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레전드 축구 선수들이 한국에 모여 화제가 된 아이콘 매치가 막을 내렸다. 이 행사는 전설적인 은퇴 축구 선수들이 한국에서 공격수 팀과 수비수 팀으로 나뉘어 미니 게임과 실제 경기를 하는 이색적인 축구 행사로 진행됐다.
선수들은 이미 한국을 떠났고, 행사가 끝난 지 10일이 넘었지만 온라인 상에서는 여전히 후속 콘텐츠가 나오면서 그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이 행사에 중심에 있고 항상 전면에 등장했던 넥슨코리아의 박정무 FC그룹장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행사가 끝났음에도 여전히 분주한 박 그룹장을 만나 행사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 아이콘 매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는데, 소감은?
예매 사이트가 오픈 될 때부터 예매가 빠르게 완료됐는데, 그때부터 벅차 올랐다. 많은 분들이 예매로 기대감을 표현해 주셨다. 그 이후 남은 건 경기 뿐이었는데, 경기도 많은 분들이 너무 재밌게 봐주셨다. 선수들에게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저 아이콘 매치를 기대해 주신 많은 분들께 그저 감사하다는 마음밖에 없는 것 같다.
Q : 이번 행사에 넥슨의 임직원과 가족들도 굉장히 많이 온 걸로 알고 있다. 내부에서 많은 자부심에 대한 부분이나 좋은 피드백도 있었을 듯한데?
아이콘 매치가 끝난 다음 여러가지 일정을 소화하느라 사실 아직 피드백을 직접적으로 듣지 못했다. 전해듣기로는 큰 회사의 구성원으로서 애사심이 생긴다는 반응이 있었다. 또 이 행사가 본인 입장에서는 마음 속에서 무언가가 차오르고, 어깨가 올라간다는 그런 느낌의 이야기가 많았다고 한다.
Q : 행사 전후로 ‘FC온라인’의 지표에서 변화가 생긴 부분이 있을까?
지표의 변화는 있었다. 하지만 나는 게임만 바라보기보다, 내적인 특성을 좀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이 기준은 몇 년 전부터 계속 운영의 기조였다. 게임을 하는 사람들만 게임 유저냐라고 하면, 사실 그건 아닌 것 같다. ‘FC온라인’이나 ‘FC모바일’과 관련된 여러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도 유저라고 생각한다. 게임에 접속하지 않아도 해외 축구를 새벽에 보는 사람도 게임 유저라고 볼 수 있다.
이 개념으로 보면 유저들은 굉장히 많고, 게임만이 아니라 축구와 관련 인플루언서, 그리고 나를 욕하는 분들도 나는 ‘FC온라인’의 유저라고 생각하기에, 이런 부분에서는 굉장히 큰 성과를 이뤘다고 생각한다.
Q : 아이콘 매치가 끝난 후 현수막으로 ‘다음번에 누구랑 같이 올까요?’라는 암시를 했다. 이번 행사를 하면서 ‘이런 걸 하면 다음에 더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을 한 게 있나?
우리가 준비하는 과정이 만 5개월을 조금 넘었다. 그 기간에 모든 선수들을 다 섭외하고 퍼포먼스도 만들고 콘텐츠 일정까지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사실 경기 진행이 된 것만으로도 우리는 굉장히 큰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끝나고 나니 약간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다.
먼저 선수를 좋아하는 팬들은 분명히 있는데, 이 선수를 좋아하는 팬은 물론 특정 클럽팀의 팬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참여 선수 중 리버풀의 레전드 선수는 한 명 뿐이었다. 그 부분이 좀 비어있게 느껴지지 않았나 싶다. 클럽 팬들도 있지만 우리는 선수에 더 집중했었다. 그러다 보니 클럽에 좀 더 집중하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준비 과정이 워낙 짧았고 우리도 이런 걸 처음 하다 보니 얼마나 큰 반응을 보일까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다. 만약 자신감이 있었다면 더 대대적이고 콘셉트를 더 재미있게 하고 그런 콘텐츠를 만들고, 사전에 만들 수 있는 대결 구도들을 다양하게 구축했을 것 같다. 끝나고 보니 그런 것들이 약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Q : 하지만 디테일한 부분에서 많이 신경썼다는 부분이 느껴졌다. 임민혁 선수가 포함된 부분이나 올타임로우와 트랜스픽션의 초청 공연을 보면 정말 축구 팬들을 위한 마음으로 많이 신경썼다는게 느껴졌다. 그 외에 신경썼다고 어필할 부분이 있을까?
선수들이 입국하자마자 많은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오자마자 워크아웃 영상을 바로 촬영하고 제작해야 했고, 휴식도 취하고 나폴리맛피아 출연이나 한옥마을 등 이런 일정을 다 소화해야 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동선을 최적화시켰다. 그래서 대기가 거의 없이 오자마자 촬영과 원하는 콘텐츠의 촬영은 최대한 짧게 하고 휴식 시간은 최대한 많아 드리려 했다. 이 부분을 엄청 신경써서 팬이나 경기 시청자들은 아마 모를 것이다. 스태프들이 이거에 정말 엄청난 심혈을 기울였다. 그래서 모든 선수의 동선을 따고 우리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계획했다.
영리를 추구하는 회사다 보니 예산 상의 문제는 당연히 있지만, 이번 아이콘 매치를 준비하며 확실한 기조는 있었다. 예를 들어 내가 2천원짜리 음식을 파는데 이거보다 조금 떨어지는 걸 1,800원에 판다. 200원을 아끼려고 한 등급 낮은 걸 선택하는 건 나는 1,800원을 버리는 거라고 생각한다. 최고의 퀄리티를 위해 2천원짜리를 소비하는 게 오히려 2천원 이상의 효과가 있고 그 이상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음에 뭔가를 하더라도 우리의 기준은 다를 것이다.
Q : 이번 아이콘 매치를 통해 넥슨이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넥슨이 게임을 잘 만드는데, 이제는 게임을 잘 만드는 크고 작은 회사가 많아졌다. 하지만 같은 게임이라도 얼마나 잘 서비스하느냐가 좀 다른 영역이라고 본다. 유저나 산업 환경의 변화하면서 넥슨도 변화하고 있고, 이런 부분을 보여준 게 아닌가 생각한다. 고전적 의미에서 보면 “아이콘 매치를 뭐하러 하냐, 그냥 게임이나 잘 만들 것이지. 개발자 많이 뽑아서 잘 서비스하는 게 너희의 최선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서비스를 하는 입장에서는 아이콘 매치는 넥슨이 유저들에게 제공하는 좋은 게임 서비스 외에 또 하나의 서비스라는 측면으로 인지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Q : 그룹장으로서 대외 활동에서 마이크를 잡고 방송에도 나오면서 활발한 소통을 하고 있는데, 부담감이 많지 않았나?
내 성격은 MBTI에서 I다. 나가서 말하는 걸 진짜 싫어한다. 하지만 내가 그 역할을 안 하면 내가 왜 그룹장 자리에 있냐라는 생각이 든다. 욕을 먹더라도 내가 먹어야 한다. 칭찬을 받는 건 우리 모두가 받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부담감보다는 내 업무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다.
Q : 아이콘 매치로 국내는 물론 해외 축구 팬들에게 큰 화제가 됐다. 그런 측면에서 개발사인 EA의 피드백과 파트너십 확대 등 향후 협의되는 게 있을까?
이번에 EA에서 많은 관계자들이 방문해 경기를 보고 큰 만족감을 보여줬다. 한국이 이렇게 축구에 진심인 나라였냐는 피드백까지 있었다. 그러다 보니 상호 관계에서는 긍정적 요소밖에 없다. 하지만 해외 반응은 전혀 생각치 못했다. 촉박했던 만큼 성사 여부의 고민만 있었고 해외로 눈을 돌릴 여유가 없었다. 그런 부분들은 차츰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Q : 아이콘 매치가 성공적으로 끝나면서 외부의 기대치가 엄청나게 올라갔다. 다음 행사도 굉장히 부담이 될텐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다면?
이제 막 끝난 터라 무언가를 결정할 상황은 아니다. 많은 기대감에 대한 만족을 드려야 겠다는 생각만 있고, 구체적으로 이게 아이콘 매치가 될지 뭐가 될지는 전혀 모르는 상황이다. 계획조차 수립되지 않은 상황인데, 기조를 이야기한다면 오프라인 행사에 있어 퀄리티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퀄리티에 비용과 직결되는 부분들이 많은데, 정말 고생하면서 현장에 왔는데 퀄리티가 떨어지는 무언가를 보여준다는 건 큰 결례라고 생각하는 만큼 오프라인 행사에서는 최고의 서비스를 보여드려야 한다고 본다. 한국을 시끄럽게 할 무언가보다는 기본에 대한 부분에 항상 집중하고 있고, 그걸 잘 하는 게 내 역할이라 생각한다.
Q : 아이콘 매치의 예산은 어느 정도 됐나? 그리고 에피소드가 있다면?
선수 섭외비만 100억 원이 안 되는 금액을 썼는데, 100억 원이 어떤 한계나 기준점은 아니었다. 경기의 퀄리티를 위해서라면 비용을 많이 써야겠다는 건 있었다. 그리고 선수들만 와서 경기만 하고 가는 건 아니다. 경기장 대관과 행사 자체 진행에 필요한 인력들과 숙소 등 모든 것을 포함하면 100억 원을 넘는다.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사용된 것이다.
에피소드는 퍼디난드 선수가 경기 전 연습 때 햄스트링 부상을 입어 5분만 뛰어야 했지만 응급치료를 받고 20분동안 뛰어서 감동했다. 비디치 선수도 연습하다 발목을 다쳤는데, 오래 뛰었다. 그리고 박주호 선수를 통해 전해 들었는데, 본인을 포함해 모든 선수가 경기에서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룹장님. 저 부상 때문에 너무 아픈데 행복하다”고 했고, 볼을 끌다가 푸욜 선수에게 자리 지키라고 혼났다며 열정에 놀랐다고 했다.
입국 당시에도 드로그바나 퍼디난드 선수는 팬 서비스가 굉장히 좋았는데, 푸욜 선수는 입국 당시에만 환한 얼굴이었고 그 다음은 표정이 안좋았다. 그래서 우리가 뭘 잘못했나 걱정했는데, 경기에서 이기니 환한 얼굴로 날 맞이해주더라. 그래서 역시 세계적 선수는 다르다고 느꼈다.
Q : 박지성 선수의 페널티킥 골로 마무리가 됐다. 그거에 만족감을 느꼈나?
그건 만족이라 표현할 수 없다. 약간 신이 도와준 게 아닐까 싶었다. 어떤 분들은 조작 아니냐고 하는데, 전혀 아니다. 그런 기회가 생겼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신기하고, 박지성 선수가 뛰기 위해 근육 운동을 2주 전부터 했는데 그 결실을 만들었다는 것에 감명 깊었고, 가슴을 울렸다.
Q : 경기에 추가 시간이 없었다는 부분이 아쉬웠다. 계약 때문인가 아니면 부상이나 체력 때문인가?
경기가 중단이 거의 없이 원활하게 진행된 만큼 추가 시간이 있어도 굉장히 짧았을 것이다. 계약에 의한 건 아니다. 만약 계약이 있고 추가 비용이 필요했다면, 더 쓰는 한이 있어도 추가 시간을 했을 것이다. 다들 힘든 것도 있었고 예상과 달리 실드 유나이티드가 압도적으로 리드한 것이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싶다.
Q : 아이콘 매치의 MVP를 꼽는다면?
피를로 선수와 푸욜 선수다. 내가 ‘FC온라인’ 공식 경기를 많이 했는데, 피를로 선수를 스쿼드에 한 번도 넣어본 적이 없다. 내가 느끼기엔 패스 마스터지만 여러가지로 애매한 포지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를 보고 바로 다음 날 구매했다. 피를로 선수가 왜 그렇게 추앙받고 엄청난 레전드 선수인지 경기를 보고 깨달았다. 은퇴한지 오래 됐어도 가운데에서 계속 조율을 하더라.
푸욜 선수도 열정이 진짜 대단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반데사르 선수도 많이 마주쳤는데 경기가 힘들지 않을까 했지만 열정적으로 뛰었다. 앙리 선수도 안 뛴다고 했지만 당일 아침에 출전을 결정해 뛰었다. 진짜 빠르고 패스력도 좋았다. 선수들 하나하나마다 너무 좋은 호응을 보여 감사할 뿐이다.
Q : 혹시 아직 공개되지 않은 아이콘 매치 콘텐츠가 있나?
편집 중인 콘텐츠가 아직도 있다. 내가 본 것도 있고 출연한 것도 있고 모르는 것도 있다. 계속 편집하며 재미있게 만들어 공개할 에피소드들이 많다. 예를 들어 델피에로 선수의 삐끼삐끼 춤이라든지 아직 많이 있다.
Q : 이번 아이콘 매치가 게임의 겨울 업데이트에서 엮이는 부분이 있을까?
아이콘 매치를 하기 전, 특정 모드로 엮고 싶었다. 하지만 게임 업데이트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하면 좋겠지만 이번 겨울 업데이트에서 엮일 부분은 안되어 있다.
Q : 피파 공식 라이선스의 신작 게임 출시가 예정되어 있다. 그러면 ‘FC온라인’에도 타격이 있지 않을까?
게임을 사랑하는 많은 유저가 있는 만큼 기대에 만족하는 게 우리의 첫 번째 일이다. 그래서 특별한 전략이 있기보다는 우리가 잘 하면 이탈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게임은 EA가 열심히 만들고 있으니, 그 부분을 계속 믿고 가려 한다.
Q : 게임 유저와 축구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이콘 배치를 잘 봐주시고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셔서 감사하다. 특히 ‘피를로 초청하는데 내 현질이 들어갔다고 하면, 나는 계속 할거다’라는 유저의 말이 너무 기분이 좋고 고맙더라. 유저들이 축구협회 요직에 앉으면 좋겠다는 반응도 있었는데, 좋은 칭찬으로만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까방권도 많이 주시고 정말 좋은데, 그렇다고 이번에 한 번 난리를 치겠다는 건 아니고, 항상 기본에 집중하고 최고의 서비스를 만들도록, 점검 시간을 지키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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