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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장 중인 인도 게임시장 트렌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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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GAMER, 오쿠타니 카이토 필자

인도는 인재가 풍부한 나라로서, 유명 글로벌 기업이나 조직의 리더에도 인도인이 많다. 한편, 게임 산업으로 보면 개발자로서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모바일 게임의 부상과 함께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인상이다. 최근 들어 관심 있는 프로젝트에서도 자주 듣게 되는 인도의 트렌드를 게임에 초점을 맞춰 살펴보자.

 

■ 게임 개발 측면에서는 아직 신흥국의 위치

유엔인구기금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중반 국가별 추정치에서 인도가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되었다. 경제 측면에서도 2022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7%라는 높은 수치를 보이며, 식민 종주국 영국을 제치고 세계 5위로 올라섰다. 2027년에는 일본과 독일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도 큰 발전이 예상되지만, 인도는 이미 우수한 인재를 많이 배출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구글의 선다 피차이 등 거대 글로벌 IT 기업 리더들이 인도 출신이다. 게임 업계에서도 인도계 미국인 딜란 자데자가 지난 2023년 5월 라이엇 게임즈의 CEO로 취임했다. 이처럼 IT와 컴퓨터 분야에서의 약진이 두드러진 인상이다.

하지만, 게임 개발에 있어서는 신흥국 중에서도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상황이다. 물론, 오랫동안 아트 에셋 등의 아웃소싱 거점이 되어 왔고, 영어에 대한 이해와 높은 교육 수준으로 해외 기업에 취업한 인재가 많기 때문에 게임 개발 수준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인도에서 개발된 최초의 완전 3D 게임 '가지니: 더 게임(Ghajini: The Game)'은 2009년에 출시됐는데, IT업계의 리더를 배출한 상황을 감안하면 게임 신흥국 중 후발주자라는 인상이다
인도에서 개발된 최초의 완전 3D 게임 '가지니: 더 게임(Ghajini: The Game)'은 2009년에 출시됐는데, IT업계의 리더를 배출한 상황을 감안하면 게임 신흥국 중 후발주자라는 인상이다

2020년에는 뭄바이 근교 도시 푸네에 기반을 둔 나딩 헤즈 게임즈(Nodding Heads Games)에서 '라지: 언 에이션트 에픽(Raji: An Ancient Epic)'을 출시했다. 중세 인도를 배경으로 라마야나를 비롯한 인도 신화를 모티브로 한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그림자 아트를 활용한 스토리텔링 등 자국 문화의 특징을 살린 스타일이 매력적이다.

이 회사는 원래 현지 대학에 강사로 초빙된 영국인 이언 모드(Ian Maude)가 졸업생들과 함께 2017년에 설립한 스타트업 기업이다. '라지: 언 에이션트 에픽'의 퀄리티는 언론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스팀 사용자 리뷰에서도 '매우 긍정적' 평가를 유지 중이다.

'라지: 언 에이션트 에픽'은 중세 인도의 문화를 풍부하게 담아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라지: 언 에이션트 에픽'은 중세 인도의 문화를 풍부하게 담아내 높은 평가를 받았다
03나딩 헤즈 게임즈의 핵심 멤버(사진=나딩 헤즈 게임즈 공식 사이트)
03나딩 헤즈 게임즈의 핵심 멤버(사진=나딩 헤즈 게임즈 공식 사이트)

아마 게임을 좀 즐겨왔던 유저라면 '스트리트 파이터'의 달심을 비롯해 '언차티드'의 클로이 프레이저, '어쌔신 크리드 크로니클'의 알바즈 미르, '보더랜드 3'의 아마라, '오버워치'의 시메트라, '에이펙스 레전드'의 램파트 등 인도계 캐릭터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인도 게임 시장과 게이머 층의 확대에 발맞춰 인도 문화는 게임 산업에도 스며들고 있으며, 게임의 다양화에 일조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 최근의 인도 게임 트렌드 읽기

인도의 게임 개발 현장은 스마트폰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모바일 게임의 비중이 높아졌고, 이를 통해 개발력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인도에서 제작되는 모바일 게임을 살펴보면 힌디어만 지원하는 작품이나 인도권에서만 출시 및 운영이 이루어지는 작품이 많다. 14억 명이라는 인구 규모를 자랑하는 인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북미 리서치 회사 모도 인텔리전스(Mordor Intelligence)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인도의 게임 시장은 30억 달러(약 4조 8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직 일본 게임 시장의 1/10에 불과하지만, 5년 후인 2028년에는 2배가 넘는 62.6억 달러(약 8조 4천억 원)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산층이 늘어남에 따라 Web3를 비롯해 AR/VR 등 신흥 게임 분야에서의 존재감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흥미로운 트렌드로는 어린 시절 이민 온 1세대나 해외에서 태어난 2세대가 게임업계에 진출해 자신의 경험과 사상을 게임으로 표현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23년에 출시한 비사이 게임즈(Visai Games)의 '벤바(Venba)'는 1980년대 인도 남부(타밀 지역)에서 캐나다로 이민 온 한 가족의 반평생을 담은 스토리 중심의 '쿠킹 어드벤처 게임'이다.

당시만 해도 인도에서 캐나다로 이주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가족의 안식을 위한 향토 요리 재료와 조리기구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가족의 어머니 '벤바'는 여행 중 훼손되어 읽을 수 없게 된 레시피 책을 해독하며 가족들을 위해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나간다.

'벤바'에서 주인공은 이민자 가족을 부양한 어머니이지만, 이야기 속에는 어머니의 고생을 지켜본 아들의 마음이 숨겨져 있다
'벤바'에서 주인공은 이민자 가족을 부양한 어머니이지만, 이야기 속에는 어머니의 고생을 지켜본 아들의 마음이 숨겨져 있다

몇 시간 만에 끝나는 짧은 게임이지만, 등장인물들은 점차 나이를 먹어가며 한 가족의 반평생을 그려낸다. 아마도 게임 개발자 자신의 기억을 되짚어본 것으로 보이는 매우 개인적인 내용이지만, "이민자로서 이렇게 고생했습니다"라는 동정심은 찾아볼 수 없다.

새로운 땅에서 고난을 극복하고 한 가정의 초석이 된 어머니의 모습을 기록한 듯한 작품처럼 보인다. 인도라는 소재를 활용하면서도 해외나 타향에서 생활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왠지 모르게 공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있다.

또한, 미국과 캐나다, 영국 등에 걸쳐 있는 인도계 이민자들로 구성된 아우터루프 게임즈(Outerloop Games)는 2023년 11월 어드벤처 게임 '서스티 수터스(Thirsty Suitors)'를 출시했다. 오랫동안 도시에 살던 잘라가 여동생의 결혼을 계기로 오랜만에 미국 시골로 귀향하는 이야기다. 턴제 댄스 배틀과 요리, 그리고 스케이트보드 등의 요소를 결합한 '잡다한' 게임이다.

인도계 이민자에 대한 기존 이미지를 뒤집는 묘사로 관심을 끈 '서스티 수터스'
인도계 이민자에 대한 기존 이미지를 뒤집는 묘사로 관심을 끈 '서스티 수터스'

이 잡다함이 어떤 의미에서 '서스티 수터스'의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조금은 행실이 좋지 않은 스케이터와 양성애자의 연애 사정 등 고정관념적인 인도인상에서 벗어나 '인도계일 필요가 없는' 젊은 여성 시점에서 이야기를 그려낸 것이 흥미롭다.

그러면서도 댄스 배틀은 경쾌한 인도 영화풍의 음악이며, 어머니와의 쿠킹 배틀에서도 인도 요리를 만들고 있다. 즉, 이 작품에서 '뭐든 허용된다'는 부분은 '전통과 문화를 존중하면서도 서구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개발자들의 복잡한 배경을 구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어쩌면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인도계 게임의 정체성 찾기'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인도 국내로 눈을 돌려보면, 인도 게임 시장의 85% 이상이 모바일 게임이다. 특히, 크래프톤에서 서비스하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디아(이하 BGMI)'는 인도 시장을 평정하면서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BGMI'는 인도에서 서비스 중지라는 홍역을 치렀지만, 서비스 재개 이후 훨훨 날며 인도의 국민게임으로 자리 잡는 데 성공했다.

인도는 가정용 게임기나 PC 게임 시장의 기반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모바일게임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해외로 진출한 인도계 이민자나 근로자들의 손에서 인도 문화를 모티브로 한 가정용 게임이나 PC 게임이 탄생할지도 모른다.

이번에 소개한 '라지: 언 에이션트 에픽', '벤바', 그리고 '서스티 수터스'와 같은 작품들은 그런 의미에서 인도 게임 역사에서 이정표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인도 국내에서 제작되는 PC 게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뭄바이에 위치한 게임이온 스튜디오(GameEon Studios)에서 언리얼 엔진 5로 개발 중인 오픈 월드형 클라이밍 액션 '뭄바이 걸리스(Munbai Gullies)'는 스팀 출시를 앞두고 있다
물론, 인도 국내에서 제작되는 PC 게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뭄바이에 위치한 게임이온 스튜디오(GameEon Studios)에서 언리얼 엔진 5로 개발 중인 오픈 월드형 클라이밍 액션 '뭄바이 걸리스(Munbai Gullies)'는 스팀 출시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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