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중국에서 리그오브레전드 본 시즌에 앞서 진행된 이벤트 대회, 데마시아컵 결승전이 진행됐다. 징동게이밍과 비리비리게이밍(BLG)이 우승컵을 놓고 맞붙은 경기는 BLG가 3:0 승리를 거두며,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그런데 경기 중 징동게이밍의 원거리 딜러인 룰러 박재혁의 모습이 결승 내내 보이지 않았다. 게임은 분명 출전했지만 인터뷰, 인게임 모습은 물론 사전 영상에서도 등장하지 않아 의문이 커졌다. 데마시아컵 결승에서는 경기중 선수캠을 제공하지 않기에 우연의 일치일 가능성도 있지만, 이전 경기들에서도 유독 한국 선수들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결승 경기와 달리 이전 토너먼트 경기들에서는 경기 중 하단 선수캠을 지원하면서 작은 화면으로는 한국 선수들의 플레이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밴픽 과정이나 경기 중 한국 선수들은 한 번도 단독샷을 받지 못했고 주요 노출도 없었다.

징동게이밍 룰러 박재혁 출처-라이엇게임즈

이러한 조치에 중국이 한국을 상대로 내세운 한한령을 e스포츠 분야에 강하게 적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붉어지고 있다. 한한령은 2016년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논란부터 시작된 중국의 한국 콘텐츠 및 관련 사업 제한을 건 한류 금지령이다. 비공식적으로 사드 배치 보복의 일환으로 전개해오면서 지금까지 각계각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한령이 다시 강하게 적용된 이유로 유저들과 관계자, 일부 선수들은 지난해 11월, 한국에서 열린 '2023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경기를 꼽고 있다. 당시 대회 자체가 한국에서 열렸고, 결승 무대에서 한국의 T1이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인기 걸그룹 뉴진스의 공연이 이어지면서, 과도한 한국 콘텐츠 노출로 텐센트가 규정 위반 제재를 받게 됐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소문은 '2023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 이후 중국 현지 e스포츠 팬들 사이에서 크게 돌았다. 이후 중국내에서는 텐센트 e스포츠 주요 경기들이 녹화방송으로 이뤄졌다. 12월에 진행된 '리그오브레전드 중국 올스타전'을 비롯해 '펍지 모바일 글로벌 챔피언십',  '왕자영요 인터내셔널 챔피언십' 등이 주요 e스포츠 경기들이 중국에선 녹화 방송으로 진행됐다고 알려졌다.

출처-라이엇게임즈

여기에 오는 22일, 본격적인 리그에 돌입하는 중국 리그, LPL의 녹화 방송 혹은 무관중 진행 루머까지 있어 한한령에 대한 의혹은 점차 커지고 있다. 만약 의혹이 사실이라면 리그 개막 이후 데마시아컵과 마찬가지로 한국 선수들의 노출은 최소화 될 것이 분명하다.

현재 LPL에는 14명의 한국 선수들이 참여해 22일부터 시작될 경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한한령이 실제로 이뤄질 경우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선수들은 국내 혹은 다른 리그로 이동하는 것까지 고려해 볼 수 있겠고, 심지어 국제 미아가 되는 사태도 일어날 수 있다.

출처-라이엇게임즈

과거 한한령의 영향 때문에 중국의 스폰서를 받고 있던 국내 한 e스포츠 팀이 선수들과 직원의 임금을 미지급하는 사태가 있었다. 이후 스폰서까지 종료되어 팀은 위탁 운영으로 넘어가는 암흑기를 겪었다. 최악의 경우 한국 선수들에게 비슷한 사례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만약 한한령으로 한국 선수의 유출과 LPL이 큰 타격을 입는다면, 리그오브레전드 e스포츠 전체 판도가 크게 변화할 수 있다. 지리상 가깝고 높은 연봉을 보장해 주기에 한국 선수들이 중국 시장을 선택했지만, 제재로 다른 지역이 선택된다면 자연스럽게 주도권은 북미와 유럽 등으로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항은 없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한한령에 대한 원인 추측과 가능성만 존재하고 있다. 과연 데마시아컵의 한국인 선수 노출 최소화가 우연의 일치일지, 아니면 본격적인 한한령 강화 단계의 시작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지만 기자  kda@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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