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이용자 행동 특성을 5년간 추적한 대규모 조사 결과, 게임 과몰입 등 문제적 게임행동은 대부분 일시적으로 나타나며,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게임이용 자체가 문제행동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통념과 달리, 개인의 성장·발달, 사회적 환경 변화, 심리적 요인 등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게임이용장애의 질병코드 도입 반대에 대한 확실한 근거가 될 전망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5년간 진행한 게임이용자 패널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이 연구는 아동·청소년, 학부모, 성인 등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5년간 게임행동특성을 조사·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게임 중독 중심의 기존 프레임을 넘어 게임 행동의 다면성과 변화 과정을 심층적으로 조명했다.
조사 결과, 게임 과몰입군(문제적 게임행동군)이 2년 이상 연속 유지된 사례는 아동·청소년, 성인 모두에서 단 한 명도 없었다. 과몰입군이나 경계군, 과몰입위험군 등 연구집단을 지속하는 비율은 대조집단(비과몰입군)보다 훨씬 낮았다.
1차년도(조사 시작 시점) 기준 아동·청소년의 경우, 특정 게임행동유형이 5차년도까지 유지된 비율은 9.4%에 불과했다. 성인의 경우도 10%로 비슷했다. 반면, 대조집단(문제행동이 없는 일반군)을 5년간 유지한 비율은 아동·청소년 34.1%, 성인 43.4%로 훨씬 높았다. 즉, 문제적 게임행동은 경로 의존적으로 지속되기보다는, 성장·발달 및 환경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경향이 뚜렷했다.
특히, 아동·청소년의 경우 연령대가 올라가며 자기통제력이 높아지고, 학교급 변화 등 외생적 요인에 따라 게임 이용 환경 자체가 변화하면서 게임행동유형도 변화하는 경향이 컸다. 성인의 경우도 취업, 결혼, 출산, 퇴직 등 생애주기 변화에 따라 게임행동특성이 달라졌다. 연구진은 “게임이 문제적 행동의 직접적 원인이라면 과몰입군이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일시적 현상에 그쳤다”고 강조했다.
5년간 조사에서 아동·청소년의 게임행동유형은 대조집단(비과몰입군)과 선용군(게임의 긍정적 효과를 경험하는 집단)이 증가하고, 과몰입위험군·경계군·과몰입군은 감소하는 추세였다. 1차년도 159명이던 선용군은 5차년도 271명으로 늘었고, 334명이던 과몰입위험군은 193명으로, 88명이던 경계군은 41명으로 줄었다. 게임을 전혀 이용하지 않는 미이용자도 5차년도에 10.4%로 나타났다.
성인의 경우도 연구집단(문제행동군)이 1차년도 48.8%에서 5차년도 15.7%로 크게 감소했다. 선용군 비율 역시 아동·청소년에 비해 낮았는데, 이는 성인이 게임 외에 긍정적 경험을 얻을 수 있는 대체 활동이 더 많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과몰입 하위요인(과도한 시간소비, 일상생활 무시 등)이 나타난 비율은 아동·청소년 25% 미만, 성인 15% 미만으로 낮았다. 특히 일상생활 무시 항목은 성인 9.2%로 가장 낮았다.
게임이용시간, 게임지속시간, 이용 게임 수 등 주요 행동 특성은 5년간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학교급이 높아질수록, 성인 연령대가 높을수록 게임 이용량은 줄었다. 과몰입위험군이나 선용군 등 특정 유형을 지속한 집단도 게임이용시간이 점차 감소했다. 코로나19 시기(1~2차년도)에는 실내 여가활동 증가로 게임이용이 늘었으나, 이후 감소세로 전환됐다.
흥미로운 점은 게임이용시간과 수면시간 간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었으며, 게임이용시간이 많다고 해서 수면시간이 줄어든다는 근거도 확인되지 않았다. 게임이용시간 자체가 문제적 행동을 강화·지속시키는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 실증적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은 게임이용이 문제적 행동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가설을 부정했다. 오히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 심리적 요인, 사회적 환경 변화, 성장발달 등 다양한 외생 요인이 문제적 게임행동의 선행요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임상 연구에서도 게임 자체보다는 개인의 기저 심리상태가 문제행동의 근본 원인일 수 있다는 점이 제기된다. 실제로, 과몰입군에 속했던 이용자 중 상당수가 별도의 의료적 개입 없이도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문제행동에서 벗어났다.
아동·청소년, 학부모, 성인 모두 게임이용에 대한 문제 인식이 5년간 꾸준히 감소했다. 아동·청소년의 자기 인식 점수는 1차년도 4.47점에서 5차년도 3.71점으로 낮아졌고, 학부모의 경우 자녀의 게임이용에 문제가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34.5%에서 19.5%로 15%p 감소했다. 학부모가 우려하는 주요 문제(학습능력 저하, 심리·정서 불안)도 1차년도 대비 크게 줄었다. 문제행동에 대한 조치 역시 대부분 가족 내 상담에 그쳤고, 전문상담이나 병원 방문 등 외부 개입은 5% 미만이었다.
연구진은 게임과몰입 문제를 게임 자체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이용자의 생활환경, 심리상태, 사회적 관계 등 다양한 요인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임행동유형의 변화는 게임 외의 다양한 외생 요인에 의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단순한 규제나 의료적 개입보다는 다층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게임 미이용자로 전환하거나, 문제행동에서 벗어나는 사례가 많았으며, 이는 게임이용자의 내외부적 요인 변화에 따라 문제행동이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5년간의 추적조사 결과, 게임 과몰입 등 문제적 게임행동은 대부분 일시적으로 나타나며, 성장·발달과 환경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경향이 강하다. 게임이용 자체가 문제행동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통념은 실증적으로 지지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사회·심리적 요인 등 복합적 환경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게임이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점차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앞으로 게임 관련 정책은 단순 규제보다 이용자 환경과 심리적 요인을 고려한 다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핵심적 시사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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