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공개한 '뱀서라이크' 부류로서 범상치 않은 게임성을 자랑한 '트리니티 서바이버즈'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트리니티 서바이버즈'를 개발한 플라이웨이게임즈는 크래프톤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모험적인 게임들을 개발 중이다.
모험적인 게임은 비주류로 불리기도 하지만, 상업적인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게임보다는 개발자들이 만들고 싶은 게임으로 정의 내릴 수 있겠다. 플라이웨이게임즈 외에도 최근 '민간군사기업 매니저'를 선보인 5민랩과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의 렐루게임즈 등 크래프톤은 다양한 게임 스튜디오를 통해 도전정신을 앞세운 참신한 아이디어의 신작들을 선보이고 있다.
플라이웨이 게임즈는 최근 신작 2종을 선보였다. 덱 빌딩 로그라이트 실시간 턴제 전략 카드 게임 '커맨더 퀘스트'와 핵앤슬래시 액션 로그라이트 '커스베인'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커스베인'은 핵앤슬래시를 기반으로 하는 전투와 함께 딥러닝 기반의 내러티브 엔진을 이용한 절차적 월드 생성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유저 스스로 경로를 선택하여 예상치 못한 전개에서 오는 재미를 강조했으며, 픽셀아트로 구현된 섬세한 비주얼로 친근함을 더했다.
■ 픽셀로 빚어낸 미려한 액션 쾌감
많은 인디 게임들에서 차용하고 있는 픽셀아트의 비주얼은 사실 흔하디흔하다. 때문에 '커스베인'은 비주얼이 장점으로 부각되기가 힘들다. 도트의 점 하나를 덜 찍냐, 더 찍느냐에 따른 섬세한 퀄리티의 차이는 있겠지만, '커스베인'은 다수의 인디 게임에서 추구하는 정교한 픽셀아트 비주얼을 자랑한다.
특히, 역동적인 액션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효과를 픽셀아트로 무난히 구현했다. 덕분에 3D 그래픽이라면 다소 잔혹하게 보일 수 있는 액션도 픽셀로 한 차례 필터링 되는 느낌이다. 선혈이 낭자하거나, 널브러진 시체를 봐도 하드코어적인 비주얼과는 느낌이 다르다.
다양한 액션을 뒷받침해 주는 여러 기술은 몬스터를 공략할 방법 또한 다양함을 의미한다. 일반 공격, 차지 공격(발도술), 돌진 베기, 자신의 주변에 충격파를 생성하는 주언, 각성, 회피 용도의 대시 등 너무 많으면 번잡해질 수 있기에, 적당한 숫자의 공격 방식을 지원한다. 게다가 각자의 역할이 뚜렷해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대처가 가능하다.
기본 공격 무기인 카타나는 원소의 힘을 담아 더 강력한 데미지를 줄 수 있다. 원소의 정수를 통해 무작위로 제시되는 세 가지 기능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일반 공격에 얼음 속성을 더하면 적을 동상에 걸리게 하고, 주언에 불 속성을 더하면 화염지대를 만들어 적에게 화상을 입히는 등 전투를 더 유리하게 만들어주도록 다양한 원소의 도움을 받게 된다.
지원하는 원소는 불, 얼음, 번개, 바람 등 4가지 원소다. 원소의 일반 공격이나 주언과 같이 어디에 붙느냐에 따라 성능이 조금씩 다르게 구성한 점도 돋보인다. 반면, 원소의 숫자가 그렇게 많지 않기에 향후 게임을 유리하게 풀어갈 수 있는 빌드가 고정될 수도 있어 다양화 측면에서 약간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원소에 따른 비주얼적인 효과가 육안으로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 부분도 일부 존재한다.
■ 스스로 맵을 개척해 나가는 방식
'커스베인'은 스테이지형 방식이 아닌 상황에 따라 주어지는 선택지를 통해 자신의 길을 스스로 개척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적의 마을을 섬멸하고, 다음 진행 루트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데 어려운 경로는 해골 마크를 통해 직관적으로 알려준다. 물론, 어려운 경로를 선택하면 더 많은 재화를 제공하며, 이는 게임 내에 난이도 설정이 없는 이유와도 연결된다.
즉, 해골 마크는 현재 난이도를 기준으로 하드, 일반 경로는 노말이나 이지 경로로 이해하면 된다. 체력에 여유가 있고, 회복 포션도 충분하다면 어려운 길에 도전할 만한 용기가 생긴다. 반면 딸피에 포션도 없다. 그러면, 뒤돌아볼 것 없이 기본 경로로 진행하도록 배려했다. 즉, 선택에 따라 스스로 맵을 개방해 나가는 방식으로서, 책임도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필드에는 몬스터만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함정이 구비되어 있으며, 특정 오브젝트는 상호작용을 하거나, 부숴서 체력 회복 및 골드를 회수할 수 있다. 꽤 넓은 필드를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캐릭터에게 적당한 이동 속도가 부여됐고, 달리기를 통해 먼 거리를 빠르게 달릴 수도 있다. 이때는 마치 무협에서 경공을 쓰듯 기본 이동 속도의 2배 정도로 움직일 수 있다.
또한, 필드에서는 상인을 만나 회복 포션을 구매하거나 소유하지 않은 원소의 능력을 무작위로 얻는 원소의 주사위 등 유용한 아이템을 골드로 구매할 수 있다.
■ 로그라이트 요소로 반복 플레이를 도모
사망하면 주인공은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전투 중 획득한 재화를 가지고, 기본 능력치를 영구적으로 업데이트하는 로그라이트 시스템도 갖췄다. 업그레이드 요소는 생각보다 많아서 모험을 떠나 노력한 만큼의 결과물을 챙기고 돌아오면, 계속 성장하는 방식으로 반복 플레이를 유도했다. 중요한 재화는 운명의 실이다. 필드에서 맵을 하나씩 개방해 나가면서 획득하며, 다양한 업그레이드 재료로 사용된다.
업그레이드 요소는 다양하다. 저주의 균열에서는 최대 체력, 사망 1회 무효, 각성 유지시간, 차지 공격 등을 올릴 수 있다. 유물 수납장은 시작에 앞서 장착할 유물을 선택하는 장소다. 최대 체력을 추가하거나 시작과 함께 원소의 정수를 사용하기, 추가 포션을 갖고 시작하는 등 전장에 돌입할 때에 보다 원활한 플레이를 도와주는 요소다.
아울러, 기본 무기인 카타나는 바꿀 수 없지만 무거운 검신으로 바꿔 기본 공격이 느린 대신 강한 일격을 넣을 수 있다. 반대로 가벼운 검신으로 바꿔 기본 공격을 속검 형태로 바꿀 수 있는데 검신을 구매할 때도 운명의 실이 필요하다.
아쉬운 것은 제한적인 무기 종류로서, 검 계열의 무기 외에 원거리 무기를 비롯한 다양한 무기를 지원했다면 액션의 폭이 한층 더 넓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 어렵지만, 계속 도전하게 만드는 매력
픽셀아트의 비주얼에 핵앤슬래시와 로그라이트 요소를 더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어렵겠다는 느낌이 강하게 풍겼다. 실제로도 게임의 난이도는 낮은 편이 아니지만, 로그라이트 요소 덕분에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은 아니다.
어려워서 두 손 들게 만드는 게임이 있는가 하면, 계속 도전하게 만드는 게임이 있다. '커스베인'은 후자에 가깝다. 적절한 밸런스와 게임 내에서 선택을 통해 난이도를 결정할 수 있는 구조. 세밀하게 설계된 로그라이트 요소 덕분에 사망 후에 점점 강해지는 등 전체적인 게임 디자인이 탄탄한 편이라 계속 도전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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