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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DEC] 자율성과 작가성을 겸비한 '철권'의 개발 문화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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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Gamer, 이야모토 신이치 기자

3D 대전 격투 게임 '철권 8'은 실제 격투가의 기술을 모션 캡쳐하여 사실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실제 격투기의 기술과 게임에서 보이는 움직임은 크게 다르다. 그 간극을 메우는 것이 장인정신을 가진 3D 애니메이터인데, 그 이면에는 시리즈를 통해 쌓아온 개발 문화가 있다고 한다.

개발자 콘퍼런스 'CEDEC+KYUSHU 2024'에서 열린 '철권 애니메이션의 양식' 세션에서 반다이남코 스튜디오 소속 야마기시 타카오 철권 애니메이션 디렉터가 비밀을 밝혔다.

반다이남코 스튜디오의 야마기시 타카오 애니메이션 디렉터
반다이남코 스튜디오의 야마기시 타카오 애니메이션 디렉터
야마기시는 '철권 7'에서 쿠니미츠, 리로이, 녹티스, 엘리자, 고우키의 캐릭터 개발을 담당한 인물이기도 하다
야마기시는 '철권 7'에서 쿠니미츠, 리로이, 녹티스, 엘리자, 고우키의 캐릭터 개발을 담당한 인물이기도 하다

 

■ 자율성과 작가성을 겸비한 3D 애니메이터를 탄생시킨 개발 문화

'철권 8'은 2명의 캐릭터가 싸우는 3D 대전 격투 게임이다. 캐릭터의 움직임을 만들 때 배우나 격투가의 움직임을 데이터화하는 모션 캡처가 사용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게임에 사용할 수 없다. 애니메이터가 게임 콘셉트에 맞게 수정해야 비로소 게임다운 움직임이 된다.

게임다운 움직임은 현실과 다르지만, '철권'은 격투기 시뮬레이터가 아니다. '철권' 세계에서의 리얼리티를 만들어내는 것이 애니메이터의 일이다.

사람에 따라 게임의 움직임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만화나 애니메이션과 같은 화려함을 추구하고, 어떤 사람은 격투기의 리얼리티를 추구한다. 격투기 경험이 없는 사람은 로우킥을 쪼그리고 앉아 가드하는 것에 위화감을 느끼지 않지만, 격투기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로우킥은 발로 차는 것'이며, 쪼그리고 앉아 가드하는 것은 리얼리티가 부족한 동작으로 비춰진다.

현실적인 기술과 게임에서 보이는 기술의 차이는 크다. 예컨대 오른쪽 스트레이트의 경우, 리얼한 격투기에서는 팔이 뻗어 나가기 직전에 만나고, 이때 주먹 뼈 부분을 맞추기 위해 손목을 안쪽으로 꺾는다. 그리고 정면에서 공격하면 반격을 받기 때문에 축을 틀어서 공격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게임에 구현하면 타격감이 나오지 않을 뿐 아니라, 이른바 '고양이 펀치'처럼 보이게 된다. 또한, 축을 엇갈리게 하는 공격을 그대로 구현하면 격투 게임으로서의 판독을 해쳐 너무 강한 움직임이 된다.

그래서 게임에서는 연출을 고려하여 팔꿈치까지 뻗은 모션으로 하고, 손목을 구부리지도 않고 축을 틀지도 않는다. 야마기시는 이러한 설정에 대해 “실전에 가까운 움직임을 게임 시스템과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표현한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의 일례. 격투가의 경우, 팔을 뻗기 직전에 주먹을 맞대고 바로 팔을 당기는 콤팩트한 동작을 하지만, '철권'의 경우 팔을 완전히 뻗은 화려한 포즈를 취하는 동작으로 구현.
스트레이트의 일례. 격투가의 경우, 팔을 뻗기 직전에 주먹을 맞대고 바로 팔을 당기는 콤팩트한 동작을 하지만, '철권'의 경우 팔을 완전히 뻗은 화려한 포즈를 취하는 동작으로 구현.

이러한 조정을 하는 것이 '철권' 시리즈의 애니메이터이며, 그들은 모션 캡쳐를 사용하지 않고도 처음부터 수작업으로 모션을 만들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수작업이 가능하다고 해서 모션 캡처가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뛰어난 애니메이터라도 비슷한 성능의 기술을 계속 만들면 비슷한 기술만 만들게 되고, 거기서 과장된 동작을 만드는 것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야마기시는 “한 사람이 가진 서랍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몸을 움직이는 전문가의 서랍을 사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철권' 시리즈에서 모션 캡처는 토대나 밑그림, 애니메이터의 지식을 깊게 하는 자료라고 할 수 있다.

'철권' 시리즈에서는 캐릭터 한 명의 모션을 만들 때 격투가, 액션 배우, 애니메이터 등 많은 사람이 참여한다. 따라서 캐릭터 하나에 특정 격투가나 배우가 동등하게 연결되는 구조는 아니다. 야마기시는 이를 “'철권'의 캐릭터 안에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표현했다.

제작 과정에서는 리리와 아스카의 '인연 데모'를 남성 애니메이터가 연기하거나 모션 캡처 없이 동작을 만들기도 한다. 액션 배우의 연기나 격투가의 기술을 애니메이터가 게임 사양에 맞게 움직이고, 손수 만든 동작을 더한 것이 '철권'의 캐릭터라는 것이다.

캐릭터의 움직임이 모두 모션 캡처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액션 배우, 격투가, 애니메이터에 의한 움직임의 집합체다.
캐릭터의 움직임이 모두 모션 캡처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액션 배우, 격투가, 애니메이터에 의한 움직임의 집합체다.
리리와 아스카의 '인연 데모'는 남성 애니메이터가 두 사람의 모션을 캡쳐했다.
리리와 아스카의 '인연 데모'는 남성 애니메이터가 두 사람의 모션을 캡쳐했다.

촬영 시 신체 조작의 요령이나 콤비네이션 공격의 목적과 같은 부분을 들음으로써 더 좋은 움직임을 만들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실제 기술을 받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야마기시가 전 극진가라데 세계 챔피언인 코케츠 타쿠마의 로우킥을 받았을 때는 미트 너머로도 허벅지 안쪽에서 피가 났다고 한다. 이러한 체감이 게임 제작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격투가는 연기자가 아니다. 캐릭터의 성격에 맞는 연기까지 요구하면 움직임이 흐트러지고, 현장 분위기도 좋지 않다고 한다.

격투기 선수의 모션 캡쳐 모습. (하단 사진)의 로우킥을 야마기시가 받았을 때, 미트 너머인데도 허벅지 안쪽에서 피가 났다.
격투기 선수의 모션 캡쳐 모습. (하단 사진)의 로우킥을 야마기시가 받았을 때, 미트 너머인데도 허벅지 안쪽에서 피가 났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액션 배우다. 그들은 아크로뱃 전용 장비를 이용한 촬영이 가능하고, 연기까지 할 수 있다. 그래서 야마기시도 “가장 도움을 많이 받는 것은 액션 배우”라고 말했다.

다만, 액션 배우들은 안정적인 퀄리티의 모션 촬영은 가능하지만 '정말 위력적인 공격이나 실전에 가까운 기술'을 촬영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 "만화나 애니메이션 같은 포즈는 만들 수 있지만, 실제로 부딪히면 아플 것 같은 동작은 잘 못한다"고 전했다.

그럴 때는 격투기 선수에게 의뢰한다. 둘 다 몸을 움직이는 전문가지만, 특성에 따라 배정되는 업무 내용이 다르다. 참고로 격투가와 게임 개발자는 거리가 먼 직업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일을 의뢰하기 위한 인맥 형성은 애니메이터의 자율성에 맡겨지는 부분이 크다. 격투가들이 여는 강습회에 자발적으로 나가서 관계를 맺은 후 공략하는 것이다.

액션 배우는 캐릭터의 개성을 살린 연기부터 전용 장비를 이용한 아크로뱃까지 폭넓게 대응할 수 있다.
액션 배우는 캐릭터의 개성을 살린 연기부터 전용 장비를 이용한 아크로뱃까지 폭넓게 대응할 수 있다.

'철권' 시리즈는 과거 작품의 애니메이션 데이터를 그대로 사용하지만, 파일명도 과거의 것을 그대로 사용해 굳이 정리하지 않는다. 야마기시는 '철권' 프로젝트에 합류했을 때 정리하지 않은 것에 놀랐다고 하는데, "정리할 시간이 있다면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사양서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모션 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또한 파일 이름에 '애니메이터 ID'가 포함되어 누가 만들었는지 바로 알 수 있는 것도 '철권' 프로젝트 특유의 문화라고 한다. 애니메이터 ID가 존재함으로써 신인과 베테랑이 동등한 위치에서 평가받고, 질과 양의 균형을 의식하게 된다.

또한 이러한 환경에서 성장한 애니메이터는 모션에 개인의 취향, 즉 야마기시가 말하는 '작가성'과 같은 것이 생겨난다고 한다. 이것이 애니메이터 ID가 포함된 과거 작품의 파일명을 정리하지 않는 이유다. 이러한 문화로 인해 애니메이터들 사이에 주체적으로 작업하는 풍토가 조성됐다.

'철권' 신작이 출시될 때마다 관심을 끄는 것은 새로운 캐릭터다. 제작은 기획자와 애니메이터가 팀을 이루어 진행하는데, 조합이 결정된 단계에서 새로운 캐릭터의 퀄리티가 어느 정도 드러난다고 한다. 애니메이터 업무에는 새로운 캐릭터가 사용할 유파나 동작을 제안하는 것도 포함된다.

그렇기 때문에 애니메이터는 캐릭터의 '작가'로 사내에서 알려지게 되고, 이후 다른 프로젝트로 옮기더라도 캐릭터 완성도의 좋고 나쁨이 실적이 되어 업무에 영향을 미친다. 애니메이터 ID와 마찬가지로 제작자가 명확해짐으로써 제작에 긴장감이 생기는 것이다.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 때는 새로운 놀이의 구축과 균형 감각이 중요하다. 캐릭터가 너무 강하면 팬들이 싫어하고, 약하면 존재감을 발휘할 수 없다. 또한, 너무 강한 기술을 만든 애니메이터가 테스트 플레이를 하면 상대가 그 기술을 가지고 놀리는 문화가 프로젝트 내에 있다고 한다.

그리고 너무 강한 캐릭터를 만들면 그 영향은 프로젝트 외부에도 파급된다. 일례로 야마기시는 자신이 만든 '철권 7'의 DLC 추가 캐릭터 '리로이 스미스'가 너무 강해서 'EVO 재팬 2020'의 상위 8명 중 6명이 리로이 사용자였다는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그 결과 '리로이 재팬'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고 하니, 밸런스 조정의 어려움과 '작가'로서의 책임감을 엿볼 수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참고로 야마기시는 개발 당시 “너무 강한데 괜찮을까?”라고 배틀 조정반에 의견을 냈다고 한다).

기존 캐릭터에 새로운 기술을 추가하는 것도 애니메이터의 일이다. 새로운 기술을 제작할 때는 애니메이터가 주도적으로 만든 동작에 배틀 조정 측이 기술 성능을 맞추는 경우도 있고, 배틀 조정반으로부터 "이런 성능의 기술을 원한다"는 제안을 받기도 한다.

예컨대 폴의 경우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개성이 희미해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이런 인식 아래, 새로운 기술에는 "단순히 파워풀한 것뿐만 아니라 유도를 베이스로 한다", "그가 사용하는 것은 무술에 파워를 탑재한 기술이다"라는 콘셉트를 설정했다.

배틀 조정반에서 요청한 기술의 좋은 예가 '숨은 질풍'이다. "상대의 공격에 숨어서 띄우는 기술을 원한다"는 의견에 따라, 기술의 첫 동작은 몸을 낮추는 모션으로 바뀌었다. 이처럼 만화적인 기술은 모션 캡처가 잘 안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손보는 것이 좋을 때도 있다.

새로운 기술을 만들 때는 모션 캡처와 수작업이 모두 사용된다. 사진의 '우호각'은 전자의 예이지만, 구현 시에는 원형을 유지하지 않을 정도로 가공이 이루어진다.
새로운 기술을 만들 때는 모션 캡처와 수작업이 모두 사용된다. 사진의 '우호각'은 전자의 예이지만, 구현 시에는 원형을 유지하지 않을 정도로 가공이 이루어진다.
한편, '숨은 질풍'은 모션캡처를 사용하지 않고 수작업으로 완성됐다.
한편, '숨은 질풍'은 모션캡처를 사용하지 않고 수작업으로 완성됐다.

모션 제작에서 팔로우 스루의 처리도 중요하다. 실제 격투기에서는 타격을 가한 후 즉시 팔다리를 돌려 다음 동작을 준비한다. 하지만 '철권'에서는 플레이어가 어떤 기술인지 인지할 수 있도록 타격 후 여운을 길게 남기는 경우가 많다.

즉, '철권'에서는 기술의 여운을 '기술의 연출 시간'으로 간주하며, 자세로 돌아가기까지 움직임의 정보량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이는 소위 히트 스톱이 존재하는 2D 격투 게임과는 다른 '철권'만의 독특한 맛이다.

또한 이때 히트 프레임 직후부터 팔로우 스루까지 등속으로 인식할 수 없는 '공격 표현'을 숨겨 넣기도 한다. 공격 표현은 야마기시가 만든 용어로 “이 부분을 제작할 때 의식하는 포인트까지 자세히 설명하면 강연을 하나 더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주제”라며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한 프레임 한 프레임마다 애니메이터의 고심이 담겨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폴의 레이지 아츠 '붕권'의 콘티
폴의 레이지 아츠 '붕권'의 콘티
모션캡쳐 녹화
모션캡쳐 녹화

레이지 아츠는 화려한 기술 때문에 많은 스태프들이 참여하려다 보니 제작이 진행되지 않는 사태가 벌어졌다. 해결책으로 적은 인원으로 섹션을 넘나드는 태스크포스를 설립했다. 점검도 각 섹션의 상급자를 거치지 않고 디렉터가 직접 하는 특별 체제가 만들어졌다.

쿠마의 레이지 아츠 '38식 섬멸병기 아라마키'. 개발 중반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림 콘티가 아닌 V 콘티(위 사진)가 사용되었다. V 콘티에서는 손에 든 연어가 튀어 오를 때 마크가 있지만, 구현 시에는 변형될 때까지 마크가 나타나지 않는다(아래 사진). 참고로 변형하는 연어의 모티브는 1975년 특촬물 '아크마이저 3'에 탑승하는 공중전함 '자이다벡호'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야마기시는 '철권'의 개발 문화를 "마음대로 한다! 단, 책임감을 가지고 끝까지 해낸다!"라는 말로 요약했다. 주체성이 중시되는 '철권' 현장에서는 비록 주문이 없더라도 새로운 동작을 만드는 등의 시도가 허용된다. 예컨대 '철권 8'에서는 업데이트를 통해 모든 캐릭터의 메인 메뉴 화면 연출이 추가되었는데, 이는 젊은 애니메이터와 엔지니어가 팀을 이뤄 자발적으로 제작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야마기시는 “좋아하는 것을 만든다고 해서 쉽게 통과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든다는 것은 잘 안되더라도 남의 탓으로 돌릴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책임감 있게 고품질을 만들 수 있다면 자율적으로 일을 해도 괜찮고, 그 위에 프로페셔널한 일로서 품질에 대한 판단이 이루어진다. 높은 자율성과 실력은 양립할 때만 허용되는 것으로, 이를 키우는 것이 '철권' 프로젝트의 문화라고 했다.

신입이 들어왔을 때는 업무의 질과 숫자를 양립할 수 있도록 조직 안에서 일하면서도 자율성과 작가성을 확립할 수 있도록 키워야 한다. 어느 프로젝트에서나 힘든 일이지만, '철권' 애니메이터들이 이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문화 풍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철권' 시리즈가 높은 퀄리티를 유지하는 비결을 알 수 있는 흥미로운 세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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