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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파일럿+ PC, 인공지능(AI)을 탑재하면서 멍청함까지 추가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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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보면 아득한 옛날 이야기일 지 모르지만 PC운영체제가 치열하게 경쟁하던 시기가 있었다. MS-DOS 시절에도 CP/M이 있었고, IBM이 만든 OS/2 워프도 윈도우와 경쟁했다. 하드웨어가 아예 다른 맥 운영체제는 논외로 치더라도 리눅스 등도 여전히 일부 영역에서 쓰이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소비자용 PC 운영체제 대부분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우로 승자가 결정됐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순수하게 성능이 좋아서라기 보다는 '호환성'이 좋아서라는 이유가 압도적이다. 다른 운영체제는 새로운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일부 프로그램이 호환이 안되는 일이 많았다. 리눅스 계열은 회사마다 파편화되어 같은 프로그램도 호환이 안되는 경우가 있었다. 사용자들은 '안심하고 예전 프로그램을 쓸 수 있게 해주는' 운영체제를 선택했다.

최근 인공지능(AI) 열풍이 불고 있다. 챗GPT와 생성형 AI를 간단하고 쾌적하게 쓸 수 있는 장치가 각광받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윈도우를 탑재한 PC쪽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퀄컴과 MS가 손잡고 출시한 코파일럿+ PC가 화제로 떠올랐다. 실제로 얼마전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에서도 코파일럿+ PC는 관람객들이 줄을 서며 시연하는 모습이었다.

코파일럿(Copilot)은 MS의 모든 제품에 탑재된 생성형 AI 모델이며 코파일럿+ PC는 생성형AI 구동에 최적화된 고성능 PC를 의미한다. 특징으로는 강력한 AI 반도체를 탑재해 온라인 인터넷 연결 없이도 인공지능을 사용할 수 있다. 지난 19일부터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레노버, HP, 에이서 등이 이 기능을 탑재한 제품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하드웨어로 본다면 퀄컴의 ARM 아키텍처 기반 칩인 스냅드래곤 X 엘리트 프로세서가 탑재됐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이 칩은 AI 연산에 필요한 신경망처리장치(NPU) 기능을 내장했다. 처리능력은 45테라옵스(TOPS)의 성능이다. 코파일럿+PC는 기본적으로 16기가비트(Gb) 메모리와 256Gb SSD 모델을 기본으로 우수한 배터리 수명과 인공지능 이용 편의성을 내세운다.

그런데 나온지 얼마 안된 이 코파일럿+ PC에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기존 윈도우 프로그램과의 호환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기존의 인텔이나 AMD CPU가 아니라 요즘 스마트폰과 같은 ARM 기반 칩을 채택했기에 생긴 문제다. 일단 코파일럿+ PC가 기존 x86 기반 앱과의 호환성 문제를 해결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게임을 비롯해 인터넷 뱅킹 등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지난 18일 발표된 삼성 갤럭시북4 엣지는 삼성전자측이 직접 호환성 관련 안내문을 통해 설치와 실행이 되지 않는 웹사이트와 앱을 공지했다. 이에 따르면 갤럭시 북4 엣지에서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 FC 온라인(피파온라인), 배틀그라운드, 서든어택, 발로란트, 리니지M, 테일즈런너 등 인기가 높은 게임을 즐길 수 없다. 구글 플레이게임스 등도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다.

보안관리에서는 구글 드라이브, 카스퍼스키 안티바이러스, 알약 공개용 같은 유명한 앱을 사용하기 어려우며 어도비에서 나온 패키지인 인디자인, 일러스트레이터, 애프터이펙트, 프리미어의 호환성을 지원하지 않는다. 우리은행, 우리카드, BNK 경남은행, 현대해상, 신한투자증권, DB금융투자 등의 금융사 웹페이지가 호환 되지 않아 온라인 뱅킹이나 주식거래 등을 할 수 없다.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전통적으로 윈도우 앱의 호환성이 보장되던 인텔 x86 기반 칩을 탑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 탑재하지 않았을까? x86 기반 칩은 일단 부품 가격이 비싸다. 거기다 전력을 적게 소모하면서 장시간 대기하거나 작업 부하가 적을 때 전력을 적게 소모하는 저전력 성능이 취약하다. 사용자의 목소리 등 입력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면서 최소전력만 사용하며 기다리는 모드를 만들기 어렵다. 

인텔이나 AMD는 개별 회사의 요청에 따른 맞춤형 칩을 만들어주지도 않는다. 자기들이 만든 몇 종류의 칩 가운데 고르든가, 아예 사지 않든가 하는 선택만 있을 뿐이다. 결국 제조사에게는 완벽한 호환성을 유지하기 위해 커다란 배터리소모와 단가 상승을 각오하고 x86 기반 칩을 쓰든가, 일부 호환성을 포기하면서 ARM 기반 칩과 ARM용 윈도우를 쓰는가의 선택지만 있을 뿐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호환성과 관련해 앱 개발사에서 ARM 기반에 맞게 개선해줘야 하는 부분이 있어 해당 업체들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이건 삼성전자 갤럭시북4 엣지만의 문제가 아니다. MS 서피스 프로 10, 레노버 요가 슬림 7 14 2024, HP 드래곤플라이 14, 델 인스피론 14 플러스 7441, 에이서 스위프트 14 등도 스냅드래곤 X 엘리트를 탑재해서 나왔다. 이들은 모두 같은 호환성 문제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제조사에서도 애뮬레이터 등을 이용하는 등 노력을 하겠지만 특히 게임 등에서 완벽한 호환성은 단시간에 나올 수 없다. 결과적으로 사용자는 인공지능(AI) PC가 정작 예전에 나온 유명 게임이나 간단한 인터넷 뱅킹조차 못해서 버벅대며 오류를 내뱉는 모습을 볼 수 밖에 없다. 똑똑한 AI기능이 추가됐는데 그 댓가로 아무 문제없이 쓰던 기능을 못쓰는 멍청함(?)도 같이 얻었다는 결론이 됐으니 정말 아이러니컬한 일이다.

사실 이 문제의 진짜 원인은 조급함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인공지능이 트렌드가 된 상태에서 사용자의 교체 수요를 이끌어내기 위해 업계 전체가 서두르는 점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 결과로 호환성을 해결하는 충분한 방법을 만들어내지 못한 채로 제품만 먼저 나와버린 것 때문이다. 빠른 변화만이 기회를 잡는 유일한 길이라는 ICT업계라지만 가장 중요한 건 사용자의 만족도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곧 이런 호환성까지 완벽히 해결해 진정으로 똑똑해진 인공지능 PC가 나와주길 바란다.

 

출처=삼성전자
출처=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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