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이하 SIE)는 지난 9월 11일, '플레이스테이션 5'의 상위 기종인 '플레이스테이션 5 프로(이하 PS5 프로)'를 오는 11월 7일 발매한다고 발표했다
기술 프레젠테이션 영상에서 공개된 PS5 프로의 정보는 그리 많지 않다. 그래도 중요한 키워드가 몇 가지 있었기 때문에 해당 부분을 힌트 삼아 PS5 프로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 프로 모델은 '경험의 진화'가 아닌 '영상의 업그레이드'
PS4를 개발하던 시절부터 PS 하드웨어 사양을 총괄하는 '리드 아키텍트'로 취임한 SIE의 마크 서니(Mark Cerny)가 PS5 프로의 소개를 맡았다. 아쉽게도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PS5 프로의 기술 설명회나 이벤트 등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제품에 대해 마크 서니에게 직접 들을 기회는 없었다.
따라서 마크 서니가 진행한 이번 기술 프레젠테이션을 고찰하면서 'PS4 프로의 개발 컨셉'을 먼저 되짚어 보기로 했다.
마크 서니는 PS4 프로에 대해 “프로 모델은 게임 경험을 바꾸지 않는다. 영상 경험의 업그레이드에 초점을 맞춘 모델이 프로다"라고 말했다. 당시 “프로에서 게임 경험 자체를 바꾸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질문에 대해 “게임 경험을 진화시키는 것은 게임기의 세대를 바꿀 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번 기술 프레젠테이션을 보면 PS5 프로에도 '프로 모델은 영상 경험의 업그레이드에 중점을 둔 모델'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게임 경험의 진화는 차세대 기기로'라는 그의 신념이 이번에도 짙게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마크 서니는 원래 게임 개발자(프로그래머)로서 플레이스테이션 제품군을 위한 수많은 타이틀을 개발해 왔다. 그가 PS4의 리드 아키텍트로 취임했을 때 “게임 개발자의 입장에서 게임기의 사양을 결정하겠다”고 주변에 선언했다고 한다. 즉, '게임기는 게임 개발이 쉬운 기계여야 한다'는 신념으로 PS4와 PS5의 사양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PS3는 GPU에 범용 제품인 엔비디아의 '지포스 7800 GTX'의 디튠 버전을 채택했다. 특성이 다른 두 개의 메모리를 CPU와 GPU 각각에 연결하는 독특한 메모리 서브시스템을 선보였다. 또한 CPU는 'PowerPC 970' 기반의 CPU 1기를 메인 CPU 'PPE'로서, 256KB의 독립 메모리 공간을 갖춘 128bit SIMD형 RISC 프로세서 'SPE'를 8기(그중 1기는 비작동)로 조합한 독자 CPU 'Cell Broadband Engine'을 채용했다.
이론상으로 고성능이었던 PS3는 당시 주류 컴퓨터 시스템과는 다른 점이 많았다. 실제로 “PS3는 개발 난이도가 높아 고생했다”고 회고하는 당시 게임 개발 관계자들이 적지 않다. 개발 난이도가 높은 현장을 많이 봐온 마크 서니가 당시의 PC 아키텍처를 거의 그대로 PS4 사양으로 가져온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정통 진화판인 PS5는 말할 필요도 없다. 게임 경험의 진화는 사실상 '게임 자체의 설계 변경이 필요하다'는 것과 동의어이기 때문에, 마크 서니는 "그것은 게임기의 세대교체 때 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번 기술 프레젠테이션에서는 GPU를 중심으로 한 진화밖에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 그 외의 부분에서는 진화가 없거나, 있더라도 미미한 수준에 그쳤을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후반부에서 다루고자 한다.
■ PS5의 GPU는 RDNA 2 계열을 유지하거나 RDNA 3 계열로 진화한 것일까?
마크 서니는 'PS5 프로의 강화 포인트'에 대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꼽으며 이를 '빅3'라고 불렀다.
▲Larger GPU(더 큰 GPU)
▲Advanced Ray Tracing(고급 레이 트레이싱)
▲AI-Driven Upscaling(AI 기반 업스케일링)
이제부터는 세 가지 강화 포인트에 대해 살펴보자. 'Larger GPU'라는 슬라이드에는 PS5 프로의 GPU가 PS5 표준 모델 GPU에 비해 Compute Unit(이하 CU)이 67% 증가했다고 적혀 있다.
이어 그는 “PS5 프로의 유효 드로잉 성능은 (표준 모델 대비) 45%나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이 정도 정보만으로는 RDNA 아키텍처를 채택한 PS5의 GPU에서 CU는 사실상 GPU 코어이므로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PS5의 CU 수 36개에 비해 1.67배인 60개로 늘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PS5 프로의 GPU가 PS5 표준 모델과 동일한 '라데온 RX 6000' 계열의 RDNA 2인지, 아니면 새로운 세대인 '라데온 RX 7000' 계열의 RDNA 3인지 여부다.
RDNA 2 계열에서 60 CU를 가진 GPU는 '라데온 RX 6800 XT'가 가장 가까운 사양이다. RDNA 3 계열에서 60 CU를 가진 모델은 '라데온 RX 7800 XT'가 가장 가깝다. 실제로 RDNA 2와 RDNA 3의 차이는 상당히 중요한데, RDNA 2는 CU당 64개의 연산 유닛(SIMD32 연산자)을 갖추고 있지만, RDNA 3은 이 숫자가 두 배로 늘어난다. 즉, CU 1기당 128개의 연산 유닛을 갖추게 되어 연산 성능이 크게 달라지는 것이다.
따라서 아직 어느 쪽인지 판단할 수 없으므로, RDNA 2를 유지한 경우와 RDNA 3으로 변경된 경우의 두 가지 패턴에 대한 이론적 성능 값을 구해보고자 한다. PS5 프로의 GPU 동작 클럭은 현재 공개되지 않았으므로 PS5 표준 모델의 2.23GHz(최대치)를 사용했다. 또한, 2024년 3월에 유포된 유출 정보는 2.18GHz로 계산했다.
▲ RDNA 2를 유지한 경우
60 CU×64 연산자×적분합산(2 FLOP)×2.23GHz≒17.13FLOPS
▲ RDNA 3으로 변경된 경우
60 CU×128 연산자×적분합산(2 FLOP)×2.23GHz≒34.25FLOPS
보다시피 어느 아키텍처를 채택했는지에 따라 이론 성능 수치는 크게 달라진다. RDNA 2의 경우 약 17 TFLOPS, RDNA 3의 경우 약 34 TFLOPS이다. 또한, PS4 표준 모델(이론 성능치 1.84 TFLOPS)이 PS4 프로(동 4.2 TFLOPS)가 되었을 때는 이론 성능치가 약 2.3배나 높아졌다. 이에 비해 PS5 프로의 경우 실효 성능은 최대 45% 향상되었다 하더라도 이론 성능치의 향상률이 1.67배에 불과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RDNA 3은 RDNA 2에서 CU 내 SIMD 연산자를 2배로 늘렸을 뿐이다. CU(=GPU 코어) 수가 RDNA 2와 동일하다면, 예를 들어 서로 다른 셰이더 프로그램의 동시 실행 병렬도는 높아지지 않는다. 즉, 다양한 재질 표현 셰이더를 실행하거나 그림자 그리기, 포스트 이펙트 처리, 컴퓨트 셰이더(GPGPU) 처리 등 다양한 렌더링 파이프라인을 실행하는 효율성은 그대로인 것이다.
그렇다면 CU 내 SIMD 연산자를 늘린 RDNA 3의 존재 가치는 어디에 있느냐 하면, 단순하게 '하나의 셰이더 프로그램이 처리하는 데이터 스레드의 실행 효율'이 향상된다. 구체적으로는 지오메트리 처리 시스템에서는 폴리곤 수가 많은 신의 렌더링 효율 향상을 기대할 수 있고, 픽셀 처리 시스템에서는 고해상도 렌더링 효율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SIMD 연산자 수는 그대로 두고 CU 수를 늘리면 '많은 셰이더 프로그램을 구동'하는 데 능숙해진다. 반면, CU 수는 그대로 두고 CU 내 SIMD 연산자를 늘리면 '복잡한 셰이더 프로그램을 단시간에 끝내는 것'에 능숙해진다고 할 수 있다.
기술 프레젠테이션의 전반부에서는 PS5 표준 모델의 사양을 되돌아보는 부분에서 'CPU는 Zen 2 기반', 'GPU는 RDNA 2 기반'이라고 밝혔다. 반면, 'Larger GPU' 부분에서는 RDNA 아키텍처 세대를 어필하지 않았기 때문에 PS5 프로에서도 RDNA 2 계통으로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 CU 증가율 67%에서도 레이 트레이 성능이 2~3배 상승하는 이론
다음은 빅3의 두 번째인 'Advanced Ray Tracing'에 대해 알아보자. 고급 레이 트레이싱에 대해 마크 서니는 “PS5의 2~3배의 레이 트레이싱 성능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 것이 큰 힌트가 된다.
CU 사양에 대해서는 RDNA 2인지 RDNA 3인지 판단하기 어려웠지만, 레이 트레이싱 유닛(AMD에서는 Ray Accelerator, 이하 RT유닛)은 한 세대 업그레이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RDNA계 아키텍처에서 CU 1기당 RT 유닛도 1기의 구성이므로, 67% 정도의 CU 증량으로 레이 트레이싱 성능이 2~3배나 향상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PS5 프로의 레이 트레이싱 기능은 RDNA 3 또는 더 앞선 세대의 기술을 탑재했을 가능성이 있다.
차세대 레이 트레이싱 기술에 대해서는 논의를 생략하고, PS5 프로의 레이 트레이싱 기능이 RDNA 3 기반이라 가정하고 이야기를 진행해 보자. 우선, CU 수가 1.67배로 늘어났다면 단순 계산으로 레이 트레이싱 성능도 1.67배 올라간다. 문제는 마크 서니가 말한 2~3배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다.
RDNA 3은 재귀적 레이 트레이싱 파이프라인이 실행될 때 성능 향상을 위해 스택 관리를 하드웨어로 처리한다. 벡터 명령어용 범용 레지스터인 Vector GPR을 RDNA 2 대비 1.5배로 늘리는 등 여러 가지 개선이 이루어졌다. AMD는 이러한 개선을 통해 “동일한 규모의 RDNA 2세대 GPU에 비해 (RDNA 3에서는) 1.5배의 레이 생성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한 바 있다.
액면 그대로라면 1.67배의 CU×1.5배의 레이 생성으로 약 2.5배의 레이 트레이싱 성능을 실현할 수 있게 된다. 이것만으로는 다소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RDNA 3의 레이 트레이싱 성능 강화는 그 외에도 있다.
하나는 'Ray Flag의 하드웨어 처리 기능'의 탑재이다. 레이 트레이싱이라는 키워드에 과도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현대 GPU의 RT 유닛은 3D 장면 내에 방출된 레이가 3D 모델을 구성하는 어느 폴리곤에 충돌했는지를 계산하는 처리를 담당한다.
예를 들어 그리는 3D 장면에 반투명한 몬스터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정확성을 중시한다면 몬스터도 레이 트레이싱으로 정확하게 그려야 한다. 하지만 처리를 가볍게 하기 위해 "몬스터의 실체는 기존의 래스터라이즈 방식으로 그려야 한다. 반투명 몬스터는 주변에 미치는 간접광이나 투과광, 차폐의 영향이 적기 때문에 레이 트레이싱 처리 시스템에서는 무시하자. 따라서 레이 트레이싱의 그리기 대상에 포함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Ray Flag를 설정했다고 가정해 보자. 게임 그래픽에서는 아주 흔한 '최적화라는 이름의 생략'이다.
RDNA 3에서는 Ray Flag의 판정 처리를 빠른 속도로 처리하기 때문에 '레이의 트래버스(추진) 효율'이 크게 향상된다.
두 번째는 '하드웨어에 의한 BVH 분류'이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지만, 현대 GPU의 레이 트레이싱 처리 시스템에서 실용적인 레이 트레이싱 처리는 'Bounding Volume Hierarchy'(이하 BVH)라는 구조체로 이루어진다.
레이 트레이싱 처리에서 3D 신에 방출된 레이는 '어느 3D 모델의 폴리곤에 충돌하는지'를 탐색하면서 3D 신 내부를 진행하는데, 실제 처리는 3D 신을 표현한 BVH 구조체를 참조하는 것이 된다. 당연히 BVH의 구성 요소는 메모리에 데이터로 기록되어 있다. BVH 데이터의 등장 순서를 어떤 목적의 레이 트레이싱 처리인지에 따라 하드웨어에 의해 최적이 되도록 초고속으로 정렬하는 것이 하드웨어에 의한 BVH 정렬 기능인 것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레이 트레이싱 처리가 그림자 생성, 간접광 처리, 미러 이미지 생성 중 하나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 목적에 맞게 BVH 데이터를 분류한다. 말하자면, 레이 트레이싱 처리가 빨리 끝날 수 있도록 보조하는 훌륭한 비서 역할과 같은 구조다.
아마도 마크 서니가 말한 'PS5 표준 모델 대비 최대 3배의 레이 트레이싱 성능을 얻을 수 있다'는 부분은 여기서 언급한 기능이 효과적으로 작동했을 때를 말하는 것일 것이다. 또한, PS5 프로의 레이 트레이싱 기능이 차세대 RDNA 4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AMD가 RDNA 3에 구현한 기능은 그대로 계승할 것이므로, 여기서 언급한 기능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AMD가 RDNA 3에 대한 레이트레이싱 성능 강화의 대부분은 기본적으로 게임 측의 개별적인 대응이 거의 필요 없다는 점이다. 즉, 대부분의 기존 게임에서 거의 자동으로 레이 트레이싱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 SIE의 독자적인 초해상도 엔진 'PSSR'이란?
다음은 '빅3'의 세 번째인 'AI-Driven Upscaling'에 대한 내용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PC 게임 그래픽계에서는 이미 정평난 엔비디아의 독자적인 초해상도 기술 'DLSS'(Deep Learning Super Sampling)의 SIE 버전에 해당하는 'PlayStation Spectral Super Resolution'(PSSR)를 PS5 프로에 탑재했다.
Super Resolution은 초해상도라고 불리는 기술로, 넓은 의미로는 '저해상도 영상을 고해상도로 변환하는 기술'로 알려져 있다. 업스케일링 처리의 일종으로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참고로 학계에서는 초해상을 '해상도 정보가 손실된 영상'으로 가정해, 손실된 해상도를 복원한다는 생각으로 고해상도 영상에 복원하는 처리계로 정의한다.
해상도 복원에 있어서는 '왜 입력 영상이 저해상도가 되었는가'에 주목한다. 예를 들어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것이 원인이라면 디지털카메라의 촬영소자와 컬러필터 배열 등의 정보를 바탕으로 입력 영상을 고해상도로 역변환할 수 있는 역함수를 생각해 내는 것이다. 역함수가 맞으면 입력 이미지를 고화질의 고해상도 이미지로 되돌릴 수 있다.
게임 그래픽의 경우, 바이리니어적인 처리의 결과로 저해상도 이미지가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초해상도 처리의 역함수로는 간단한 박스형 필터가 선택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AMD의 초해상도 기술인 FSR(FidelityFX Super Resolution)에 대한 설명을 참고하길 바란다.
최근에는 초해상도 기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역함수 부분을 인공지능(AI) 기반 처리로 대체하는 방식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엔비디아의 DLSS와 인텔의 XeSS가 대표적이다. 반면, AMD의 FSR은 오히려 '신호처리 알고리즘적 업스케일링'에 해당한다.
이번에 관심을 끈 것은 'Spectral'이라는 키워드인데, 3D 그래픽의 세계에서 'Spectral Rendering'이나 'Spectrum Rendering'이라는 기술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연상케 한다.
Spectrum Rendering은 3D 그래픽의 렌더링을 적녹청 3원색으로 한정하여 그리는 것이 아니다. 다루는 빛의 파장을 넓게 확장하여 다루고, 나아가 렌더링 대상이 되는 다양한 소재의 빛 반사에 대해서도 빛의 파장별로 다른 반사 특성까지 고려하여 렌더링하는 기법이다.
Spectrum Rendering 기술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재질별 색 재현을 보다 현실에 가까운 정확도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라이팅과 쉐이딩을 3원색이 아닌 광범위한 빛의 파장으로 하므로 최종적으로 적녹청 3원색으로 처리하는 디스플레이에 표시할 때도 3원색으로만 연산하는 것보다 더 사실적인 색을 표현할 수 있다. 이미지적으로는 '색의 HDR 렌더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스펙트럼 렌더링 기술의 두 번째 장점은 표현 대상의 표면에서 발생하는 가시광선 파장 영역의 광학 현상을 재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물에 뜬 기름'이나 'CD, DVD의 기록면'에는 이방성의 무지개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여러 파장의 빛이 간섭하여 생기는 현상인데, Spectrum Rendering 기술을 이용하면 이러한 현상을 표현할 수 있다.
최근 디스플레이 패널 기술로 화제가 되는 청색광을 적색이나 녹색으로 변환할 수 있는 양자점 기술도 이 수준의 광학 현상이므로 Spectrum Rendering 기술로 재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PSSR이 Spectrum Rendering 기술에 한 발짝 다가선 초해상도 기술이라면 업계 최초의 시도일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느낌으로 거기까지는 아닌 것 같다. 현재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앞서 언급한 초해상도 처리의 역함수 부분에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AI에 저해상도 이미지와 같은 장면의 고해상도 이미지의 상관관계를 열심히 학습시켜 학습 데이터를 생성한다. 학습결과를 준 PSSR을 PS5 프로에서 동작시킴으로써 GPU에 부하가 적은 저해상도 그래픽을 그린 후 실시간으로 초해상도 처리하여 화면에 표시하는 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GPU는 실제 4K(3840×2160픽셀) 해상도가 아닌 풀HD(1920×1080픽셀)나 해상도 2560×1440픽셀 등의 저해상도 영상을 그린 후 이를 PSSR의 4K 해상도로 변환하여 표시하는 방식이다.
GPU에서 실제로 그리는 게임 그래픽은 저해상도일수록 높은 프레임 속도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PSSR을 활용하면 4K나 8K에서도 높은 프레임 속도의 게임 영상을 얻을 수 있다. 8K 표시를 위해서는 PSSR 활용이 절대적인 조건이 될 것이다. 물론 저해상도일수록 4K~8K화했을 때의 화질은 떨어지지만 말이다.
덧붙여 엔비디아와 인텔은 파트너십을 맺은 게임 개발 스튜디오에 DLSS나 XeSS의 런타임에 탑재하는 저해상도로부터 고해상도로의 변환 학습 데이터를, 개발 중인 게임의 화상만으로 학습시켜 생성하는 프레임워크를 제공하고 있다. PSSR에 대해서도 비슷한 구조가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마크 서니는 PSSR의 실행은 “머신러닝용 커스텀 하드웨어가 담당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머신러닝용 커스텀 하드웨어(추론 가속기)는 PS5가 자랑하는 입체 음향 기술 'Tempest 3D Audio'를 실현하는 전용 하드웨어 'Tempest 3D Audio Engine'처럼 GPU 측 CU를 사용하는 커스텀 버전일 가능성도 있다. 다만, 불필요한 엔지니어링은 비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간단하게 RDNA 3에서 도입된 추론 가속기 'AI Accelerator'에 준하는 것을 사용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참고로 RDNA 3의 AI Accelerator는 CU 1개당 2개가 탑재된다. AI Accelerator는 16bit 부동소수점 데이터를 한 번에 2요소씩 처리할 수 있는 32bit SIMD 적분합산기인 'Wave Matrix Multiply Accumulate'(WMMA)를 64개로 구성했다. PS5 Pro의 GPU는 CU 수가 60개이므로 PS5 표준 모델과 동일한 동작 클럭 2.23GHz로 가정하면 연산 성능은 다음과 같다.
▲ 64 WMMA×2 요소×2 FLOPS×2 AI Accelerator×2 AI Accelerator×60 CU×2.23GHz≒68 TFLOPS
2024년 3월에 PS5 프로의 유출 정보가 나왔을 때 'PS5 프로의 추론 가속기의 이론적 성능은 67 TFLOPS'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유출 정보에 나온 이론 성능 값은 동작 클럭을 모두 2.18GHz로 계산한 것으로 보이는데, 앞서 언급한 GPU 이론 성능 값의 추정치나 AI Accelerator의 이론 성능 값의 추정치에 2.18GHz를 대입하면 유출 정보와 거의 일치하는 값이 나온다.
그렇다면 'PS5 프로의 추론 가속기는 RDNA 3의 AI Accelerator'라는 추측은 매우 타당해 보인다. 최근 PS5용 게임이 PC로 이식되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PSSR이 RDNA 3의 AI Accelerator 기반이라면 이러한 PC용 게임에도 PSSR이 구현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 PS5 프로의 발전한 점
마크 서니에 따르면 PS5 프로는 메모리 버스 대역폭이 28% 정도 향상됐다고 한다. 28%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다음과 같이 계산할 수 있다.
▲ PS5 표준 모델의 메모리 버스 대역폭 448GB/s×1.28배 = 573.44GB/s
참고로 PS5 프로의 메모리 인터페이스는 PS5 표준 모델과 동일한 256bit로 볼 수 있다. 만약 메모리 인터페이스를 강화했다면 메모리 버스 대역폭도 극적으로 향상되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기존 PS4 프로에서도 메모리 인터페이스는 256bit로 그대로 유지되었기 때문에 메모리 클럭 향상으로 메모리 버스 대역폭만 24% 향상됐다고 볼 수 있다.
이 예상대로라면 GDDR6 메모리의 동작 클럭을 계산할 수 있다. 즉, PS5 표준 모델의 14GHz(GTS) 상당에서 17.92GHz(GTS) 상당으로 높아진 것이다.
한편, 메모리 용량에 대해서는 증량에 대한 언급이 없어 16GB로 동결된 것으로 보인다. PS4 프로에서는 표면적으로 PS4 표준 모델과 동일한 8GB로 동결되었으나, 실제로는 768MB가 증량됐다. PS4에서는 대기 시 동작 제어나 백그라운드 프로세스 제어용으로 Arm 기반의 서브 CPU인 '세컨더리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있다. 서브 CPU용 DDR3 메모리가 PS4 표준 모델에서 256MB 용량이었던 반면, PS4 프로에서는 1GB 용량으로 확장된 것이다.
PS4 프로에서는 PS4 프로 최적화 게임을 구동할 때 확장된 서브 CPU 메모리 공간에 동영상 재생 소프트웨어와 같은 비게임 애플리케이션 등을 퇴출하는 스왑아웃 메커니즘을 탑재하여 4K 지원 게임을 구동하기 위한 추가 메모리 용량을 확보했다.
PS5 프로에서는 최소한 PSSR 처리를 위한 학습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한 추가 메모리 용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어떤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PS5에는 PS4와 같은 Arm 기반의 서브 CPU와 서브 시스템용 메모리가 없다.
현실적으로 PS5 프로는 고속의 SSD를 탑재하고 있기 때문에 PS4 프로와 같은 비게임 앱의 스왑아웃 구조를 SSD에 적용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SSD와 관련해서는 PS5 프로에서 표준 탑재 용량이 2TB로 늘어났지만, 그 액세스 속도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이 부분은 용량만 업그레이드된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CPU에 대해서도 기술 프레젠테이션에서는 언급이 없었다. 앞서 언급한 유출 정보에서는 “PS5 프로의 CPU는 동일 아키텍처에서 동작 클럭만 10% 정도 향상되어 3.85GHz가 되었다”고 한다. 거의 오차 같은 클럭 향상률이지만, 이 점에 대해서도 이견은 없다. 다시 말하지만, 'PS5 프로는 게임 경험을 바꾸지 않고, 영상 경험만 바꾼다'는 컨셉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PS3와 Xbox 360 시대부터 “GPGPU로 AI와 물리 연산을!”이라고 외쳤다. 하지만, 좋든 나쁘든 현대 게임의 대부분은 메타 AI나 캐릭터 AI, 각종 물리 시뮬레이션에 대해서도 여전히 CPU 기반 구현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CPU의 극적인 성능 강화는 차세대 기기의 등장까지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 PS5 프로의 부스트 모드는 PS4 게임에도 적용된다
PS4 프로가 그랬던 것처럼 PS5 프로에도 기존 PS5 게임을 고속으로 구동할 수 있는 '게임 부스트' 모드가 탑재된다. 반가운 점은 게임 부스트 기능이 PS5용 게임뿐만 아니라 PS4 세대 게임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PS5 프로에서는 CPU 성능은 그대로지만, GPU는 CU 수가 60개로 늘어난 만큼 성능도 높아졌기 때문에 PS5/4의 기존 게임에서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프레임 속도가 안정적이지 않았던 그 게임도 PS5 프로라면 쾌적하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기존 PS5의 레이 트레이싱 지원 게임도 PS5 프로라면 레이 트레이싱 유닛이 36개에서 60개로 늘어났기 때문에 그만큼의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PS5 프로의 레이 트레이싱 유닛이 RDNA 3세대 이상이라면, 레이 트레이싱 최적화 기능 중 일부는 게임 측의 대응 없이도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예상보다 더 높은 성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PSSR은 어떨까. 기존 게임에 무리하게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이 경우 초해상도 화질은 PS5 프로에 최적화된 'PS5 Pro Enhanced' 지원 게임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PSSR은 알고리즘적으로 과거 프레임의 참조가 필수적인 구조이기 때문에 게임 측의 그래픽 파이프라인(그래픽 엔진)에 편입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학습 데이터도 게임 전용 데이터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 학습 데이터를 메모리의 어디에 배치할 것인지에 대해 기존 게임 프로그램을 전혀 변경하지 않고 구현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물론 특정 게임 전용이 아닌 '범용 학습 데이터'를 시스템 측 메모리 공간에 두고, 초해상도 처리도 과거 프레임을 참조하지 않으며, 표시 직전의 원시 프레임에 대해 포스트 이펙트적인 처리계로 개입하는 방식을 구현한다면 실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AMD는 드라이버 소프트웨어 측에서 초해상도 처리 기술인 '라데온 슈퍼 레볼루션'을 AMD 소프트웨어에 도입한 바 있다). 다만, 게임 쪽에 처음부터 내장된 초해상도 처리 시스템과 경쟁할 것 같고, 의미가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PSSR의 임무는 PS5 프로에 최적화된 'PS5 프로 Enhanced' 대응 게임인 것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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