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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보지 못한 비운의 작품, 개발 취소된 게임 프로젝트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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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GAMER, 오쿠타니 카이토 기자

라이프 시뮬레이션 '라이프 바이 유(Life by You)'가 개발 취소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리는 가운데, 최근 게임사의 구조조정은 일상다반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해고된 개발자가 있다는 것은 그들이 참여했던 '미공개 타이틀'의 개발이 중단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에는 그런 프로젝트들을 기억해 두기 위해 정리해 보고자 한다.

 

■ 대형 프로젝트가 취소되는 근본적인 원인

지난 6월 18일, 패러독스 인터랙티브가 연내 얼리 액세스 버전 출시를 예정하고 있던 라이프 시뮬레이션 '라이프 바이 유'의 개발 중단을 발표했다. '시티즈: 스카이라인'을 히트시키며, 일렉트로닉 아츠의 '심시티'로부터 도시 건설 시뮬레이션의 대명사 자리를 빼앗은 것처럼, '라이프 바이 유'도 '더 심즈' 대항마로 삼기 위해 개발을 지원해 왔다. 하지만, 패러독스 인터랙티브의 경영진은 고심 끝에 개발 중단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라이프 바이 유'는 캘리포니아 해안가를 연상시키는 산과 바다 사이에 위치한 광활한 지역에 도시를 개발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캐릭터들을 통해 스토리를 전개해 나가는 게임이다. 집과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캐릭터와 이벤트, 대화와 퀘스트, 그리고 게임 플레이까지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다양한 툴 세트를 제공하는 야심 찬 프로젝트다. 대화도 '더 심즈'와 같은 사전 설정이 아닌, 기분이나 상대와의 궁합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는 등 현대적인 특징도 있었다.

발표 당시 2021년 출시 예정이었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위해 확산된 원격근무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3년이나 늦어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몇 차례 연기 발표 후 예정된 2024년 3월 얼리 액세스 일정을 맞추지 못하자 패러독스 인터랙티브 내부에서 프로젝트 재검토가 이뤄졌다. 이후 재연기가 아닌 개발 자체를 중단하는 결정에 이르렀다고 한다.

또한 '라이프 바이 유'의 개발 취소 발표 직후 개발사인 패러독스 텍토닉(Paradox Tectonic)의 폐쇄도 발표됐다. 이에 대해 패러독스 텍토닉의 윌렘 델벤탈(Willem Delventhal) 게임 디자이너는 자신의 SNS를 통해 본사를 비판했다.

"개발 중단과 폐쇄 소식은 공식 발표를 통해 알게 됐다. 거의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었는데, 한동안 본사는 어떤 제안에도 응하지 않아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고 말했다.

패러독스 텍토닉을 이끌었던 로드 험블(Rod Humble)은 '더 심즈 2'와 '더 심즈 3'의 개발을 이끌었던 인물인 만큼, '라이프 바이 유'에 대한 기대가 컸던 유저도 많았을 것이다.
패러독스 텍토닉을 이끌었던 로드 험블(Rod Humble)은 '더 심즈 2'와 '더 심즈 3'의 개발을 이끌었던 인물인 만큼, '라이프 바이 유'에 대한 기대가 컸던 유저도 많았을 것이다.

최근 유럽과 미국 게임업계에 해고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 다양한 개발 툴과 미들웨어의 등장으로 게임 개발의 기술적 장벽은 계속 낮아지고 있지만, 개발비 자체는 치솟고 있으며, 이는 퍼블리셔를 압박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급격한 인건비 인플레이션이다. 현재 미국의 평균 기본급은 11만 6,189달러(약 1억 6천만 원)로 2000년 4,800달러(약 5천6백만 원)에서 3배 가까이 상승했다. AAA급 게임의 경우, 천명에서 2천 명의 개발자가 참여하고 예산은 '10억 달러(약 1조 3천억 원)에 달할 정도로 팽창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그 정도의 예산과 인력을 투입한다고 해서 히트작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앞으로는 '라이프 바이 유'의 개발 취소가 귀엽게 보일 정도로, 대형 프로젝트의 취소도 퍼블리셔의 리스크 헷지 차원에서 이루어지지 않을까.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정식 발표되기 전에 취소된 프로젝트 몇 가지를 되돌아보고자 한다. 참여했던 개발자들에게는 아쉬움이 클 테니, 적어도 우리의 기억 속에는 남겨두고 싶다.

일렉트로닉 아츠는 현재 '더 심즈' 시리즈의 최신작인 '프로젝트 르네(Project Rene)'을 개발 중이다. '라이프 바이 유'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게임 내 아이템을 직접 제작할 수 있다고 한다.
일렉트로닉 아츠는 현재 '더 심즈' 시리즈의 최신작인 '프로젝트 르네(Project Rene)'을 개발 중이다. '라이프 바이 유'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게임 내 아이템을 직접 제작할 수 있다고 한다.

 

■ 오디세이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마이크로소프트가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완료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24년 1월 25일, 조한나 패리스(Johanna Faries)가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5대 사장으로 취임하기 직전에 액티비전 블리자드, 제니맥스 미디어, 그리고 Xbox 부문의 2만 2천 명 중 8%에 해당하는 1,900여 명의 인력 감축이 이루어졌다.

'하이-파이 러시'로 호평받았던 탱고 게임웍스가 폐쇄된다는 사실에도 많은 유저들이 충격을 받았는데, 당시 구조조정으로 인해 취소된 것은 코드명 '오디세이(Odyssey)'로 알려진 MMO 프로젝트였다.

'오디세이'는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아 자세한 게임 내용은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현실 세계와 판타지 세계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복합형 게임 세계를 특징으로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6년 동안 개발이 진행됐지만, 게임 엔진 개발이 난항을 겪으면서 더 이상의 개발을 포기했다고 한다.

 

■ 헤일로 배틀 로얄(마이크로소프트 게임 스튜디오)

'오디세이'와 비슷한 시기에 개발 중단 위기에 처한 게임은 코드명 '타탄카(Tatanka)' 혹은 '헤일로 배틀 로얄'로 알려진 타이틀이다. 이름 그대로 '헤일로' 시리즈의 세계관 속에서 즐기는 배틀로얄 게임이다. '헤일로 인피니트'가 출시된 2021년 12월경부터 개발 소문이 돌았고, 유로게이머에서는 2년 동안 개발이 진행되어 왔다고 2022년 9월에 보도한 바 있다.

'헤일로 인피니트'가 업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면서 개발사인 343 인더스트리는 규모가 크게 축소됐다. 이와 함께 서튼 어피니티(Certain Affinity)에서 개발 중이던 '헤일로 배틀로얄'은 결국 개발이 중단됐다. 여파가 컸던지, 2024년 3월에 전체 직원의 약 10%에 해당하는 25명의 직원을 해고했다고 한다.

 

■ 디스코 엘리시움 신작 (ZA/UM)

영국과 에스토니아에 기반을 둔 ZA/UM의 '디스코 엘리시움(Disco Elysium)'은 독특한 아트 스타일과 스토리텔링을 중시한 독창적인 RPG로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속편으로 코드명 'X7'이라는 프로젝트를 개발 중이었다.

그러나, ZA/UM은 2024년 2월, 리드 작가였던 아르고 툴릭(Argo Tuulik)을 포함한 전체 구성원의 약 25%에 해당하는 24명을 해고함과 동시에 'X7'의 취소를 발표했다. 앞서 2022년 10월에는 로버트 크루비츠(Robert Kurvitz) 리드 디자이너와 알렉산더 로스토프(Aleksander Rostov) 총괄 작가도 퇴사하는 등 핵심 멤버 대부분이 떠난 상황이다.

'X7'의 제작 발표도 이뤄지지 않은 단계였지만, ZA/UM 내부는 이전부터 삐걱거렸다. 2024년 2월을 몇 달 앞두고 많은 멤버들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작품의 취소는 성공한 인디 스튜디오도 구조조정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 데이어스 엑스 신작 (아이도스 몬트리올)

급격한 확장이 역효과를 내며 자금난에 빠진 퍼블리셔 엠브레이서 그룹은 전 직원의 20%에 해당하는 97명이 해고되고, '데이어스 엑스(Deus Ex)' 시리즈 신작 개발이 취소된 것으로 밝혀졌다.

'데이어스 엑스'는 디스토피아화된 근미래 세계에서 유저가 생각한 다양한 방법으로 미션을 수행하는 1인칭 시점의 액션 RPG다. 2000년 1편부터 2016년 '데이어스 엑스: 맨카인드 디바이디드'에 이르기까지 많은 팬에게 높은 평가를 받은 시리즈다.

엠브레이서 그룹은 업계 최초로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2022년 5월 스퀘어 에닉스 홀딩스로부터 아이도스 몬트리올을 인수하는 형태로 '데이어스 엑스' IP를 인수한 후 속편을 발표하지 않은 채 개발을 중단한 바 있다. 현재 아이도스 몬트리올은 Xbox 게임 스튜디오 산하 플레이그라운드 게임즈가 개발 중인 '페이블(Fable)'의 개발 보조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트위스티드 메탈 신작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4년 2월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가 단행한 900명 규모의 구조조정에서 가장 많은 희생을 치른 곳은 영국 리버풀에 본사를 둔 파이어스프라이트(Firesprite)로 알려졌다.

PSVR2용 '호라이즌 콜 오브 더 마운틴(Horizon Call of the Mountain)'으로 잘 알려진 파이어스프라이트는 이번 구조조정과 함께 취소된 미공개 작품이 10여 년 만에 부활하는 '트위스티드 메탈(Twisted Metal)' 신작이었다.

이른바 디스트럭션 더비를 핵심으로 한 자동차 액션 게임이다. 미국에서의 초대 플레이스테이션 런칭 타이틀로 1995년 11월에 발매됐다. 이후 플레이스테이션 3까지 시리즈를 이어왔는데, 시리즈에 등장하는 불타는 머리 광대의 아트를 기억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신작은 2023년 여름에 공개된 드라마 시리즈가 어느 정도 평가를 받으면서 시작될 것으로 보였으나, 개발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슬라이 쿠퍼'나 '잭 앤 덱스터'와 마찬가지로 초기 플레이스테이션을 장식했던 캐릭터들은 빛을 볼 기회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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