임의 응집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게임을 특별하게 만들었던 순간들, 즉 모든 플레이어가 맵 중앙에 모여 거대한 기계를 파괴할 때의 감정적 고조를 일관되게 재현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가끔씩은 멋진 조우가 일어났지만, 다음 열 번의 세션에서는 10킬로미터를 아무 상호 작용 없이 달리기만 해야 했다. 이렇게 드물게 발생하는 감정적 순간에만 의존하는 게임 루프는 플레이어를 지속적으로 끌어들일 수 없었다.

스튜디오는 6개월 안에 게임을 출시하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헤일 메리" 계획이라고 불렸던 이 시도는 필연적으로 실패했다. CBT 단계에서 팀은 냉정한 현실을 마주했다. 게임 루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친구와 가족 초대 플레이 테스트에서 느낀 것은 분명했다. 게임에는 감정적 고조 외에 플레이어를 계속 돌아오게 할 메타 게임이나 진행 감각이 부족했다. 거대한 세계관과 영상미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큰 그림을 그리기 어려웠다.

이 위기의 순간에서 엠바크의 리더십은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패트릭 쇠더룬드 대표는 창립 초기부터 게임에 PvP 요소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그는 다이스 출신의 알렉산더 그론달을 총괄 프로듀서로 영입했고, 입사 첫 날 그에게 "이 게임에 PvP를 추가해야 한다"고 명확히 전했다. 내부 토론과 여름 휴가를 거쳐 팀이 돌아왔을 때, 모두는 새로운 장르로의 전환을 받아들였다. 이것이 게임을 근본적으로 재설정하는 단계였다.

새로운 방향에서 엠바크가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은 세계관과 거대한 기계라는 IP의 정체성이었다. 플레이어들의 반응과 게임이 보여준 가능성에 기초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게임 플레이 방식 자체는 완전히 재구성되었다. 

PvP와 PvE를 결합한 익스트랙션 게임으로의 전환은 단순히 경쟁 요소를 추가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았다. 이는 기계를 어떻게 인식할 것인지, 플레이어들이 어떤 긴장감을 경험할 것인지를 180도 다시 생각하는 것이었다. 원래는 플레이어가 거대한 기계를 지배하고 조종하는 경험이었다면, 새로운 버전에서 플레이어는 기계를 두려워하게 되었다.

이러한 전환이 가져온 효과는 뚜렷했다. 플레이어 간의 상호 작용이 추가되면서, 게임의 예측 불가능성이 무한대에 가까워졌다. 같은 맵이라도 플레이어의 행동 양식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매번 새로운 경험이 만들어진다. 

누군가는 한 플레이어와 협력하고, 다른 누군가는 건물 안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인다. 이전에는 일관된 재미를 재현하기 위해 수십 번의 세션을 통해 패턴을 찾아야 했다면, PvP의 추가는 인간의 행동이 만드는 자발적인 콘텐츠가 되었다. 플레이어가 스스로 자신의 경험을 생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엠바크의 여정은 게임 개발에서 원래의 비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러나 그 비전이 현실과 충돌할 때 얼마나 빠르고 용감하게 방향을 틀 수 있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들은 실패를 인정했고, 팀이 공든 기초 위에서 완전히 새로운 게임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아크 레이더스’는 7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고 40만 명 이상의 동시 접속자를 끌어들이는 익스트랙션 슈터 게임이 되었다. 이것이 바로 게임 개발의 현실이며, 때로는 처음 생각한 게임이 죽어야 새로운 게임이 살아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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