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3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지스타 2025와 병행 개최된 게임 컨퍼런스 'G-CON 2025'에서는 코에이 테크모 게임스의 세션 '~원점으로 회귀하는 리부트~ 시리즈 25주년을 맞이하여'가 진행되었다.
단상에는 코에이 테크모 게임스의 쇼 토모히코 프로듀서 겸 게임 디자이너가 올라와 2025년 1월 발매한 '진·삼국무쌍 ORIGINS'(이하 무쌍 오리진)에 대해 이야기했다.
먼저 쇼는 “이번 강연은 게임 개발 관련해 당연한 이야기를 할 것이지만, 이것이 다시 한 번 여러분의 깨달음이 되길 바란다”고 말하며 강연의 주제가 되는 무쌍 오리진을 소개했다.
플레이어가 삼국지 무장을 조종해 대군에 맞서는 일기당천의 상쾌함을 맛볼 수 있는 '진·삼국무쌍' 시리즈. 그 넘버링 타이틀 9번째 작품은 진·삼국무쌍9가 아닌 무쌍 오리진이다.
단상에서는 본작이 리부트(원점 회귀 등의 의미)로 자리매김하기까지의 방침 결정과 과제, 그리고 실제 어떻게 진행되었는지가 설명되었다.
쇼는 프로젝트 출범 에피소드에 들어가기에 앞서 “왜 (게임 등의 작품은) 속편을 만드는가”라고 청중에게 물었다. 그 이유는 고객이 요구하기 때문이다. 속편은 신작에 비해 매출과 비용을 예측하기 쉬워 비즈니스 성과 확률을 가늠하기 용이하다. 이 점은 영리 기업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한편, 당시 무쌍 시리즈는 시리즈 지속이 어려워지고 있었다. 2013년 발매된 '진·삼국무쌍7'은 한발 앞서 원점 회귀에 나서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2018년 발매된 '진·삼국무쌍8'의 오픈 월드화는 찬반이 갈렸다.
“그렇다면 다음 무쌍9는 무쌍7로의 회귀가 안전책일까?”라는 생각이 스쳤지만, 즉각적인 판단은 내리기 어려웠다. 눈앞의 성공을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5년이나 10년 후를 내다보는 비전을 갖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쇼는 당초 무쌍9에 해당하는 프로젝트를 일단 백지화하고, 새로운 무쌍의 형태를 고민했다. “시리즈의 핵심은 무엇인가”. 그 점을 명확히 한 뒤 시리즈의 절대적 축을 고민했다. 다만 게임 개발 현실에서는 이게 의외로 고려되지 않거나 확립되지 않은 채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는 시리즈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핵심적인 매력이 계승된 것”으로 정의했다. 무쌍의 경우 다음 네 가지였다.
▲전술 액션 ▲한 사람이 천 명을 상대하는 쾌감 ▲전장의 생생함 ▲삼국지 그 자체의 매력(이야기와 영웅의 존재감)
이 네 가지가 갖춰져야 비로소 무쌍이 된다.
이어서 “속편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제기되었다. 그는 “시리즈 팬을 타겟으로 한 것”이라고 정의했다. 한편, 당사자인 팬들에게 답하는 타이틀에서 요구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시리즈의 핵심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한다.
예를 들어, 시리즈 팬이라 할지라도 일부 넘버링 타이틀에만 있던 개별적인 특징을 사랑하는 사람도 많다. 예를 들어 '진·삼국무쌍3의 호위병'을 꼽는 등 이 부분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그 위에 주의해야 할 점은 "(의견이나 요구에서) 큰 목소리가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요즘은 SNS 등에서도 강조되지만, 게임도 예외는 아니어서, 함부로 큰 목소리에 따르다 보면 오판만 할 수 있다.
그 점에서, 초대 '진삼국무쌍' 출시 후 설문조사를 했을 때, 최다 득표 항목은 캐릭터 수(에 대한 평가)였고, 후속작에 기대하는 것은 신무장 추가였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이것들은 고객의 진정한 요구가 아니라, 단순히 "설문에서 선택하기 쉬운 옵션일 뿐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팬들의 목소리는 참고하되, 결국은 자신의 머리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시리즈의 가치는 핵심에 있기 때문에, 시리즈 팬에게 요구되는 것의 본질 또한 그 핵심이 되는 특징을 계승하고 진화시키는 것이 된다. 다만, 그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작품의 속편이라는 것은 신규 유저를 차단하기 쉬우며, 팬 역시 반드시 일정 수가 이탈한다. 결과적으로 인기는 점점 줄어든다. 그러므로 핵심을 계승하고 다듬으면서도 신규 획득 전략도 요구된다.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시리즈 팬을 위한 핵심 매력에 더해, 팬이 아니더라도 관심을 끌 수 있는 '핵심과 연결된 새로운 매력'이 중요하다. 특히 핵심과 연결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렇지 않은 추가 매력은 낭비되기 쉽고, 반응도 일시적으로 끝나기 일쑤라고 한다.
예를 들어, 하드코어 게임에 “수영복 미소녀를 등장시켰다”라고 달면 순간 열기가 뜨거워질 것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기존 팬들의 구심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핵심과의 연결이 중요한 것”이라고 쇼는 강조했다.
무쌍 오리진에서 중요하게 여긴 것은 원점 회귀였지만, 핵심은 “본래의 매력을 올바르게 전달하는 것”에 두었다. “그렇게 하면 무쌍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서 시리즈 팬들을 다시 불러모으고, 신규 유저를 유치하여 글로벌에서 성공하는 것. 그것이 내 미션이었다”라고 말했다.
한편 시리즈 작품이라면 “핵을 계승하는 건 당연한 일”이며, 본래 굳이 원점으로 돌아갈 필요는 없다고 한다. 하지만 미리 원점 회귀를 내세움으로써 “개발 멤버들에게 명확한 방향성”이 생긴다. 개발자만의 시각이다.
무쌍 오리진의 절대적 축은 결국 “압도적인 군단감”과 “압도적인 쾌감”으로 정해졌다. 게임의 중심은 대군단이나 맹장들과의 격투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절대축의 자기 확인'으로 정했다.
자기 확인이란, 오로지 머릿속에서 망상 플레이를 하는 것이다. 쇼는 이 행위를 '진・삼국무쌍2' 시절부터 계속해왔다. 그렇게 이미지를 굳히고, 정보를 정리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도 만들어내 프로젝트 멤버와 공유했다. 그렇게 방향성을 정해 나갔다.
이어서 '기획 개요서 작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일본에서 전해지는 격언 “준비 80% 작업 20%”를 언급하며, 기획 개요서 준비 단계까지가 성공 여부의 80%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다만, 나머지 20%로 간주되는 실제 개발 기간에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따라서 어느 쪽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런 비율로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여기서 그는 “제작에 관해서는 개발 멤버들이 열심히 해준 부분이니, 지금부터는 개인적으로 의식했던 점을 말씀드리겠다”라고 전하며 프로듀서 시각에서 해온 일을 설명해 나갔다.
기획서에 관해서는 자신만의 '1할의 법칙'을 적용한다. 이는 "내가 구상한 게임을 완성하기 위해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것은 사실 1할 정도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나머지 9할은 어디까지나 중요한 1할을 달성하기 위해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여지라고 본다. 그러면 현장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살리기 쉬워진다"라고 말했다.
또한 자세로는 '용왕매진(勇往邁進)'. 목적을 향해 한결같이 나아가는 스탠스를 유지했다. 게임 개발 현장에서는 다양한 불안이 생기기 때문에, 절대적인 기준을 세운 자신이 동료들에게 신뢰받을 수 있도록 이런 모습을 보여주며 나아가는 것이 팀워크로서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서 '주변의 의견에 대한 자세'. 게임의 최종 형태라는 것은 사실 제작 중에는 누구도 그려볼 수 없는 것 같다. 따라서 타인의 의견에 흔들리기 쉽지만, 개발 단계에 한해서는 “(미완성품에 의견을 내고 싶어지는 건 당연하니) 그런 것”이라고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의견에 따를 때도 무언가를 바꾸기보다는 절대적 기준에 따라 “오히려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을 더해야 할지에 대한 정보로 받아들인다”고 하여 자신의 기준이 흔들리지 않도록 한다.
이는 '출시 전 프로모션에서 받는 의견'도 마찬가지다. 큰 목소리는 어디까지나 참고로 삼으면서, 반드시 반영해야 할 것은 아니다. 따라서 고객의 의견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어 “아주 평범하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게임을 계속 만들다 보면 놓치기 쉬운 부분이다. 그래서 이를 재확인 하기 위해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쇼는 무쌍 오리진에서 절대적인 축을 위해 “감정을 뒤흔드는 전장을 만든다”고 내걸었지만, 이를 구체화하는 방법은 디렉터들에게 맡겼다. 이때 중요한 것은 넓은 시점이 아니라 미시적인 감정의 하이라이트였으며, “그곳을 최고의 경험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한다.
개발진이 맡은 작업은 팬들이 과거 무쌍 시리즈에서 어떤 순간에 고양감을 느꼈는지 분석하는 것이었다.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많았지만(위 이미지. 이 중 상당수는 반영된 듯하다), 특히 눈에 띈 것은 “무쌍의 재미란 아군의 사기를 높이며 전선을 밀어붙이는 감각”이었다.
이는 무쌍7의 '정군산 전투'에서 아군의 호령에 맞춰 돌격하는 연출이나, 아군이 지원해 오는 상황처럼, 대량의 적에 맞서 우리도 대량의 아군과 함께 싸우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대량의 아군과 함께 싸울 수 있는 액션 게임은 없다. 이것이 진·삼국무쌍의 유일무이한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동료와의 공투라는 뜨거운 순간을, 현대적인 표현력으로 구현한다면 감정을 뒤흔드는 전장을 만들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기획 초기 단계에서 그린 컨셉 아트에서도 뜨거운 감정의 하이라이트가 되는 아군과의 격전을 표현했다. 한편 실제 게임에서는 전장의 현장감을 높이기 위해 병사 수를 압도적으로 늘렸는데, 이는 프로그래머들의 노력 덕분에 원활하게 구현할 수 있었다고 한다.
병사의 수는 늘릴 수 있었지만, 왠지 적군에게는 위협을 느끼지 못해 생생함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았다. 그래서 주목한 것은 플레이어가 가장 많이 볼 것이고, 어떤 의미에서는 주인공인 '적 병사'였다.
쇼가 주목한 것은 병사의 외모와 행동이었다. 기존 무쌍 시리즈에서는 플레이어에게 일기당천의 감정을 주기 위해 병사의 비주얼을 날씬하게, 말하자면 약해 보이도록 의도적으로 디자인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병사 한 명 한 명에게 위협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 의상의 채도를 높이고 체형을 근육질로 만들었다. 전체적인 자세도 넓게 벌리고, 지금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행동으로 몸을 좌우로 흔들게 했다.
결국, 당하는 역할에서 '근육질의 튼튼한 병사'로 바꾼 것이다. 이로 인해 게임 화면에서는 적군의 밀집감이 증가했다. 더 나아가 부수적인 효과로 아군 병사들마저 든든하게 느껴지게 되었다고 한다.
병사에 이어 스테이지 설계와 라이팅 등도 세세하게 다듬어 나갔다. 그 위에 시나리오의 클라이맥스가 되는 '대군단전'을 준비했다. 각 시나리오의 각본은 삼막 구성 또는 서파급에 따라 제1막에서 설정, 제2막에서 고조, 제3막에서 감동의 흐름을 그렸다.
제1막은 플레이어에게 정보와 기대감을 주는 설정 단계다. 실제 게임 플레이에서는 다양한 무장과 교류하게 하여 전장에 대한 열망을 고조시켰다. 전체 맵의 카메라 시점은 약간 뒤로 물러나 있어 중국 대륙의 스케일감을 연출하면서도 레트로 RPG 스타일의 인상을 주었다.
작중 시스템 이벤트(=무장과 만남 등)는 지나치게 어둡고 무겁지 않도록 등장인물의 표정과 행동을 정리해 나갔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 머릿속에 무장 한 명 한 명의 기억이 남게 되어, 전장에서 마주했을 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할 수 있었다.
제2막은 플레이어를 이야기에 몰입시키고 클라이맥스를 향해 고조시키는 전환점으로 삼았다. 군사 장면에서는 전투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긴장감을 조성한다. 등장인물들의 모습에서 추구한 것은 “월드컵 출전 선수가 경기 직전, 피치를 마주한 듯한 분위기”다.
위 이미지의 무장 비주얼 역시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를 테마로 제작한 것이라고 한다. 전반적으로 긴장감이 강조되어 있다.
전투 중에는 현장감을 높이기 위해 앞서 언급한 병사들의 모습 외에도 플레이에 따라 카메라 워크를 다양하게 변화시켰다. 플레이어의 조작 자체도 전장에서의 드라마 체험이 되도록 컨트롤한 셈이다.
제3막은 대군단 간의 전군 돌격에서 화면 연출과 컨트롤러 진동 기능 등 투입 가능한 모든 요소를 활용해 플레이어의 감정을 뒤흔들었다. 연출에서 전투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하는 구조 역시 플레이어의 감정을 유지시키기 위해 고심한 결과라고 한다.
어느 게임 디자인도 '자신(플레이어)이 노력했기에 경험할 수 있는 카타르시스의 해방'을 의식한 것이다. 쇼는 “지금까지 설명한 모든 것은 클라이맥스를 위한 것이다. 모든 것이 잘 되었다고 말하면 좀 과장일 수 있지만, 그 정도의 각오로 임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단상에서 설명된 것은 어디까지나 '게임 내 하나의 사이클'이며, 게임 전체를 보면 별도의 축에 더 거대한 사이클이 존재한다. 그것들도 작은 사이클과 연동하며 상호작용해 나가는 것이다.
방대한 볼륨과 끝없는 작업 속에서 무엇을 하이라이트로 삼고, 거기에 이르는 흐름을 어떻게 할 것인가. 게임 기능의 사이클을 의식함으로써 플레이어 경험을 더 좋게 할 수 있으며, 그때서야 비로소 사람의 감정을 흔들 수 있다. 감정의 하이라이트를 미시적·거시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작품의 절대적 축을 구체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송구스러운 마음으로 무쌍 오리진의 향후 전개가 홍보되었다. 본작은 2026년 1월 22일, '진·삼국무쌍' 시리즈 25주년 기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예고되었던 대형 DLC '몽환의 사영걸'이 배포되며, 같은 날 닌텐도 스위치2판 본편 및 해당 DLC도 발매된다.
이러한 추가 전개에 대해서는 프로젝트 출범 초기에는 기획으로 존재하지 않았다고 한다. 게임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는 흔히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성공했으니 다음도 있다”는 식으로 꿈의 규모에 따라 방향이 바뀌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리즈 전개를 중장기적으로 고려한다면, 성공한 경우를 미리 생각해 두는 것이 좋다고 한다. 쇼도 개인적으로 고민 중이라고 밝히며, “사업 전개에는 다양한 패턴의 가능성과 미래가 있다. 더 나은 미래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이번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 주신다면 기쁘겠다”라고 말하며 박수 속에서 세션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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