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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경쟁의 피로감, 게임 트렌드를 바꾸다 ‘비경쟁 게임’의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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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을 비롯한 사회생활은 그 자체로 경쟁이다. 누군가의 뒤가 아닌 앞에 섰을 때 느끼는 우월감, 그리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는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 내몰려 있다. 하루하루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그래서일까. 현실의 경쟁은 게임 속에도 고스란히 투영되어, 경쟁이 강조된 게임들이 유행했다. 현실에서는 얻기 힘든 승리의 기쁨과 만족감을 게임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유저들이 자연스레 경쟁 구조에 빠져들었다.

특히 한국 유저들은 경쟁 게임에 강한 면모를 보여 ‘한국 유저 종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과거 멀티플레이 게임에서는 해외 유저들이 한국 유저를 기피했고, 닉네임 앞에 붙은 [KOR]만 봐도 정색하던 분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승자의 이야기일 뿐이다. 패배는 누구에게나 분노와 스트레스를 안긴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노력은 절대 가볍지 않으며, 그로 인한 피로도는 고스란히 개인이 감당해야 한다.

(사진 출처) 이라스토야
(사진 출처) 이라스토야

또한 경쟁 게임에서는 경기 결과에 따라 욕설, 비신사적 플레이가 발생하기 쉽다. 특히 팀 기반의 게임이라면 부담감은 더 커진다. 개인의 실수로 팀이 패배했을 때 느끼는 죄책감, 그리고 팀원들의 비난은 곧 갈등으로 번지곤 한다. 이런 감정이 심해지면 결국 게임에서 멀어지게 된다.

실제로 대한민국 게임백서 2024에 따르면 전체 게임 이용률은 2023년 62.9%에서 2024년 59.9%로 하락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0년 이후 증가하던 게임 이용률은 2022년 74.4%로 정점을 찍은 후, 매년 감소 추세를 보인다. 야외 활동 증가가 주요 원인이지만, 경쟁 게임의 피로감 역시 일부 요인으로 분석된다.

승리의 쾌감이 더 클까, 패배의 스트레스가 더 클까. 어떤 감정이 더 크게 다가오는지를 판단해 보면 자신이 경쟁 게임에 어울리는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사회에서도 경쟁이 치열한 마당에, 게임마저 경쟁의 연장선이 되는 현실은 때때로 잔혹하게 느껴진다. '힐링 게임'이라는 이름을 단 게임들이 인기를 끄는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경쟁에 지친 마음을 달래주고, 위로해 주는 게임에서 얻는 안정감이 경쟁의 쾌감보다 더 큰 재미로 다가오기도 한다.

최근에는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경쟁 요소를 과감히 배제한 신작들이 속속 출시되며, 게임 트렌드 역시 변화를 보인다. 새롭게 등장한 국내외 게임들은 경쟁 없이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싱글 플레이 중심의 하드코어 액션 게임(퍼스트 버서커: 카잔), 혼자서는 클리어할 수 없는 협력 어드벤처(스플릿 픽션), 또 다른 인생을 살아보는 시뮬레이션(인조이), 그리고, 협력 기반 던전 콘텐츠와 외형 꾸미기에 중점을 둔 게임(마비노기 모바일) 등은 경쟁 없이도 풍부한 게임 경험을 제공하며 유저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경쟁 요소를 배제한 라이브 서비스 게임들은 P2W(페이 투 윈)의 고질적인 문제를 피하면서도 유저들의 만족도를 끌어올렸다. 주로 캐릭터 꾸미기 요소에 과금이 집중되어, 유저 스스로 느끼는 만족감에 따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경쟁 게임 특유의 희열과 짜릿함 때문에 여전히 많은 유저들은 ‘전장’에 뛰어든다. 8주년을 맞이한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는 지난 3월 스팀 동시 접속자 90만 명을 돌파하며 여전한 인기를 증명했다. 이들에게는 승리의 쾌감이 경쟁에서 오는 스트레스보다 훨씬 더 크게 다가오는 셈이다.

경쟁을 배제한 게임들의 인기는 일시적인 ‘도피처’일 수도 있다. 하지만 건강한 게임 라이프를 위해선 무엇보다 균형이 중요하다. 게임은 재미를 위해 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잠시 방향을 바꾸는 것도 나쁘지 않다.

지금 하는 게임이 즐겁지 않다면, 잠깐 쉬어가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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