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으로 서비스 중인 리니지 삼 형제 중에서 가장 늦게 출시한 '리니지 W'는 특출난 비주얼로 출시와 함께 유저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리니지M'은 원작의 느낌을 강조하는 데 집중했고, '리니지2'는 당시 최신 기술이 접목된 3D MMORPG에 무게를 두었다. 반면, '리니지W'는 기존 시리즈에서는 볼 수 없던 화풍의 일러스트와 그래픽으로 비주얼에서부터 예사롭지 않은 느낌을 전해줬다.
어느덧 출시 3년 차를 맞이한 '리니지W'가 세계관과 비주얼을 한데 모아 놓은 아트북을 오는 11월 출간한다. 미공개 원화를 비롯해 게임에 담지 못한 다양한 설정과 인물의 스토리로 꽉 채웠다고 한다.
아트북은 어느 정도의 서비스 기간을 가지고 축적된 다양한 자료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또한, 내놓으면 팔릴 정도로 고정 팬층도 탄탄해야 한다. 이런 여러 요소를 갖춘 '리니지W'의 아트북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리니지W' 캠프의 최용철 AD(아트 디렉터)에게 아트북의 기획 의도와 '리니지W'만의 아트를 만들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 아트북 제작은 "노력과 결실을 대중과 유저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
아직 출간하지 않은 아트북의 일부 공개된 세부 디자인 설정을 보면 고서 느낌의 프레임과 서체, 캐릭터 페이지 등 인게임의 세세한 부분을 아트북에 그대로 옮겨온 느낌이다. 최용철 AD는 "세계관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그동안 거쳐왔던 노력과 결실을 대중과 유저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아트북을 준비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리니지W' 기획 당시 '리니지', '클래식', '내러티브'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아트를 만들었다고 한다. 리니지는 PC 온라인 시절부터 시작한 게임의 아이덴티티를 말한다. 여기에 '리니지W'만의 리얼함을 살리고자 여러 자료 수집과 고증 절차를 거쳤다. 특히, 유럽 중세의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살리는 데 주력했다.
캐릭터 디자인은 먼저 각 클래스의 비주얼에 어울리는 참고 자료를 수집했다.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비주얼 구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을 여러 번 진행하면서 내러티브 요소를 더했다. 클래스마다 처음 플레이 시 볼 수 있는 내러티브 영상은 아트에서 먼저 제안한 아이디어다.
예컨대 클래스에 일종의 이야기를 부여해 이것을 아트워크로 풀어내는 것이다. 최용철 AD는 "이런 요소가 유저들의 몰입도를 크게 높여주기에 먼저 내러티브를 만들어 이를 바탕으로 캐릭터의 비주얼을 더욱 구체화했다"고 전했다. 클래스에 대한 비주얼을 먼저 만드는 것과는 정반대의 방법이지만, 덕분에 뻔한 클래스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갖게 됐다.
예컨대 요정은 스피리드의 속삭임에 넘어가 가족과 동료를 살해하는 과오를 범한다. 이런 무거운 내러티브는 우리가 기존에 익히 알고 있던 밝은 이미지의 요정과 상충한다. 그 결과 설정에 맞도록 깊은 슬픔을 지닌 '리니지W'만의 요정이 탄생했다.
완성된 '리니지W'의 요정은 슬라브족과 동양인의 얼굴을 섞은 형태다. 내러티브에 적합하고 개성 있는 매력을 표현하기 위해 일반적인 '미형의 캐릭터' 기준과 다르게 접근했다. 최용철 AD는 "런칭 당시 유저들 사이에서 외형에 대한 호불호가 있어 디렉터로서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1주년 업데이트의 시그니처 클래스 '수라'는 아트팀의 제안과 아이디어가 적극적으로 반영됐다. 숙적에게 처참하게 쓰러져 죽어가는 아버지의 품 안에서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수라의 안타까운 처지.
인트로 영상에서 수라가 전장에 들고 나가는 태도는 바로 아버지를 살해한 숙적의 무기로서, 내러티브를 통해 수라가 왜 태도를 들고 전장에 나서는지 이유를 설명해 줬다.
캐릭터 외에 다양한 몬스터는 적절한 수위를 조절해 심한 혐오감이나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조심했다고 한다. 좀비, 스켈레톤, 버그베어 등 마물이 가지는 분위기가 밝고 따듯한 이미지와는 상반되기에 전반적으로 낮은 채도와 어둡고 무거우면서도 진지한 분위기를 가져가고자 했다.
배경도 마찬가지다. '리니지W'는 원작의 150년 후를 그리고 있어 당시 평화로웠던 하이네는 '리니지W'에서 거대 해일로 인해 폐허로 변했다. 최용철 AD는 "새로운 클래스나 영지가 추가될 때는 기획 단계부터 내러티브, 아트 등의 회의를 거쳐 조율한다"며, "영지는 구역마다 특징에 맞는 양식을 차용했다"고 전했다.
하이네 또한 블루와 화이트 중심의 지중해 그리스 양식 느낌을 넣고, 오렌 지역은 북부 슬라브 계열의 카자크족 중심으로 구성했다. 용을 잡는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인 은기사 마을은 용 전리품, 바실리스크 통구이를 하는 모습 등으로 마을의 특징을 부각했다.
방대한 스케일의 기란에도 곳곳에 내러티브가 숨어있다. 기란 항구에서 고래를 해체하거나 경매하는 주민들의 모습, 축제가 펼쳐지는 광장과 마을 입구에서 음악을 연주하고 구경하는 사람들, 투견장과 체스장도 볼 수 있다.
최용철 AD는 "사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공간이지만, 이런 세세한 부분에도 내러티브가 살아 있는 공간이 많으니 플레이할 때 이런 부분도 관심 갖고 봐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 아트 디렉터가 말하는 '리니지W'의 아트란
'리니지W'는 서비스 3년을 이어오면서 다른 서양 중세 판타지 게임이 가진 일반적인 아트 느낌을 지양했다. 서양 중세의 모습을 참고하되 고증을 통해 실제와 유사하고 개연성 있게 구현했다. 즉, '리니지W'는 시류나 유행을 따르지 않고 뚝심 있게 일관된 콘셉트를 유지해 왔다.
최용철 AD는 내러티브를 강조하면서도 멋진 아트를 만들기 위해 '개성'을 부여했다. 쿼터뷰라 시점이 가지는 제약이 심했고, 다른 3D 게임보다 퀄리티가 비약적으로 좋지 못하기에 오히려 다른 부분에 공을 들였다.
예컨대 공중에 있는 어셋들을 일부러 바닥에 놓거나 원경을 표현하기 위해 깊이감이나 디테일로 해결하는 식이다. 또한, 안타라스의 거대한 크기를 강조하기 위해 협곡 끝에 배치하기도 했다.
'리니지W'는 오리지널 영지 하이네를 끝으로 이제 새로운 영지와 이야기를 준비 중이다. 최용철 AD는 "'리니지W' 톤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이전과는 다른 비주얼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며, "방향성을 잃지 않고, '리니지W'만의 비주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테니 지금처럼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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