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간으로 2024년 3월 18일부터 22일까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2024(Game Developers Conference 2024)'가 개최됐다.
CD 프로젝트 레드의 시네마틱 디자이너 카제탄 카스프로비츠(Kajetan Kasprowicz, 이하 카스프로비츠)는 '사이버펑크 2077'의 대규모 확장팩 '팬텀 리버티'에서 추구한 인터랙티브 시네마틱이라는 개념 설명을 진행했다.
'보기만 하는' 장면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사이버펑크 2077'은 평균 40시간 정도의 메인 캠페인과 함께, 1인칭 시점으로 이뤄진 컷 신은 8시간 정도에 달한다. 미래 디스토피아를 제대로 그려내기 위한 CD 프로젝트 레드의 진수라고 할 수 있는 디자인 스타일인데, 컷 신을 시청하는 동안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시점을 바꾸거나 대사 및 액션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선택에 따라 스토리가 분기되는 등 게임으로서의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이것을 카스프로비츠는 '인터랙티브 시네마틱'이라고 불렀다. 이런 연출은 '플레이어가 자신의 판단에 따라 그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에 있다고 한다. 지난 2023년 9월에 출시한 확장팩 '팬텀 리버티'에서는 이런 컨셉이 한층 더 강화됐다.
내러티브 디자인의 문제점 중 하나로 '루서내러티브 디소넌스(Lusonarrative Dissonance: 게임 내 스토리의 불협화음)'라는 업계 용어가 있다. 지난 2007년 유비소프트 엔터테인먼트의 클린트 호킹(Clint Hocking)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주창한 용어다. 인터랙티브한 게임에 비인터랙티브한 시네마틱을 삽입하는 것에 의해 플레이어가 자유도가 없다고 느끼는 위화감을 말한다. '바이오쇼크'를 예로 들어 자신의 블로그에 설명한 것이 시초로 알려져 있다.
오픈월드형 게임은 '비선형'이라고도 불리는 높은 자유도를 제공하는 대신 스토리가 길어지는 경우가 있다. CD 프로젝트 레드도 인터랙티브 시네마틱 제작에서 게임과 스토리의 불협화음을 해소할 때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한다.
그는 인터랙티브 시네마틱이 플레이어에게 '그냥 보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 경험을 완화하고 컷 신과 게임플레이 사이의 경계가 모호하지 않게 만들어준다고 설명했다. 컷 신 중에도 NPC의 이야기에 질려서 돌아다니는 경우가 있듯이, 어떻게 하면 스토리에 계속 몰입하게 할 수 있느냐가 '사이버펑크 2077'의 큰 과제였다고 한다.
그리고, 더 나은 인터랙티브 시네마틱과 스토리의 흐름을 구현하기 위해, 개발 초기 단계부터 게임 디자인과 시네마틱 디자인 팀이 함께 계획을 세우는 것도 필요했다.
'사이버펑크 2077'에서 픽서가 주는 일을 'Gig(의뢰)'라고 표현하는데, '팬텀 리버티'에서도 새로운 지역인 '도그타운'에서 체험할 수 있는 9개의 Gig가 준비돼 있다. 게임 본편에서는 오픈월드 팀이 Gig를 메인 캠페인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형태로 제작했고, 게임 플레이에 더 집중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반면, '팬텀 리버티'에서는 그 뿌리를 유지하면서도 여러 층의 스토리로 구성된 내러티브성을 강화했다고 한다. 플레이어가 몇 가지 선택을 하면서 어떤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는 기본 구조가 탄탄해졌고, 감각적으로는 퀘스트에 더 가깝게 만들어졌다.
예를 들어, Gig 중 하나인 '도그타운의 성자'에서는 모든 장면에서 플레이어에게 높은 자유도를 느낄 수 있는 도전이 주어졌다. 하지만 개발 당시 리소스가 부족해 모든 애니메이션은 이미 제작된 것 중에서 재사용하는 형태로 구현해야 했다.
또한, '구원으로 가는 길'은 엔딩에서 플레이어가 선택한 행동에 따라 결말이 달라지는 의뢰인데, 개발팀 내에서는 솔로 전용 의뢰로 고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그래서 해킹 요소를 추가하는 등 상호작용을 늘리고, 거기서 일어나는 리액션을 즐길 수 있도록 개선이 거듭됐다. 이런 제한적인 선택지를 두지 않으면 플레이어는 '일단 총부터 뽑고 보는' 행동을 하기 쉽다고 한다.
이렇게 '팬텀 리버티'에서 추구한 인터랙티브 시네마틱은 결실을 맺어, 본편보다 '스토리를 플레이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한 플레이어가 많았다. 카스프로비츠는 컷 신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벤트에서는 작은 인터랙션과 그 결과를 알아차리는 플레이어가 적지 않다고 한다. 따라서 더 나은 게임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작은 부분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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