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3의 폐지가 발표되면서 게임업계 여름 행사의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서머 게임 페스트(Summer Game Fest)'. 올해는 역대 최대 조회수를 기록하며 이제 게임업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대형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특히, E3(Electronic Entertainment Expo)와는 다른 분위기지만, 좋은 면과 나쁜 면을 모두 포함해서 점차 E3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인상도 받고 있다.
■ 여름 신작 발표 시기의 중요 행사로 자리 잡은 '서머 게임 페스트'
지난 4년간 단숨에 여름의 정기적인 발표 행사로 자리 잡은 '서머 게임 페스트 2024'가 올해도 온라인으로 진행되어,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출시될 수많은 작품이 소개됐다. 이후 올해 3회째를 맞이하는 오프라인 행사 '서머 게임 페스트 2024: 플레이 데이즈(Summer Game Fest 2024: Play Days / 이하 플레이 데이즈)'도 개최된다. 명실상부한 '게임 페스티벌'이라 부를 수 있는 초여름의 축제로 성장했다.
1995년 이래 게임업계의 중요 행사였던 E3가 폐지를 발표되면서, 이제 여름의 게임 이벤트라고 하면 '서머 게임 페스트'를 떠올린다. 올해는 생방송 종료 후 역대 최대인 350만 회 재생(일주일간 약 750만 회 재생)을 기록했다. 온라인을 발표의 장으로 삼은 높은 접근성이 요즘 시대에 잘 맞아떨어져 X(구 트위터)의 해시태그 수가 100% 상승하는 등 큰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서머 게임 페스트'에 맞춰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 게임 쇼케이스'를 비롯해 Ubi소프트 엔터테인먼트와 디벨로퍼 디지털의 프로그램. 그리고, 미디어 기업들의 '퓨쳐 게임 쇼'와 'PC 게이밍 쇼' 등 E3 시절부터 이어져 온 다양한 게임 관련 행사들이 며칠에 걸쳐 이어졌다. 올해는 중남미 지역의 게임을 소개하는 '라틴 아메리카 게임 쇼케이스(Latin American Games Showcase)가 새롭게 추가되어, 게임 관련 프로그램 수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5월 31일에 개최된 플레이스테이션 플랫폼 쇼케이스인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와 6월 18일 온라인으로 개최한 '닌텐도 다이렉트' 등을 포함해 특히 미국에서는 초여름에 게임 발표 행사가 집중됐다.
이유로는 경영적으로 2분기(4~6월)에 게임 판매량이 적기 때문에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기대작이나 신작 정보를 공개하는 분위기다. 마케팅적으로는 여름부터 신작 정보로 분위기를 띄워 연말 출시 전까지 소비자에게 제대로 어필한다는 전략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미국의 경우 이미 여름방학에 돌입한 6월 시점에 최신 게임 정보가 전해지기 원활한 기간이다. 이런 여러 복합적인 이유로 인해 여름에 신작 정보나 게임 관련 행사가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E3는 해가 갈수록 부정적인 면이 더해졌다. 특정 게임에 화제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개발비나 라이선스 비용을 들인 게임이라도 주목받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엄격한 보안 체제가 필요한 요즘은 행사장에 지불하는 참가비가 매우 비싸다. 무엇보다도 출시 직전의 바쁜 시기에 개발 리소스를 할애하여 데모 제작을 해야 하는 점도 골칫거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에 어떤 형태로든 발표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임사들의 절실한 니즈가 남아 있는 것이 '서머 게임 페스트'가 성황을 이루는 이유임은 틀림없다.
■ 결국 E3화되기 시작한 '서머 게임 페스트'는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E3의 부정적인 면이 '서머 게임 페스트 2024'에서 해결되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역대 최고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고는 하지만, 결국 "다른 형태의 E3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일 수 있다.
6월 6일, 엔터테인먼트와 패션 정보지로 유명한 에스콰이어 온라인판이 폭로 기사를 게재했다. '서머 게임 페스트'의 화제성이 높아지면서 1분짜리 트레일러를 공개하는 데 25만 달러(약 3억 4천만 원), 1분 반이면 35만 달러(4억 8천만 원), 2분이면 45만 달러(약 6억 2천만 원), 그리고 2분 반이면 55만 달러(약 7억 6천만 원)를 스폰서십 비용으로 지불해야 한다고 한다.
물론 행사장 대관부터 장비, 인건비까지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겠지만, 여러 라인업을 보유한 대형 퍼블리셔는 '서머 게임 페스트'에 출전 자체로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 따라서, 다양한 업체들이 한발 물러서서 자체 쇼케이스 행사를 열거나, 더 긴 게임 플레이 트레일러 및 개발자 강연을 공개하는 형태로 진행하는 것도 이제 납득이 간다.
참고로, 단독 행사를 진행하면서 플레이 데이즈에 참가하는 업체들도 있다. 예를 들어, 디벨로퍼 디지털은 '플레이 데이즈'에서 비교적 큰 규모의 공간을 빌려 몇 가지 신작을 소개했다. '플레이 데이즈'는 스트리밍 위주의 게임 소개를 중심으로, 각 게임사가 플레이 가능한 데모를 미디어 전용으로 공개하는 온라인 이벤트 형태에 가깝다.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 외곽, 평상시라면 주말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술집이나 카페에 모일 법한 단층이나 2층짜리 건물이 늘어선 구역을 통째로 빌려서 행사를 진행한다. 호텔 홀이나 컨벤션 센터의 분위기와는 달리 이동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햇볕을 쬐며 여유를 즐길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는 참가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3회째를 맞이한 올해 플레이 데이즈는 거의 모든 건물이 만석을 이루며 작년까지 2일이었던데 반해 올해는 3일로 연장됐다. SIE(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텐센트(레벨 인피니티), 캡콤, 세가, 일렉트로닉 아츠, 아마존 게임즈나 넷플릭스 같은 대형 업체도 참가하는 등 점점 이벤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다만, 작년에는 '플레이 데이즈' 이후 자체 행사를 진행했던 유비소프트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올해는 '플레이 데이즈' 기간 동안 인근 행사장에서 쇼케이스 행사를 진행했다. 때문에, 적은 인원으로 많은 게임을 소개해야 하는 매체는 힘들었다.
해마다 늘어나는 다양한 유통, 그리고 '플레이 데이즈'와 같은 오프라인 행사까지 포함하면 초여름의 일련의 행사 개최 기간은 이제 E3 시대보다 더 길어졌다. 올해는 로스앤젤레스 체류 기간이 8일에 달하는 유례없이 긴 일정이었다.
각국에서 참가하는 동종업계 종사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E3에 한 번도 참가하지 않은 젊은 층도 몇 명 있어 놀랄 때가 많다. 반대로 오랜 지인들로부터는 여유롭게 취재할 수 있지만, "E3의 활기찬 분위기나 짜임새가 그립다"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업계의 요구로 볼 때, '서머 게임 페스트'는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데, 앞으로 어떤 행사로 변화해 나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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