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GDC 2025에서 세가의 '용과 같이' 시리즈를 주제로 한 세션 'RPG DESIGN: The Secret to Narrative-Driven and Short-Term Development in Like A Dragon(RGG DESIGN: 용과같이에서 내러티브 중심의 단기간 개발 비결)'이 진행됐다.
이 세션에는 '용과 같이' 시리즈를 제작하는 RGG Studio(용과 같이 스튜디오)의 호리이 료스케 프로듀서와 하마츠 에이지가 연사로 나섰다. 스토리 중심이면서도 빠른 개발을 어떻게 실현해 왔는지, 스튜디오의 게임 개발에 대한 생각과 실제 개발 진행 방식을 설명했다.
강연의 서두에서 호리이 프로듀서가 제시한 메시지는 'Narrative ≠ Story'(내러티브는 단순한 스토리가 아니다)였다. 양질의 스토리를 준비하는 것이 좋은 내러티브 게임을 만드는 것과 직결되지는 않는다. 내러티브는 플레이어가 게임에서 스토리를 어떻게 느끼고 의미를 부여하는지가 중요하며, 용과 같이 스튜디오에서는 단순히 스토리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를 '경험'에 녹여내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프로듀서인 호리이는 개발의 중심인물로 스토리에 깊이 관여했다. 메인 시나리오의 시퀀스 설계뿐만 아니라, 사이드 콘텐츠의 구축과 시나리오 집필, 서브 스토리의 감수, 미니게임의 사양 책정, 그리고 가라오케 노래의 작사와 노래 등 스토리 체험과 관련된 다양한 것들을 담당했다. 스토리를 '체험'에 녹여내는 것을 자신의 자세로 표현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어 양질의 내러티브 게임을 만들기 위한 5가지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소개했다.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사이드 콘텐츠를 메인 스토리와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카스가 이치반이 등장하는 '용과 같이 7: 빛과 어둠의 행방'에서는 RPG라는 게임 장르 자체를 주인공의 성격과 연결해 그가 바라보는 '판타지 세계'를 게임으로 구현하는 방식을 취했다. 또한, '비즈니스 매니지먼트', '워크샵' 등의 미니게임도 그의 인생 단계에 따라 스토리에 깊숙이 녹아들어 있다.
두 번째 요소는 플레이어 감정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본편이 진지한 전개를 맞이한다면, 서브 스토리에 밝고 코믹한 내용을 삽입하여 감정을 완화한다. 본편이 차분한 전개라면, 반대로 무거운 서브 스토리를 조합해 전체적인 밸런스를 보고 깊이를 연출해 플레이어의 만족도를 높인다.
세 번째 포인트는 캐릭터의 다면적인 묘사다. 서브 스토리와 동료들과의 교류가 있는 콘텐츠를 통해 캐릭터들이 가진 의외의 면모와 일상을 세심하게 묘사한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는 이야기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고 캐릭터에 대한 애착을 강화할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자유도'이다. '용과 같이'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외길 스토리이지만, 그 안에서 '언제, 무엇을, 어디서' 진행할지 플레이어의 판단에 맡기고 있다. 이를 통해 선형적인 게임이지만 플레이어마다 '경험의 순서'가 생기고, 스토리가 부담스럽지 않게 느껴진다고 한다.
또한, '스토리를 게임화하는' 아이디어도 소개됐다. 단순히 시나리오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메인 스토리 자체를 플레이 가능한 게임으로 설계함으로써 스토리를 능동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어진 파트에서는 신속한 내러티브 제작을 실현하기 위한 조직적 고안을 공개했는데, RGG 스튜디오에서는 '동시 병렬 개발(Simultaneous Parallel Development)'을 키워드로 여러 팀이 동시에 개발에 임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개발 초기 단계에서 '아직 결정되지 않은 부분', '무엇을 시도하고 확인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하여 모호함을 없애는 판단력이 필수다.
의사결정을 망설일 때 판단의 축으로 '신중히 결정하기', '판단에 필요한 조건을 파악하기', '조사가 필요한 것과 알려진 것을 구분하기', '망설일 때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지를 선택하기' 등 단순하고 명쾌한 원칙이 소개됐다.
세션 후반부에서는 아트 섹션의 하마츠 에이지가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여기서는 특히 배경 디자인에서 동시 병행 개발의 실천에 대해 이야기했다.
카무로쵸와 같은 도시 필드는 구축에 가장 긴 시간이 걸리는 요소 중 하나지만, 시나리오가 굳어지기 전 단계에서도 어느 정도 정보가 있으면 도시 만들기를 선행하여 진행할 수 있다. 이는 다년간의 시리즈 제작으로 축적된 노하우 덕분에 가능한 것이다. 예를 들어 '용과 같이 6: 생명의 시'는 개발 초기부터 편의점 내부를 파괴하는 연출 등을 시험적으로 제작하여 신기술의 도입과 평가를 동시에 진행했다고 한다.
의사결정의 속도도 중요하다. 개발팀은 시나리오가 확정되는 순간 필요한 요소를 파악해 구현에 착수한다. 각 담당자가 협업을 통해 상부의 판단을 기다리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함으로써 전체 프로젝트 진행이 지연되는 것을 방지한다.
또한, 기존 자산의 활용도 빼놓을 수 없다. 카무로쵸와 같은 무대는 시리즈 내내 등장하고 있으며, 도시의 구성 요소와 건물의 많은 부분을 유용하게 업데이트할 수 있다. 또한, 좁은 땅에 전혀 다른 유형의 세입자가 동거하고 그것이 위아래로 겹친 일본 특유의 '잡다한 건물 문화'는 시각적으로도, 스토리의 무대로도 밀도 있는 도시 공간을 연출한다.
'용과 같이' 시리즈에서는 스토리의 필연성으로 전작과 같은 건물이나 장소가 다시 등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보통은 '또 같은 장소로 가는 거냐'는 식의 반복에 대한 불만이 나오기 쉽지만, 본 시리즈에서는 오히려 그것이 플레이어에게 정서적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의 이야기가 새겨진 장소를 다시 방문하는 기쁨과 '그때, 그 사건이 있었던 이 장소에 이번에는 또 다른 이유로 오게 되는구나'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이 시리즈를 통해 쌓아온 이야기와 경험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같은 장소를 다시 방문해도 그것이 '그리움'이나 '의미 있는 만남'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기존의 것으로만 끝내는 것이 아니라 '신규 요소'에 집중하는 부분에도 많은 리소스를 투입했다. 예를 들어 '용과 같이 7 외전: 이름을 지운 자'의 캐슬은 화려한 시설을 통째로 새로 제작하면서 요코하마, 오사카 등 기존 에셋과 결합해 신선함을 더했다. 또한, 하와이를 배경으로 한 작품에서는 바다, 섬, 배 등 신규 에셋을 중점적으로 다루며 무대 설정을 게임성에 녹여냈다.
하마츠는 마지막으로 아트팀의 개발 방침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업스트림의 사양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판단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리고 기존 자산을 활용하면서도 새로운 요소가 '작품의 얼굴'이 될 수 있도록 디자인해 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유연성과 속도감의 양립이야말로 시리즈의 개발력을 뒷받침하는 큰 열쇠라고 한다.
스토리, 연출, 아트, 각각이 교차하면서도 일관성 있게 통합되는 '용과 같이' 개발 현장. 그 배경에는 '누구를 위해, 어떤 경험을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현실적인 기술과 프로세스, 그리고 스토리를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플레이어의 감성을 자극하는 '경험'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개발자의 열정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세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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