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게임 업계의 저작권 관련 소송 움직임에 업계의 개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그간의 고착화된 행보 대신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
얼마 전까지만 해도 흥행 게임의 시스템을 차용해 게임을 출시한 사례는 빈번히 일어났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엔씨소프트의 MMORPG인 ‘리니지’ 시리즈였다.
‘리니지M’과 ‘리니지2M’ 등의 게임이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하자, 그 시스템을 차용한 게임들이 꾸준히 출시되어 왔고, 그 게임들은 ‘리니지 라이크’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하지만 그간 엔씨소프트는 그들에 대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엔씨소프트는 드디어 칼을 뽑아 들었다. 웹젠의 MMORPG ‘R2M’이 ‘리니지M’을 모방한 콘텐츠와 시스템이 포함되어 있다며, 지난 2021년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소송을 제기한 것.
그리고 2년이 흐른 지난 8월에 법원은 엔씨소프트의 손을 들어줬다. 저작권 침해까지는 아니지만, 엔씨의 노력으로 구축된 게임의 구성 요소는 아이디어이자 성과물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법원의 판결문에 따르면 ‘R2M’은 ‘리니지M’의 아인하사드의 축복 시스템의 단계적 표현, 무게 시스템 구성과 단계적 표현 및 UI상의 위치, 장비 강화 시스템의 구성과 UI 및 연출과 문구에 대해 지적했다.
또 아이템 컬렉션 시스템의 구성과 내용 등 특징적 요소와 연출, 변신 및 마법 인형 시스템에서의 획득률과 합성 규칙, 컬렉션 구성 요소, 획득 후 일정 기간 내 교체 방식, 즐겨찾기 목록 최대 갯수, 변신 카드 등급과 등급별 색상, 미획득 카드의 표현 방식도 지적됐다.
그리고 메인 UI에서 레벨과 HP, MP, 버프 아이콘, 재화, 상점, 인벤토리, 스킬, 퀘스트, 메뉴 아이콘, 미니맵, 자동-수동공격 및 아이템 줍기 버튼, 소모성 아이템 및 스킬 슬롯, 버추얼 패드, 퀘스트-파티-타겟, 버프 아이콘 등이 시계방향으로 거의 동일한 위치에 있다고 봤다.
더불어 직장 인증이 필요한 익명 앱에서 "게임을 카피하라"고 지시했다는 글이 확인됐고, 웹젠의 직원이 수사기관 조사에서 '리니지M'의 카드 뽑기 아이템 등급별 획득률을 참고했다고 진술한 부분도 지적됐다.
이처럼 'R2M'은 ‘리니지M’의 종합적 시스템을 모방 및 차용했으며, 이를 통해 엔씨소프트가 경제적 이익을 침해당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 행위는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 질서에 반하는 무단 사용으로서 부정경쟁방지법에 명시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더불어 이로 인해 엔씨소프트가 경제적 이익을 침해당하고 있고, 이 행위를 규제하지 않는다면 향후 게임 업계에서 새 게임 규칙을 고안하지 않는 부적절한 개발 관행이 생길 수 있다며 이번 판결을 내렸다.
이에 웹젠에 대해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게임 서비스와 광고 금지 및 10억 원의 배상금액 지불을 선고했다. 웹젠은 서비스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인용된 바 있다. 따라서 2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게 된 상황이다.
특히 엔씨소프트는 엑스엘게임즈가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출시한 ‘아키에이지 워'도 소송을 제기했다. '리니지2M’의 콘텐츠와 시스템을 모방했다며,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으로 지난 4월 두 회사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엔씨소프트 측은 ‘아키에이지 워’가 ‘리니지2M’의 클래스 시스템과 주/부무기 시스템, 신탁 시스템, 사냥 편의 시스템, PvP 콘텐츠 관련 시스템과 UI, 강화 시스템 매커니즘과 사용 재화, 강화 관련 아이템 명칭 및 효과, 캐릭터 성장 시스템, 인게임 경제 유지 기여 시스템, 그리고 메인 화면과 기본 플레이 화면, 환경설정 등의 전체적 게임 UI가 동일하거나 모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웹젠과의 법정 분쟁 1심에서 엔씨가 이긴 만큼, 2심에서의 판결 여부가 '아키에이지 워' 소송에 큰 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아직 판결은 진행 중이지만 게임의 콘텐츠와 시스템을 개발하는 창작은 힘든 일이다. 다른 게임의 장점을 기반으로 더 나은 것을 만들어낸다면 그것은 노력으로 인정받곤 한다. 그러나 선을 넘은 모방과 차용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었던 상황이었고, 이번 판결이 그 근거가 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서, 게임사에서도 신작을 개발할 때 타사의 콘텐츠와 시스템에 저촉되지 않을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개발 이정표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리니지 라이크’의 딱지를 뗀 MMORPG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면서 업계에서는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는 검증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큰 업체에서는 내부 법무팀에서, 작은 업체는 법무법인을 통해 게임의 유사 항목 검토에 나서는 것도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아예 신작의 장르에서 탈 MMORPG를 추구하는 곳도 다수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다소 변화의 바람도 불고 있다. 최근의 소송 결과에 의해 신작 개발에 있어서 시스템이나 컨텐츠가 유사한지를 내부적으로 철저히 검토해,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적극적으로 배제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향후 출시될 국내 개발사 신작에서는 앞서 일어난 저작권 침해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법적 분쟁이 일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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