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1일부터 12일, 이틀에 걸쳐 도쿄 빅사이트에서 일본 최대의 동인 축제 '코믹마켓 104'가 개최됐다. '코믹마켓'은 만화와 애니메이션 팬들이 직접 만든 동인지를 판매하는 행사로서, 서브컬처 게임사를 비롯해 작품 속 인물들을 재현한 수많은 코스플레이어도 함께하는 대규모 행사다.
'코믹마켓'은 1975년 12월 제1회 개최 당시 32개 서클이 참가했으며, 참가자는 약 700명을 기록했다. 도쿄 하루미, 지바 마쿠하리 등에서 개최되다가 1996년 '코믹마켓'부터 도쿄 빅사이트에서 개최되고 있다. 2019년 12월에 열린 '코믹마켓 97'은 4일간 역대 최고인 약 75만 명이 방문했다. 지난해 12월 30일과 31일에 열린 '코믹마켓 103'은 이틀간 약 27만 명이 방문했다.
■ 폭염도 막지 못한 동인 축제의 장
행사가 열린 11일 도쿄는 최고 기온이 35도를 웃도는 폭염이었으나, 참가자들의 열기는 더 뜨거웠다. 무더위로 인해 참가자들은 꾸준히 수분 보충을 하거나 보랭 백에 음료수를 넣어서 가지고 다니는 등 폭염 속에서도 행사에 참여하고자 하는 열의를 보여줬다.
일반 참가자가 입장하기 위해서는 네 가지 종류의 티켓이나 팔찌 형태의 참가증이 필요하다. 개장 직후부터 입장할 수 있는 얼리 티켓, 코스프레 참가자를 위한 코스프레 선행 입장 티켓, 11시부터 입장 가능한 오전 입장 손목밴드 참가증, 12시 30분부터 입장할 수 있는 오후 입장 손목밴드 참가증 등이 있다.
행사 이틀째인 12일 역시 이른 아침부터 높은 온도로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특히, 오전 참가자들의 입장 대기줄 중 일부는 그늘이 없는 아스팔트 위에 마련되어 충분한 수분 보충과 접이식 파라솔, 모자 등으로 더위를 이겨내려는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10시 30분 개장 후 가장 빨리 입장할 수 있는 얼리 티켓 참가자를 중심으로 1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전시장 내의 서클 구역이 인산인해를 이루며 성황을 이뤘다. 또한, 이번에는 오후 입장료가 500엔(약 4,600원) 이하로 저렴하게 책정된 탓에 양일간 오후에 많은 인파가 몰렸다.
전시 서클은 일별 약 12,000개로서 총 24,000개 공간으로 구성됐다. 지난 회에 이어 역대 최대 규모(서클 수 기준) 수준이며, 1일 차와 이어 2일 차에 전시 서클이 모두 교체됐다. 특히, 2일 차에는 '아이돌 마스터', '러브 라이브!', '동방 프로젝트' 등 2차 창작부터 오리지널 작품 등 다양한 장르의 동인지가 배포되어 유난히 많은 참가자의 발길이 이어졌다. 주최 측 발표에 따르면 11일과 12일에 이틀 동안 약 13만 명씩 참가하면서, 총참가자 수는 26만 명을 기록했다.
■ 웹젠, 서브컬처 신작 '테르비스'로 코믹마켓 인기부스 등극
기업 부스는 서홀과 남홀에 총 130개 사가 참가하여 전시 및 판매를 진행했다. 기업 부스는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관련 기업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동인 중심의 축제지만, 서브컬처 게임을 보유한 게임사들이 많은 만큼 기존 작품은 물론 신작의 홍보 효과로 '코믹마켓'을 찾는 기업들이 많다.
호요버스는 '원신', '붕괴: 스타레일', '미해결사건부' 등의 전시와 공식 굿즈 등을 판매했다. 넥슨게임즈에서 개발한 '블루 아카이브'의 일본 서비스를 맡고 있는 요스타는 '블루 아카이브'와 '벽람항로(일본 서비스명 아주르 레인'의 부스 전시와 이벤트를 진행했다. '블루 아카이브'는 동인 축제에서도 특히 각광 받는 IP인 만큼 참가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웹젠이 신작 '테르비스'로 서브컬처 본고장인 일본에 도전장을 던졌다. 웹젠의 자체 개발작 '테르비스'는 캐릭터 수집형 2D RPG로서, 지난 '지스타 2023'에서 처음 공개되어 높은 수준의 애니메이션 연출과 게임성을 앞세워 눈도장을 찍는 데 성공했다.
'테르비스'란 대지를 뜻하는 테라(TERRA)와 순환을 뜻하는 오르비스(ORBIS)의 합성어다. 2D 캐릭터와 3D 배경을 접목하여 날씨와 시간대에 따른 환경 효과를 구현했고, 캐릭터는 일본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서브컬처 장르에 걸맞은 비주얼을 자랑한다. 스타일리시한 전투를 추구하며, 스킬 사용 시 컷인 애니메이션을 통해 보는 재미까지 충족했다.
'테르비스' 부스는 서쪽 4홀, No.1331 지역에 위치했다. 참가자들은 부스를 방문해 SNS 팔로우와 캐릭터 인기투표 등 다양한 이벤트 참여를 통해 캐릭터 장패드, 키링, 캔 배지 등 테르비스 공식 굿즈를 제공받았다. 아울러, 현지 코스튬 플레이어를 섭외해 메인 캐릭터인 도로시 아델스타인, 힐데, 세실리아, 아우렐리아 폰드 등의 코스프레 행사를 진행하여 많은 참가자로부터 카메라 세례를 받기도 했다.
웹젠을 포함한 기업 부스에서는 고퀄리티 굿즈를 선보인 덕분에 일부 전시에서 굿즈를 구매하려는 참가자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기도 했다. 그 외에도 공식 코스플레이어의 촬영회부터 기념품 배포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됐다.
■ 코믹마켓의 꽃, 코스플레이
'코믹마켓'의 꽃이라 하면 바로 코스플레이다. 게임, 코믹스, 애니메이션 등의 캐릭터로 분장한 코스플레이어가 한자리에 모여, 사진 촬영이나 교류를 즐길 수 있는 것도 '코믹마켓' 참가 이유 중 하나다. 많은 코스플레이어를 볼 수 있는 행사지만, 코스프레 복장을 한 채로 입장하거나 귀가하는 것은 금지다. 반드시 현장에서 코스프레 등록을 하고,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
참가자들의 의상을 살펴보면, 애니메이션에서는 '2.5 차원의 유혹'과 '최애의 아이', '도망을 잘 치는 도련님', '이세계 수어사이드 스쿼드'와 같이 현재 방송 중인 작품의 캐릭터로 분장하는 코스플레이어가 많았다. 그중에는 같은 작품의 코스플레이어들끼리 모여, 그룹을 형성해 행사를 함께 즐기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게임 작품으로는 '승리의 여신: 니케'와 '블루 아카이브', '붕괴: 스타레일', '젠레스 존 제로' 등의 히로인 복장을 한 코스플레이어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무더운 날씨를 대비해 수영복 등 다채로운 의상으로 캐릭터의 매력을 뽐내는 코스플레이어가 많았다.
'코믹마켓'은 일 년에 두 차례 여름과 겨울 시즌에 개최된다. 다가오는 '코믹마켓 105'는 12월 29일과 30일에 열린다. 최근 몇 년간 관례였던 섣달그믐날 개최를 피하는 형태로 진행되며, 새해 전야에 '코믹마켓'이 개최되지 않는 것은 10년 만이다.
저작권자 © 게임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