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뉴스를 보면 게임 관련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수백 명 규모의 인력이 해고된다는 소식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아마존 게임즈, 에픽 게임즈, 유니티 테크놀러지, 엠브레이서 그룹 등 최근 1년 동안 구조조정을 실시한 기업이 많다.
■ 수백 명 규모의 인력이 한꺼번에 정리되는 게임업계의 현실!
아마존 게임즈는 전자상거래 업계의 선두 주자이자 클라우드 컴퓨팅, 온라인 광고, 디지털 스트리밍 등 폭넓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아마존이 트위치를 인수한 후 설립한 게임 퍼블리싱 부문이다.
아마존 프라임 회원에게 무료 게임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2012년 아마존 앱스토어를 위해 출범한 구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에 인력을 모아 리뉴얼하여 2019년 PS4와 Xbox One용 '더 그랜드 투어 게임' 등 다양한 게임을 출시하고 있다. 이후 2021년 PC용으로 출시한 MMORPG '뉴 월드'가 아마존 게임즈 브랜드 최대의 화제작이라 할 수 있다.
게임 산업 점유율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아마존 게임즈가 지난 11월, 180명의 직원을 해고하면서, 아마존 게임즈 부문 부사장인 크리스토프 하트만(Christoph Hartmann)은 "지난 4월의 구조조정 결과를 감안할 때, 사업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가장 잠재력이 높고 성장하는 분야에 자원을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아마존은 100명의 직원을 해고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메시지를 통해 앞으로 내부 개발 규모를 축소하는 한편 2억 명의 프라임 회원 중 21%가 프라임 게임도 이용하고 있는 만큼 퍼블리싱 사업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 게임즈의 이야기는 거대 기업의 한 부서가 단행한 구조조정에 불과하지만, 게임업계는 현재 '겨울의 시대'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해고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고용 수요가 급증하던 시점과 달리 최근 1년여 동안 급속도로 고용 상황이 냉각된 것을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에픽게임즈는 '에픽 5.0'으로 명명된 새로운 시대를 위해 830명이나 되는 직원을 한꺼번에 정리해고했다. 해고된 직원 대부분은 회사가 추진하는 멀티버스, 게임 엔진 등 핵심 사업에 관여하지 않는 인력들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경영난이 알려진 지 오래인 스웨덴의 엠브레이서 그룹은 올해 들어 900명가량의 직원을 해고했다. 또한, '세인츠 로우' 개발사 볼리션도 30년 역사에 마침표를 찍었다. 현재 기어박스 소프트웨어, 플레이온(Plaion), THQ 노르딕, 세이버 인터랙티브 등의 부서에서 15개 정도의 미공개 타이틀 개발 중단이 발표됐다.
일렉트로닉 아츠(이하 EA)도 2023년 봄까지 전 직원의 6%에 해당하는 775명을 해고했다. 이 중에는 정규직 채용이 어려운 QA 부문(품질 보증)이 있는 루이지애나주의 EA 배턴 루지에 소속된 200명도 포함되어 있다. 해고 사유는 그들이 노동조합을 조직하려고 움직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인디 레이블인 EA 오리지날에서 지난 8월에 '이모탈스 오브 아베움'을 출시한 어센던트 스튜디오에서도 40명 정도의 직원이 정리해고 됐다.
게임 엔진 사업에서는 에픽게임즈의 라이벌인 유니티 테크놀로지스가 실적 악화에 따라 최근 1년 반 동안 1,100명가량의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렇듯 최근 대규모 구조조정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 인력 조정의 어려움으로 생각해 보는 게임업계의 지금
이러한 추세는 게임업계 관계자들도 주목하고 있으며, 라이엇 게임즈의 테크니컬 아티스트 파르한 누르는 '게임산업 정리해고(Game Industry Layoffs)'라는 사이트를 개설하여 얼마나 많은 인력이 실직하고 있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이미 현재 알려진 2023년도 해고자 수만 해도 7,800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 사이트의 통계는 각 기업의 해고 정보를 뉴스 사이트 기사에서 인용하는 단순한 방식이지만, 위에서 언급한 대규모 해고 외에도 원격근무의 사내 정책을 변경한 영향으로 추정되는 유비소프트 몬트리올이 135명, '크라임 보스: 록케이 시티'와 '고스트러너' 등의 퍼블리싱을 담당하는 505 게임즈 브랜드를 보유한 디지털 브로스 그룹이 130명, 대규모 확장팩 '팬텀 리버티'를 성공적으로 출시한 '사이버펑크 2077'의 CD 프로젝트 레드가 100명, 일부 프로젝트와 라이브 서비스가 폐쇄된 나이언틱이 230명,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4',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3' 등 대작을 연이어 출시한 세가 계열의 렐릭 엔터테인먼트가 121명 등 100명 이상 규모로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회사가 많다.
또한 '헤일로' 시리즈의 343 인더스트리,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베테랑 개발자들이 2020년 독립해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와 퍼블리싱 제휴를 통해 신작을 개발 중인 디비에이션 게임즈도 칼바람을 피하지 못 했다.
'토탈 워' 시리즈의 크리에이티브 어셈블리, '워프레임'으로 유명한 디지털 익스트림스, 2020년 '드림스' 이후 신작이 발표되지 않은 미디어 몰리큘, 올해는 '반지의 제왕: 골룸'을 세상에 내놓은 데달릭 엔터테인먼트 등도 수십 명 규모로 해고자를 내고 있다.
게임 개발 현장에서는 개발 단계에 따라 필요한 인력이 크게 달라진다. 예를 들어, 초반에는 아트를 그리는 아티스트, 중반에는 프로그래머, 그리고 후반에는 QA 부문의 테스터에 비중이 높아지는 식이다.
그동안 게임 기업에서는 아트 에셋은 아웃소싱하거나, 베타 테스터는 단기 근무가 가능한 인력을 모아 잉여 인력을 만들지 않도록 조정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게임 개발에 필요한 인력이 불안정한 고용 조건에 노출되는 것은 영화산업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배경을 감안하더라도 프로젝트 진행 상황이나 기업 재정에 따라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것은 예전부터 있었던 일이다. 코로나 사태와 재택근무의 여파로 지연되었던 신작 게임들이 대거 출시되는 2023년이라고는 하지만, 새롭게 개발에 접어든 미발표 프로젝트도 많을 것이다. 게임업체들은 일반적으로 구조조정 발표는 해도 신작을 위한 인력 충원은 단계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20명을 신규 채용했다' 등의 발표는 연말 실적 발표회 정도에 그친다. 즉, 해고의 정보만 드러나기 쉬운 구조로 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도쿄게임쇼 2023'에서 퀀틱 드림의 공동 CEO 기욤 드 퐁드미에르(Guillaume de Foundaumiere)는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개발 후 발표한 '스타워즈 이클립스'에 대한 인력 충원 계획을 밝혔다. 개발을 위해 인력을 200명에서 400명으로 늘렸으며, 개발 막바지까지 100명을 더 추가할 예정이라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해외 리서치 회사인 뉴주(Newzoo)는 최신 시장 동향 보고서에서 게임 시장은 2022년도에 비해 0.6%로 소폭이지만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며, 경기가 악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불황에 강하다고 알려진 게임 산업이지만, 라이브 서비스화에 따른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와 머신러닝 등 기술 진화에 따른 개발 과정의 간소화가 진행되면서 고용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적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업계 자체는 성장 전망치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게임을 하는 입장에서 현재는 그리 비관적인 상황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인재의 공동화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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