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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택 콘텐츠 이야기]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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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영화 중에 “풋루즈(Footloose)”라는 영화가 있다. 국내에는 “자유의 댄스”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다. 신나는 디스코 음악과 춤이 무척 인상적인 영화이지만, 영화에서 이야기하는 주제는 신나기만 하지는 않다.

1980년대 버몬트라는 시골 마을에서 몇 명의 청소년이 교통 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고, 이 사고의 원인 춤과 록음악으로 생각하고, 지역 의회가 법률로 춤과 록음악을 금지시킨다. 지역의 마을 의회의 의원이자 하나 뿐인 교회의 목사는 록 음악은 외설스럽고, 젊은이를 타락시키며, 영혼을 망친다고 말한다. 

춤은 선정적이고, 춤을 추면 성적으로 문란해 진다고 설교하며, 지역 기성 세대들의 보수적인 가치관을 강화한다. 이 목사는 사고로 사망한 청소년 중 한 명의 아버지이기도 했다. 이에 영향을 받은 일부 주민은 보수적 사상에 맞지 않는 책을 타락한 책이라고 주장하며, 도서관에서 가지고 나와 태워버리려고 하기도 한다. 

시카고에서 전학 온 주인공은 이런 보수적인 마을의 규칙들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성세대의 폭력적인 규제에 저항하여 의회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고, 춤과 록음악을 즐길 권리를 주장하여 쟁취하는 이야기가 이 영화의 줄거리이다. 70년대 만화가 청소년을 타락시킨다고 주장한 어떤 신문의 기사가 생각나는 이야기이다.

종교는 신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인문학에 기초하지 않는다. 종교에서 인권은 부차적인 것이며, 인권은 종교에서 나오지 않는다. 종교적 가치관을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나 사회 보편적 인권을 종교의 기준으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 영화에서 목사는 인간의 권리를 종교의 교리로 평가하고, 설교한다. 

최근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가 동성애를 질병으로 규정하고, 성적 소수자를 정신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하나님께서 남성과 여성을 창조한 성경적 세계관 및 창조 질서에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우리 사회에서 인권이 아직 중세 종교적 세계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우울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이다.

얼마전 유명 게임 전문 유튜버가 현행 게임산업법에 대한 헌법 소원 심판을 진행하고자 한다며, 청구인 모집을 했다. 아직 종교적 세계관이 지배하고 있는 중동에서도 구매 가능한 성인 게임이 한국과 중국에서는 구매가 불가능하다. 

우리 나라는 아직 게임에 대해서 사전 검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같은 등급 심의 제도를 하고 있는 영화와 방송과 비교해도 영화나 드라마에서 표현 가능한 내용이 게임에서는 금지되는 경우가 많다. 영화나 방송의 내용이 과한 경우 사후 경고나 제재를 하고 있는 반면, 게임은 출시 전 사전 검열을 하고, 등급 보류를 받으면 유통 자체가 불가능하다. 표현의 자유가 왜 게임에서만 과도하게 규제되는가? 

최근 캘리포니아에서 폭력적인 게임에 대한 규제법을 만들었다가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위헌 판결이 났다. 자율적인 등급제도가 존재하고, 게임의 폭력적 표현이 아동의 폭력성을 형성한다는 주장이나, 범죄 행위 예방으로서 법적인 규제가 어떤 실효적 효과가 있는지 증명하지 못한 상황에서 미디어의 표현의 자유를 법률로 규제할 수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이 판결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게임의 중독성이나 폭력적 표현이 아동의 폭력성에 미치는 영향이나, 범죄 유발에 미치는 영향 등은 어떤 것도 증명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근거로 들어 게임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항상 청소년의 학습권과 수면권을 연계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과도한 학습이 수면권에 악영향을 미치는 이해 상충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또한, 우리 나라의 게임 업계는 최소한 과도한 폭력성이나 선정성이 있는 게임을 청소년에게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스스로 선택의 권리가 주어지는 성인에게 판매하는 것을 법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행복추구권 등을 제한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다른 매체에서 허용된 표현이 왜 게임에서만 금지가 되어야 하는지도 따져보아야 한다. 

나는 게임이 제2의 록 음악과 춤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종교적 논리가 인권과 개인의 선택권, 행복추구권,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성인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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