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e스포츠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전 세계적으로 e스포츠 시장이 커지면서 한국에서 현장 경험으로 글로벌 e스포츠 게임사로 도전 중인 사람이 많아졌다.
최근 국내 이스포츠 산업의 최전선에서 일을 하다가, 무작정 유럽으로 떠나 한국인 최초로 Esports Insider(ESI)에서 업무를 맡고 있는 최지혁 매니저를 지난 21일, 온라인으로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Q.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최지혁 매니저: 안녕하세요, 저는 영국의 이스포츠 미디어 및 컨퍼런스 회사인 Esports Insider(ESI)에서 커머셜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최지혁입니다. 지난 2024년 5월에 입사해서 근무 중 입니다.
이전에는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의 이스포츠 전략팀에서 첫 경력을 시작했다. 또한, 젠지 글로벌 아카데미의 사업개발 매니저로서 이스포츠 교육과 관광 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ESR 개떡과 찰떡'이라는 이스포츠 산업 및 커리어 정보 공유 디스코드 서버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Q. Esports Insider에서 하시는 일과 어떻게 인연이 맺어졌는지 궁금합니다.
최지혁 매니저: 먼저, Esports Insider는 이스포츠 미디어와 컨퍼런스를 운영하는 회사입니다. 특히 세계 최대 규모의 이스포츠 컨퍼런스를 매 분기마다 세계 각지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에는 ESI London 행사를 했고, 9월에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ESI Lisbon 행사를 역대 최대 규모로 기획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 곳에서 하는 일은 저희와 함께 이스포츠 네트워크를 넓힐 파트너를 찾고, 파트너들이 성공적으로 기회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스포츠 관계자들을 만나러 돌아다닐 때, 시간 내주신 100명 중에 한 분이 지금 일하는 Esports Insider의 공동 창립자인 샘쿡(Sam Cooke)님이시고, 기회를 얻어 직속 상사로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샘 쿡님을 만났을 때 제가 3년 동안 스크랩하고, 번역한 ESI 기사들을 보여드리며 어필하기도 했습니다. Esports Insider는 세계의 이스포츠 소식이 가장 빨리 모이는 곳이니 한국 미디어에서 접할 수 없는 정보도 많았고, 또 제 관심 분야이니 조금이라도 수월한 영어 공부이기도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ESI의 컨퍼런스도 알게 되었고, ESI London에 직접 가보니 500여명의 이스포츠 관계자나 이스포츠에 기회를 찾는 기업 관계자들이 모여 12시간 내내 네트워킹 파티를 즐겼습니다. 저도 누구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가 전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종일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이런 좋은 기회들을 언젠가 한국에서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꿈을 하나 가지게 되었습니다.
Q. 최지혁 매니저의 적극적인 모습에 좋은 인상을 받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이스포츠 산업에서 열정적으로 일하고 계시는데, 이스포츠 산업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나 꿈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저의 꿈은 이스포츠 팀 구단주 입니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에 일할 때 지역 연고 팀들을 후원하는 GC 부산이라는 프로젝트를 잠시 근무 했습니다. 그 때 이스포츠 팀의 대표나 감독님들이 오셔서 우리 팀이 얼마나 좋은 팀이고, 매력적인 선수들이 있는지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팬들에게 얼마나 사랑을 많이 받는지, 소개하시는 것을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딱 그것이 제가 이스포츠에서 하고 싶은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시에는 10년 뒤에 하고 싶다고 생각을 했는데, 여러 좋은 기회를 얻었으니 5년으로 줄여서 빠르게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팬들의 애정으로 선수들이 즐겁게 게임할 수 있는 이스포츠 팀”을 제 손으로 꾸리고 그게 얼마나 잘 될 수 있는지를 직접 증명해보고 싶습니다.
Q. 한국에서 유명한 이스포츠 기업인 젠지에서 근무를 했습니다. 갑자기 유럽으로 떠난 이유가 궁금하네요.
최지혁 매니저: 이스포츠 산업에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런면에서 제가 일했던 젠지를 포함해서 많은 구단들이 각자의 방향성을 찾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저는 해외 시장에서의 큰 가능성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었고, 또 최근 이스포츠에 큰 관심을 가진 중동 등 여러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글로벌 경험이 꼭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2024년 3월에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들고, 무작정 영국으로 갔습니다. 두 달 간 영국, 스페인, 폴란드의 19개 도시를 다니며, 약 100여명의 이스포츠 업계 관계자들을 만났습니다.
젠지를 퇴사한 이후로 약 300명의 업계 관계자 분들께 제가 한국에서의 이스포츠 소식을 전하고, 또 현지의 이스포츠 소식과 고민들을 듣는 미팅을 요청했습니다. 시간을 내주신 분들을 뵙기 위해 전부 찾아다녔습니다. 다른 여행 일정을 계획한 것은 전혀 없고, 그저 이스포츠에 관련된 사람을 만나기 위해 돌아다녔습니다.
처음에는 무작정 미팅을 하고, 한국 이스포츠에 대해 소개하겠다고 했는데 나중에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제가 가진 인사이트나 아이디어를 하나씩 제안하며 대화를 마무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제게 시간을 내주신 것 자체가 감사할 일이고, 제가 당장 드릴 수 있는 선물이 그런 아이템들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나중에 그런 아이디어들이 제가 일할 기회가 될 수도 있고, 또 장기적으로 이스포츠의 가능성을 키우는 시도가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Q. 무작정 유럽으로 떠났습니다. 유럽에서 생활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최지혁 매니저: 한국에서는 이스포츠에 대한 관심에 비해 기회가 너무 적다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이스포츠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질 수 있는 누구나 꿈꾸는 산업이지만, 제가 신입으로 취업 준비를 하던 시절에는 1년에 지원할 수 있는 공고가 스무 곳정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꼭 이스포츠를 계속 하고 싶으니 언젠가는 해외에서 도전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한, 산업의 구조나 트렌드가 워낙 빠르게 바뀌니 계속 적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 이스포츠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데 어려운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운 좋게 유럽에서 빠르게 일자리를 얻고, 또 네트워크도 쌓았습니다. 하지만 언어 실력이 완벽하지 않은 점에서 아쉬움을 자주 느끼고 있습니다. 계속 공부하고 겁 없이 현지 분들께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도 제 한국에서의 이스포츠 경험을 존중하고, 관심 가져주셔서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열심히 적응했습니다. 그래서 혹시나 한국이든, 해외에서건 저처럼 이스포츠로 도전하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얼마든지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Q. 한국과 유럽에서 모두 이스포츠 산업에서 일했습니다. 한국 이스포츠 시장과 해외 이스포츠 산업의 가장 큰 차이점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
최지혁 매니저: 영국 이스포츠의 특징은 스포츠 클럽에서의 이스포츠와 대학 이스포츠라고 느꼈습니다. 축구 뿐 아니라 영국에서 인기 있는 많은 스포츠 분야에서 이스포츠 담당 직원을 적지 않게 두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Formula 1'의 경우 레이싱 프랜차이즈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반드시 시뮬레이션 레이싱 이스포츠 팀을 운영해야 합니다. 그걸 위해 단장, 사업 매니저, 레이싱 코치, 시뮬레이터 엔지니어, 데이터 분석가, 마케터 등을 고용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대학은 이스포츠 대학리그 운영사만 2개가 있고, 학생들의 대회 참여도 굉장히 활발합니다. 이스포츠 전공이 있는 대학이 약 20개나 있고, 대학은 이스포츠 내에서 사업, 방송, 데이터분석 등 각자의 전문분야로 과정을 세분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방송 관련된 학교들 중에서는 굉장히 수준 높은 시설과 교육을 제공하는 곳들이 있었습니다.
한 곳은 캠퍼스 내에 300석 규모의 이스포츠 경기장을 가지고 있는 학교가 있습니다. 게임 관련 시설들은 물론이고 팬 이벤트 베뉴, XR 프로듀싱 스튜디오, 주방 및 레스토랑, 심지어 샤워실까지도 갖춘 곳을 봤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스포츠를 전공하거나 좋아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도 많이 들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대학 이스포츠 팀에 한국 코치님을 소개하고, 그 통역으로 활동을 했었는데, 언어 교환을 하는 것처럼 한국 코치님들의 이스포츠 지식과 영국 학생들의 영어 실력을 서로 나눌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로 시작했습니다.
한국 코치님들이 굉장히 많은 관심을 보여주셨고, 또 해외 팀으로도 알아보니 스웨덴, 노르웨이, 폴란드, 중동 국가 등 다양한 지역의 세미프로 지역에서 관심을 보였습니다. 스웨덴 LoL 리그는 7부리그까지 운영되고 있습니다. 경쟁 수준이 높지는 않아도 대회에 참여하는 문화가 굉장히 활발하다고 느꼈습니다.
Q. 최지혁매니저가 걷고 계신 길은 되게 특별한 것 같습니다. 이스포츠 진로를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이스포츠에서 일하고 싶은 모든 분들은 고민이 많으실 거고, 기회가 적은 신사업이기에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취업 준비를 할 때 직무를 결정하라고 하는데, 이스포츠 커리어를 상담해보니 저는 그게 제일 어려운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저는 젠지에서 LoL 코칭 프로그램 운영을 할 때, 저는 제 직업은 사람들이 LoL을 재밌게 하는 방법을 찾아주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세상에 그런 직업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스포츠 분야에 취업하시는 분들은 먼저 왜 이스포츠 분야가 좋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서 출발하시면 좋겠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것이 이스포츠라면, 각자가 좋아하는 것이 결국 이스포츠에서 본인의 가장 큰 강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너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A. 많은 고민을 하면서 영국까지 왔는데, 돌아보면 이스포츠와 글로벌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 외에는 계획할 수가 없었던 여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앞으로를 계획하기보다 여전히 제 스스로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스포츠를 함께 만들어가는 분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니, 많이 찾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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