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컨설턴트 크리스 주코프스키(Chris Zukowski)가 게임 개발자에게 스팀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세션 'Marketing Your Game Under the New Steam Rules(새로운 스팀 규칙에 따라 자신의 게임을 마케팅하라)'를 GDC 2025에서 강연했다.
주코프스키는 작년에 열린 GDC 2024에서도 '스팀의 알고리즘을 이해하고 게임을 유저에게 어필하자'는 취지의 세션을 개최해 높은 평가를 받은 인물이다.
'게임 마케팅 방법'(How to Market a Game)'의 저자로도 유명하며, 스팀에서 얻은 수많은 데이터를 조사해 평소에도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그 정보는 유료로 판매해도 손색이 없는 양질의 정보로서, 인디 개발자를 중심으로 한 게임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런 주코프스키는 2024년 1월 밸브가 발표한 스팀의 매출 데이터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를 보여주는 그래프는 기준 수치가 적혀 있지 않은 비상장 기업답게 모호했지만, 그는 '7픽셀분'의 실적 하락을 단순히 코로나로 인한 수요 감소가 아니라 내부 알고리즘의 변화가 실패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클라이언트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개발자를 위한 백엔드도 자주 업데이트되는 스팀이지만, 2024년에는 어떤 식으로든 수정이 이루어졌고, 같은 해에 '154픽셀분'의 V자 회복을 이뤄냈다고 한다.
스팀의 실적은 다시 말해 '그만큼의 게임 판매가 이루어졌다'는 것. 밸브는 매년 1만 개에 가까운 게임이 스팀에서 출시되는 것을 직접 일일이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화된 알고리즘에 의해 트렌드화하여 게이머에게 추천하거나, 첫 페이지에 픽업하기도 한다.
즉, 스팀에서 어떤 게임이 무엇을 통해 어떤 게임이 잘 팔렸는지를 추적하면 신작 게임을 판매하고자 하는 게임 개발사가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 완성되지 않아도 플레이 테스트나 데모 버전을 배포
주코프스키에 따르면, 2024년 스팀의 큰 변화에서 주목할 점은 '데모 우월주의화', '출시 후 부스트', 'NEXT 페스트의 유효 활용'의 세 가지로 압축된다.
여기서 자세히 설명한 것은 첫 번째 데모에 대한 내용이다. 주코프스키가 언급한 사례 중 하나는 2024년 10월 얼리 액세스 버전이 출시된 오사리스 게임즈의 '에덴 크래프터스(Eden Crafters)'이다. 2024년 2월에 스팀 스토어 페이지를 공개한 후 한동안 반응이 없었지만, 6월에 데모를 공개하자마자 6천 건의 위시리스트를 확보했다고 한다.
2025년 내 출시 예정인 '파설 시뮬레이터(Parcel Simulator)'도 비슷한 행보를 보였는데, 2023년 4월에 스팀 스토어 페이지가 공개되어도 별다른 화제를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1년 반이 지나도 위시리스트 등록 건수는 7천 건이 고작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2025년 2월에 데모가 공개되자마자 1만 건의 위시리스트가 추가되었다.
즉, 게임 개발자는 데모를 조금이라도 빨리 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데모는 전 세계 어딘가의 콘텐츠 제작자에게 소개되고 '전략 게임 이벤트'나 'Wholesome Direct'와 같은 스팀의 쇼케이스 이벤트에 채택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이러한 이벤트에 참여함으로써 가시성(게이머들에게 보이는 것)도 높아진다는 것이 주코프스키의 설명이다.
실제로 스팀 스토어에는 '인기 신작', '출시 예정' 등의 탭과 함께 2024년에는 '화제의 무료 작품'이라는 항목이 등장했다. 여기에는 데모 버전도 포함됐다. 이는 주코프스키의 추측이지만, 데모도 동시 접속자 수가 100명만 되면 추천 순위 상위에 랭크되어 가시성도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한다.
또한, 데모를 공개할 때 데모 전용 스팀 스토어 페이지를 만들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데, 주코프스키는 가능하면 데모 전용 페이지를 만드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데모 전용 페이지에서는 정식 출시 전이라도 플레이어가 리뷰를 작성할 수 있어 가시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스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플레이테스트'는 데모 버전과 비슷해 보이지만, 스팀 내부에서는 데모로 취급되지 않는다. 따라서 플레이테스트를 이용하면 데모의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장르'와 '아트디렉션'을 결정하고 30초짜리 트레일러를 완성해 스팀 스토어 페이지를 공개한다. 이후 짧은 주기로 여러 번 공개할 수 있는 플레이테스트 버전으로 완성도를 높인 후 데모 버전 배포까지 가져가는 것이 좋다고 주코프스키는 말했다.
■ '리얼 스팀'이라는 수수께끼의 존재
주코프스키는 “실제로 존재하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전제한 뒤, 스팀 출시 후 어느 정도 수익이 발생한 게임은 자동으로 “등급이 올라가고, 다양한 마케팅 및 데이터 툴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며 이를 '리얼 스팀'이라고 불렀다.
리얼 스팀이 개방되는 경계선은 밸브에 배분되기 전 15만 달러(약 2억 2천만 원) 정도의 수익이 출시 후 6~9개월 이내에 달성될 수 있는지다.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도 어디까지나 주코프스키의 추측일 뿐이라고 한다.
밸브는 이전부터 “벤치마킹할 수 있는 지표는 없다”고 밝혔지만, 흥미롭게도 2024년 '154픽셀 분량'의 실적 회복에 발맞춰 천개 이상의 유저 리뷰를 얻으면서 리얼 스팀에 진입한 것으로 보이는 게임이 급증했다.
주코프스키는 밸브가 '15만 달러'의 벤치마크를 낮춘 것이 아니라, 게임 내 이벤트 횟수가 늘어나면서 더 많은 유저에게 데모 출시 정보가 전달될 수 있게 된 것이 그 이유라고 설명했다. 쇼케이스 이벤트가 900회를 넘어섰고, 그만큼 주최 측에서도 독특한 타이틀의 체험판을 원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데모를 플레이하고 위시리스트에 추가한 플레이어가 모두 정식 버전을 구매하는 것은 아니다. 위시리스트에 추가한 플레이어의 20%가 실제로 게임을 구매하는 경우가 있고, 2%만 구매하기도 한다. 데모가 너무 많이 진행되어 위시리스트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이 전환율의 차이를 결정하는 것은 일종의 '마법'에 의한 힘이라고 주코프스키는 지적한다.
GDC 2024 세션에서도 “아름다운 그래픽으로 유저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라는 추상적인 설명을 했던 주코프스키는 이 '마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나는 게임 디자인 감각이나 예술성 따위는 전혀 없는 천박한 장사꾼이니 내게 설명해달라고 하지 말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즉, '게이머의 마음을 사로잡는 무언가'이며, 그 마법은 숫자로는 가늠할 수 없다. 게이머에게 조금이라도 어필하고 스트리머에게 소개되어 화제가 되는 등 커뮤니티를 자극하는 무언가의 충동일 것이다. 굳이 말하자면, 게이머나 커뮤니티가 아니라 디스커버리 큐(Discovery Queue) 기능에 발견되는 요인이 있는 것 같다.
주코프스키의 조사에 따르면, 출시 시점의 게임 가시성은 45%가 디스커버리 큐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팀은 출시 후 2주간을 추적하고, 특히 3일째의 플레이어 동향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한다. 또한, 천개의 리뷰를 획득하고 실제 스팀에 진출한 2024년도 출시 작품 445개 중 74%는 출시 후 3개월 이내에 천개 리뷰를 달성했다. 3~6개월 사이에 달성한 타이틀은 17%로 급감했다. 즉, '어몽 어스'와 같이 출시 후 1년 정도 지나서 갑자기 인기를 얻은 타이틀은 매우 드문 사례인 셈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매직 없음' 상태에서 천개의 리뷰를 획득한 것은 2024년 4월에 출시된 '벨트매틱(Beltmatic)'이 유일하다고 한다. 수치로 따지면 1만 4077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하니, 실제 스팀에 진출해 성공작에 합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주코프스키도 “첫 달에 250개의 리뷰를 얻지 못하면 2차 계획으로 넘어가라”고 말했는데, 이는 업데이트나 DLC를 포기하고 차기작을 준비하라는 뜻으로 보인다. 출시 후 한 달 안에 250개 리뷰, 3개월 안에 천개 리뷰를 달성해 실제 스팀에 접속할 수 있으려면 “출시 후 2주째에 시즌 세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무료 업데이트나 DLC를 공개하고 그 정보를 발표하거나, 일일 세일에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업계 동료를 모집해 서드파티 타이틀과 번들 상품을 만드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화제를 모아 가시성을 계속 높여야 한다.
“돈이 없으면 인턴을 고용해서라도"라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던 주코프스키는 마케팅의 노력은 게임 개발과 같은 역량으로 하지 않으면 히트하기 어렵다는 것을 마케팅 담당자의 입장에서 게임 개발자들에게 조언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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